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권력의 이동'…웹으로 만든 만화와 소설, 주류 됐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9.04
국내 주요 만화·도서 축제에서 웹툰·웹소설 조명…침체된 산업에 활기 불어넣으며 주류 장르로 자리매김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만화·도서 관련 행사들이 웹툰과 웹소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날 개막하는 아시아 최대 만화 전문 페스티벌인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는 축제 프로그램 대부분을 웹툰을 조명하는 데 할애한다. 웹툰 쇼케이스를 열고, 네이버 웹툰·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티빙(TVING) 등 관련업계가 모여 K웹툰의 가능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한다. 유수훈 부천국제만화축제 총괄감독은 "웹툰의 확장사례와 2차 제작물로 나온 콘텐츠들이 거둔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웹툰산업 확대에 따른 문제점과 향후 가능성에 대해 진단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출판업계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은 웹소설에 특화한 특별전을 연다. 26년 동안 진행된 전통있는 도서전에 웹소설이 입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다양한 미디어와 만나 하나의 장르로 정착한 웹소설과 웹툰을 조망하는 세미나도 연다. 트렌드만 조ㅊ는 자극적인 장르 정도로 인식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웹툰과 웹소설의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그만큼 각 시장을 이끄는 주류 콘텐츠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웹소설이 드라마로 다시 태어나고 인기 웹툰이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로 만들어지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등 성과를 내면서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관계자는 "웹툰과 웹소설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는 다양한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원천 스토리로 가치가 크다"며 "신진 작가들이 웹소설과 웹툰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면서 하위 문화로만 보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성장세는 더욱 괄목할 만하다. 국내 웹툰 시장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서며 글로벌 시장까지 장악했다. 네이버웹툰의 미국 서비스인 라인웹툰과 카카오재팬의 웹툰플랫폼 픽코마가 각각 미국, 일본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유럽, 아시아 시장을 넘보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 인기 작품인 '스위트홈'과 '승리호'는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돼 '대박'을 쳤다. 미디어 흐름인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식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 가능한 '스낵컬처' 콘텐츠란 장점 외에도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작품성도 출중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대학마다 웹툰·소설학과가 생기며 전문 교육이 시작됐고, 신진작가들이 대거 유입되며 작품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휘발성 강하고 상업적 본능에만 충실하다고 치부하기 어려워졌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웹소설은 기존 문예 흐름과 달리 창작자와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이나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며 "기존 문학계가 여전히 주류 문학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문단권력은 웹소설로 분명히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