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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데스크칼럼] 위기의 한국 과감하게 외부 손 잡아야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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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위기의 한국 과감하게 외부 손 잡아야

"꿈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최진홍 기자

2021.09.05

 

  • 기자명 최진홍 기자   
  •  입력 2021.09.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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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후작 부인 이자벨라 데스테. 그녀는 화려함과 잔혹함이 공존하던 르네상스 이탈리아를 관통하며 소국(小國) 만토바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여걸이다. 실제로 그녀는 남편의 외도와 질투를 감내하는 한편 사랑하는 아들의 증오를 감수하면서도 때로는 전투 사령관으로, 때로는 군주나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만토바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만토바의 독립과 번영을 위해 그녀는 필요하다면 전쟁과 교섭, 심지어 추잡한 음모도 피하지 않았다. 그 중에서 그녀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만토바의 문화 허브 전략'이었다. 과감하게 외부의 손을 잡아 만토바를 허브로 만드는 것.

르네상스와 함께 인문주의 열풍이 불어오던 시대의 흐름을 간파한 그녀는 시집올때 가져온 보석함까지 팔아 각지에서 예술가, 학자, 시인들을 끊임없이 초빙했다. 심지어 잠재적인 적국의 학자라고 해도 무조건 초대했다. 손을 잡았다. 이 방식으로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의 최정상에 만토바를 올려 그 누구도 소국 만토바를 업신여기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이사벨라 데스테가 필요하다. 정확히는 과감하게 외부의 손을 잡아 허브 전략을 구사할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대한민국은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던 소국 만토바가 아니다. 7월 초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대한민국을 기존의 그룹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 지위 변경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군사, 경제, 인권, 사회 인프라 모든 것을 따져봐도 대한민국은 어엿한 선진국가다.

그러나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 양극화, 떨어지는 출산률, 어지러운 정치 덕분에 대한민국은 지금도 백척간두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특히 갈수록 심해지는 폐쇄성은 우리 사회의 활력을 떨어트리는 원흉이 되어가고 있다. 탈레반의 공격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찾아온 이들을 무턱대고 혐오하는 비참한 사회현상은 차치하더라도, 경제적 측면에서도 외부의 손을 잡아 내부의 활력을 창출하려는 노력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소위 구글 갑질 방지법, 넷플릭스 법이 단적인 사례다. 두 법안 모두 글로벌 기업의 횡포를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크지만 각도를 달리 살펴보면 외부 파트너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무자비한 폐쇄성도 선명하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화를 무력화 시킨다고는 하지만 중소 개발자들 입장에서 오히려 인앱결제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망 이용료에 있어 CP(콘텐츠제공자)와 ISP(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다소 부당한 관계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없는 중국 혐오에 따라 숱한 경제 성장 기회를 날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중 패권전쟁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인접국이자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과의 무조건적인 냉전은 아무런 실익이 없다. 물론 몇몇 의혹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겠지만, 우리는 혐오의 감정 앞에서 너무나도 명료한 경제적 이익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 심지어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사례와 비교된다. 장인정신에 입각해 자체기술개발에 매진하던 일본은 최근 방향을 바꿔 유일한 자국 반도체 대기업인 키옥시아를 미국 기업인 웨스턴디지털에 넘기려 하고, 대만 TSMC가 자국에 공장을 건설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아이즈 지역에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공장을 건설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현지에 공장만 건설한다면 자국의 인프라까지 내어주겠다는 실리에 가까운 포용, 개방, 허브 전략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셈이다.

대한민국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례다. 결국 냉정한 판단 아래 폐쇄성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허브를 자처하는 플랫폼 전략만이 살 길이라는 대전제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불꽃처럼 걸었던 이자벨라 데스테는 동시대를 살았던 대표적 여인들인 루크레시아 보르차나 카테리나 코르사로가 시대의 격류에 쓸려갔음에도 마지막까지 세상의 주역으로 살아남았다. 비현실적인 꿈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스튜디올로(서재)를 활짝 열고 과감하게 상대방을 잡아끌었던 이 강인하고 냉정했던 여인의 방에는 다음과 같은 좌우명이 적혀있다고 한다. "꿈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과감하게 움직이자. 그리고 실익을 위해 외부의 손을 잡는 일에도 치열하게 고민하자.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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