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바꾸기, 개방적 연애관…"나만 불편한가요?"
강주헌 기자
강주헌 기자
2021.08.31
/사진=카카오TV 캡처
카카오TV '체인지데이즈', TVING '환승연애' 등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젊은층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선정적인 짝짓기 포맷으로 상품화한 방송들이 범람하면서 연애관 등 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과거 SBS 짝, 채널A 하트시그널 등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이 '솔로'들의 러브라인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현재 만나는 연인과 혹은 이미 헤어진 연인과 함께 출연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31일 방송가에 따르면 체인지데이즈는 이별을 고민 중인 세 커플이 또다른 이성과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에 한 쪽을 선택하는 설정이다. 환승연애에서는 헤어진 네 커플이 한집에서 살면서 서로 처음 만난 사이처럼 행동하고 데이트를 한다.
포맷의 연예 관찰 예능은 주목을 받고 있다. 체인지 데이즈는 누적 조회 수 4300만을 돌파했다. 넷플릭스에서도 시청할 수 있고 8월 말 기준 TOP 10 콘텐츠 중 하나로 랭크돼있다. 환승연애는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에 공개된 클립 영상을 합쳐 2000만 뷰를 넘어섰다.
직장인 양윤서씨(24·여)는 "프로그램을 보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키워드"라며 "다 같이 나와서 파트너를 바꿔 데이트하면서 상대방의 데이트는 불편해한다. 내로남불이 유독 심한 출연자가 있는데 이런 불편한 심리가 오히려 몰입감을 준다"고 말했다.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비판 여론도 상당하다. 파트너를 바꿔 데이트를 즐기는 상황을 설정한 자극적인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만연해지는 추세는 바람직하지 못한 도덕성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다. 시각적 선정성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
예컨대 체인지데이즈에서는 현재 만나는 연인이 다른 이성과 데이트하러 나갔을 때 당사자가 불편한 감정을 겪을 순간을 포착한다. 차에서 1박하는 영상을 예고편으로 내보내 자극적인 상상을 하도록 표현하는 등의 사례다.
프리랜서 서정민씨(25·여)는 "상대방을 바꿔 데이트하는 건 참가자들 모두 전제하고 참여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손을 잡는 등 발생 상황을 '현재 연인에게는 비밀로 하자', 제작진 차원에서 '비밀로 하라'고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며 "이러한 점은 기획의도에서 벗어나 갈등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요소로 보여 불편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준영씨(29·남)는 "예능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스와핑(Swapping, 파트너 교환)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며 "방송에서 너무나 만연해진 자극 컨텐츠로 개개인의 연애관이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주는 것 같아 피곤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금기시하는 경계를 오가면서 노이즈마케팅에 치중하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연애 예능 프로그램이 SNS에서 화제를 일으키면서 관심없던 사람들도 주목하게 되는 유입효과가 나타났다"며 "실제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도덕, 윤리적으로 논란이 될 내용이 많지 않은데 논란이 될 수 있는 장면들을 집어 넣는다면 일종의 노이즈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제작진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자극적인 표현이 만연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이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고 기성세대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다"며 "젊은 세대라 해서 모두 개방적이지 않고 보수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마치 이것이 트렌디하고 진일보한 삶처럼 비출 수 있어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고 한 방향성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