"왜 보고만 있었냐고요?" 묵직한 화두 던진 'D.P.'
[리뷰] 군 부조리 고발한 넷플릭스 드라마 < D.P. >
▲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D.P.' ⓒ 넷플릭스
요사이 넷플릭스 드라마 < D.P. >가 화제다. 처음엔 탈영병 체포 임무를 수행하는 헌병대 DP조의 이야기라고 하기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보고나니 이 드라마는 단지 DP조의 활약상을 그린 게 아니었다. 그보다 군 전반에 만연한 부조리를 고발하는 드라마였다. 적어도 내 시선엔 그랬다.
주인공 안준호 이병역의 정해인은 반듯하면서도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는 반항기 어린 연기를 보여주며 분위기를 주도해 나간다. 상대역 한호열 상병으로 분한 구교환은 사뭇 가라앉을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여기에 원작자인 김보통 작가는 조심스럽게 '방관'이란 화두를 던진다. 그가 던진 화두는 마지막화인 6화 '방관자들'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임무를 마친 안준호 이병(정해인)은 탈영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심우석 일병을 찾아간다. 안 이병은 심 일병 앞에 고개를 숙인다. 그때 심 일병의 누나가 심 일병 곁에 있었다.
누나는 안 이병에게 친구냐고 묻는다. 안 이병은 심 일병의 후임이었다며, 그가 착하고 성실했다고 전한다.
이때 심 일병의 누나는 원망 섞인 어조로 묻는다.
"근데 왜 보고만 있었어요? 그렇게 착하고 성실한 애가 괴롭힘 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고요?"
안 이병은 죄송하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군다.
누군가 보고만 있지 않았다면?
이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군 부대 내 가혹행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군대 경험을 가진 다양한 세대의 남성들이 각자 군생활에서 당한 가혹행위 피해를 털어 놓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나 스스로 군 복무 시절을 복기해 보면 각 내무반마다 가혹행위를 일삼는 선임병이 꼭 한 명은 있었다.
▲ 넷플릭스 드라마 는 군 부조리를 고발하는 한편, 방관이란 화두를 던진다. ⓒ 넷플릭스
선임병이 가혹행위를 가할 때마다, 후임병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숨죽이고 지켜보는 일이다. 그리고 적어도 내 경우엔 저항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고참이 복부를 주먹으로 가격하면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버티고 서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걸 당연히 여겼다. 왜냐고? 군대니까.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아무리 선임병이라고 해도 부당한 가혹행위엔 맞서야 했다. 동료나 나보다 더 낮은 계급의 후임병이 고참에게 부당한 행위를 가했을 때 역시 보고만 있어선 안 되는 거였다. 그저 '군대니까'란 얄팍한 생각에 부조리를 그저 보고만 있었던 나 자신이 너무 후회스러웠다.
좀 더 시야를 확장해 보자. 최근 몇 년 사이 군 내부에서 꽃다운 젊은이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군 고 이아무개 중사, 그리고 2014년 선임병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숨진 고 윤아무개 일병의 사연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지점에서 의문이 인다. 누군가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면, 보다 못한 누군가가 제동을 걸었다면 고 이 중사와 고 윤 일병의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적어도 그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라고 해서 방관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다시 고 심우석 일병 누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자. 심 일병 누나는 안준호 이병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음에 남아요. 힘들다고 그랬었는데, 남들 다 가는 군대가 뭐가 힘드냐고 그랬거든요."
우리 사회도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가혹행위로 힘들어하고, 부조리로 아파하는데 우리 사회는 '남들 다 가는 군대 뭐가 힘드냐'고 이들의 아픔을 무시하지 않았을까? '나 땐 더했어' 혹은 '그저 중간만 해'라고 핀잔을 주며 이들을 부대로 돌려 보낸 게 우리 사회 아니었을까?
이제 더 이상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러 간 젊은이들이 부대를 이탈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방관해선 안 된다. 지금, 그리고 곧 군 복무를 해야 할 후배들을 지켜야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