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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D.P.' 마지막 장면, 정해인이 이성적일 수 없었던 이유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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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9.03 06:48 18,01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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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마지막 장면, 정해인이 이성적일 수 없었던 이유

[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D.P. > 배우 정해인

21.09.02 17:56최종업데이트21.09.02 17:56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D.P. > 배우 정해인 인터뷰 제공 이미지

ⓒ Netflix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인 것 같다. '당신은 방관자가 되어본 적 있나요?'라고."

지난 8월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D.P. >(아래 <디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디피>에 가장 열광하는 것은 역시 군필자들이다. 드라마 속에 실제 군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 군대 내 폭력과 악습이 되물림 되는 과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끔찍한 파국은 현실의 군 문제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1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정해인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많이 반성하고 또 배우게 됐다고 털어놨다.

군대 내 폭력, 성추행, 가혹행위 문제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디피>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DP'가 된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해인은 극 중에서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력한 어머니, 잔인한 현실을 피해 갓 입대한 이등병 안준호로 분했다. 그는 어릴 적 권투를 배운 이력으로 군무 이탈 담당관 박범구 중사(김성균 분) 눈에 띄어 DP로 차출된다. 정해인은 안준호를 연기하면서 '무색무취'의 캐릭터처럼 보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준호를 연기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 중에 하나였다. 돋보이지 않는 것. 무색무취. 캐릭터가 도드라져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디피조가)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면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탈영병의 에피소드가 더 중요했다. 그 속에서 안준호도 성장하지만 제가 돋보이면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었다. 안준호가 단단하고 딱딱한 인물이라면, 한호열이 옆에서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구교환 형이 너무 잘해줬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액션보다는 리액션 위주로 연기하면서 인물을 표현하려고 신경 썼다."

<디피>는 군필자들에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얻을 만큼 군대의 어두운 현실, 가혹행위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정해인 역시 <디피>를 촬영하면서 군 복무 시절을 많이 떠올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가볍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고민도 많았다. 특히 (극 중에서 가해자의) '그래도 되는줄 알았다'는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마 군 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셨던 분들이나 피해를 입으셨던 분들이라면 소름 끼칠 정도로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군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집단이나 회사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더욱 울림이 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D.P. > 배우 정해인 인터뷰 제공 이미지

ⓒ Netflix

 
특히 극의 배경이 되는 2014년은 군대 내 가혹행위의 실상이 수면 위로 드러난 해이기도 했다. 구타, 가혹행위로 숨진 윤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한 임병장이 총기를 난사하는 사고가 벌어졌던 때다. <디피>에 등장하는 폭력의 수위 역시 이에 못지않다. 극 중에서 탈영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병사들이 끔찍한 가혹행위를 피해 달아난 경우였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08년 입대해 2010년 제대했다는 정해인은 "지금의 군대는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 요즘에도 군대 문제가 많이 기사화되고 있지 않나. 앞으로 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6회 부제가 방관자들이다. 우리에게 '당신은 방관자가 아니냐'고 질문하는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다. 피해자에겐 가만히 있는 주변인조차 동조한 것과 마찬가지로 느껴질 수 있지 않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여기에 대해서는 <디피>를 보신 분들이 가장 크게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주변인들에게 간디라고 불릴 만큼 착하고 평범했던 일병이 선임에게 지속적인 구타와 성폭력을 당하다가 결국 무너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를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안준호 역시 오열하고 만다. 정해인은 작품의 클라이맥스였던 그 장면을 촬영했던 때를 회상하며 "이성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장면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리허설도 많이 못 했다. 그때 감정이 나오는 대로 찍었다. 촬영할 때 사실 거의 기적 같았다. 원래는 눈이 내리는 신이 아니었고 계획에도 없었는데, 급하게 눈 내리는 걸 추가하게 됐다. 여건은 달라졌고 시간은 촉박하고 급한 상황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이 초인적인 에너지로 찍었던 것 같다. 제가 연기할 때는 (조일병의 연기를) 계속 안 보고 있었다. 그 상황에 실제로 총을 든 사람을 보면 침착하거나 담담해질 수가 없더라. 모든 걸 가까이서 보면서 너무 괴로웠다. 이성적일 수도 없었고 제가 가장 크게 무너졌던 신이었던 것 같다."

이어 정해인은 쉽지 않았던 촬영 현장 속에서도 제작진과 배우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감독님이 중심에서 배우들의 고민과 고충들을 잘 들어주셨고 배우들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정말 커뮤니케이션은 최고였던 현장이었다. 스태프분들도 다 힘든 시기였고 코로나 때문에 촬영 여건이 정말 안 좋았다. 장소 섭외가 어그러지기도 하고 변동도 많아서 제작진도 배우들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만큼 저희끼리 더 단합하고 똘똘 뭉치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 D.P. > 배우 정해인 인터뷰 제공 이미지

ⓒ Netflix

 
<디피>는 어둡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지만 곳곳에 가벼운 유머와 코미디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신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정해인과 구교환의 유쾌한 '버디' 호흡이 빛을 발했다. 정해인은 "감독님, 구교환과 함께 모니터링 하면서 (완급조절에 대해) 많이 신경 쓴 부분이었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극에) 활력을 넣어주는 것도 그만큼 중요했다"면서도 구교환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구교환이 주로 애드리브를 하면 저는 리액션만 하면 됐다. 한호열은 상병이고 저는 이등병이니까, 제가 적극적으로 액션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제가 재깍재깍 리액션만 해도 구교환 형이 되게 좋아해 주더라"고 전했다.

한편 <디피>는 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열띤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의 징병제와 군대 문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해외 팬들이 <디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해인은 군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했다.

"결국에는 이 이야기가 군대, 군인의 이야기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어느 조직에 있든,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주는 진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에 근접한 이야기를 그리려고 노력했고 그게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서 (해외 팬들도) 공감해 주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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