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입력 2021.09.01 10:40
‘K콘텐트’ 해외 시장 조준했지만… 게임 외에 성과 못 내는 기업들
K콘텐트 투자 통해 해외 시장 노리고 있지만…해외 매출 실적 여전히 미미
국내엔 콘텐트 사업을 새 먹거리 사업으로 선정한 기업이 많다. 이동통신 3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콘텐트 비즈니스를 통신사업 성장 둔화의 돌파구로 삼았다.
SK텔레콤은지상파 3사와 함께 설립한 OTT 웨이브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KT는 올해 초 콘텐트 전문법인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그룹 내 콘텐트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LG유플러스 역시 자회사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 등을 통해 콘텐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인터넷 산업을 이끄는 빅테크 기업들도 콘텐트 시장에서 경쟁 중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 5월 글로벌 지식재산권(IP) 확보 전쟁을 벌였다. 네이버는 북미 지역 1위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사들였고, 카카오는 북미 지역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삼켰다. 이렇게 확보한 IP를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사업을 흥행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도 지난해 12월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공개하고 콘텐트 시장에 발을 담갔다.
업종을 불문하고 수많은 기업이 콘텐트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어서다. 한국적 감성이 담긴 ‘K콘텐트’가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덕분이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었고, 방탄소년단(BTS)이 잇따른 수상 소식을 전했다.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가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 예능, 게임, 웹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인기다.
결국 이들 기업 역시 K콘텐트를 통해 해외 진출을 꾀하겠다는 전략인데, 순조롭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콘텐트 사업에 적극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도 해외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기업이 없어서다.
이는 실적으로도 잘 드러난다. KT는 올해 상반기 379억원의 해외 매출을 냈을 뿐이다. SK텔레콤의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은 1541억원이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1.6%에 그친다. 네이버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95.5%를 국내에서만 벌어들였다. 그나마 콘텐트 전문기업 CJ ENM이 올해 상반기 2115억원을 수출로 벌어들이면서 전체 매출 대비 두 자릿수(12.4%)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콘텐트 시장을 노리는 기업 대부분이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콘텐트의 내수 시장 공략은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OTT 시장을 잠식했다는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8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 콘텐트 산업 수출액은 108억 달러로 상당했지만, 이중 66.9%를 게임이 책임졌을 정도로 게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게 현실”이라면서 “나머지 산업 역시 몇몇 인기 콘텐트의 쏠림 현상이 심각해 K콘텐트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