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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왜 인기인가 봤더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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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8.30 07:25 7,70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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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왜 인기인가 봤더니…

 


등록 :2021-08-30 04:59
남지은 기자        

 

OTT 19금 드라마 진짜 인기 비결
<섹스/라이프>. 넷플릭스 제공
<섹스/라이프>.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속에서 운동을 마친 두 남자가 샤워를 시작한다. 뒷모습이 간혹 보인다. 어머나, 부끄러워라. 누가 볼세라 노트북 화면을 슬쩍 가렸다. 머릿속 ‘응큼 세포’가 속삭인다. “뭐 어때. 아무도 없잖아. 그리고 이건 에로물이 아니야. 넷플릭스 드라마라고. 당당하게 봐!” 그래, 드라마인데 설마 뒤돌기야 하겠…… 억!

 

외마디 ‘음소거’ 비명과 함께 온몸이 순간 정지됐다. 예상을 빗나간 전개다. 이거였나. 요즘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본 반응을 촬영해 유튜브 영상으로 올리고 있다. 누군가는 놀라서 웃고, 누군가는 애써 담담한 척하는 등 각양각색 반응이 등장한다. 넷플릭스 19금 드라마 <섹스/라이프> 3회의 한 장면이다.

 

다른 의미에서 놀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의 19금 드라마는 이런 장면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는구나. ‘29금’ ‘39금’ ‘저세상 미친 수위’라는 표현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넷플릭스 코리아 쪽은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내보낸다”고 말했다. 
 

19금 드라마가 코로나 시대를 만나 인기 장르로 떠올랐다. 지난 6월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섹스/라이프>는 자기주도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살던 여자 주인공이 ‘바른 생활’ 남편을 만나 아내이자 엄마로서 안정적인 삶을 꾸려가지만, 성생활에 만족 못하면서 과거 열정적인 시절을 함께 보낸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다.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27일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 전세계 인기 순위 7위에 올라 있다.

 

<섹스/라이프>. 넷플릭스 제공
<섹스/라이프>. 넷플릭스 제공
 

지난 3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결산 자료를 보면, 성인 관객을 겨냥한 ‘청불’ 영상물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5% 이상(204편)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성장한 오티티 플랫폼들의 경쟁으로 비디오물 등급 분류 신청도 81.3%(3043건)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2016년에도 19금 드라마는 있었지만, 요즘처럼 화제성이 높아진 데는 코로나로 성인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19금 드라마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떻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티티에서 성인물을 선보이느냐고? 19금 드라마라 해서 맥락 없이 화면을 살색으로 채우기만 하는 에로물을 생각하면 오해다. 사랑받는 오티티 19금 드라마는 단순히 19금을 넘어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브리저튼>. 넷플릭스 제공
<브리저튼>. 넷플릭스 제공
 

19금 드라마의 진수로 꼽히는 <브리저튼>을 들여다보자. 지난해 12월25일 공개되자마자 전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여기서 잠깐, <브리저튼>이 19금 드라마였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다면, 수상하다. <브리저튼> 공개 초기에 누가 붙였는지 모를 ‘포르노 로맨스’라는 말에 혹해 빨리 보기로 19금 장면만 찾다가 3회 정도에서 포기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브리저튼>에서 19금 장면은 남녀 주인공이 결혼한 5회부터 등장한다. 1~4회는 1813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사교계에 첫발을 내디딘 브리저튼 가문의 다프네가 바람둥이 공작 사이먼과 계약연애를 한 뒤 결혼까지 가는 과정이다. 5회부터는 음… 음… 내내 후방주의보 켜진다. 삐뽀삐뽀. <브리저튼>은 1회부터 풀어놓는 시대적 서사, 주변 인물,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래야 5회부터 펼쳐지는 이른바 ‘미친 수위’도 단지 19금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다가온다. 괜히 19금 드라마가 전세계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서 1위를 한 게 아니다. 이미 시즌4까지 제작이 확정됐다.

 

‘볼 빨간 사춘기’가 되어 내내 몰아본 결과, <섹스 앤 더 시티>가 미혼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19금 드라마도 결혼한 여성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더라는 것이다. <브리저튼>의 인기를 이어받고 있는 <섹스/라이프>가 그렇다. 단 <브리저튼>을 생각하고 무방비로 틀었다가는 앞집·뒷집·옆집에서 내 방만 주시하는 환영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시작부터 19금, 19금, 19금이니까. 커튼 치고, 이어폰 꽂고, 방문 잠그고, 사전준비 철저히 하고 보자. 적어도 10분에 한번은 혼자인데도 괜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오지만, 결혼한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저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싶은 현실적인 고민이 펼쳐진다. 안정적인 가정, 착한 남편…, 85%는 완벽한데 단 15%의 성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마침 그때 가장 뜨거웠던 시절을 보낸 옛 애인이 나타난다면? <섹스/라이프>는 특히 엄마들의 온라인 공간인 ‘맘카페’에서 많은 얘기들이 오간다. 자상한 남편을 두고 옛 애인을 생각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아내와 엄마만 있고, 나는 희미해져가는 것 같다”는 대사처럼 결국 이 드라마는 나를 찾고 싶은 기혼 여성들의 마음을 건드린 게 진짜 인기 비결 아니었을까? 남편이든 옛 애인이든 어느 쪽이든 간에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봐야 하는 건 진실!

 

<검은 욕망>. 넷플릭스 제공
<검은 욕망>. 넷플릭스 제공
 

발견한 또 한 가지. 19금 드라마는 의외로 장르도 다양하더라는 것이다. 지난해 7월15일 공개된 스페인 작품 <검은 욕망>이 대표적이다. <검은 욕망>은 여자 주인공이 남편이 바람난 것 같아서 속상한 마음에 클럽에서 만난 젊은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아주 뻔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그가 하필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의 학생이었고, 그는 사랑한다며 계속 다가오고, 여자 주인공은 남편이 있다며 거부하고, 그런데 몸은 원하고, 그래서 또 만나고, 그걸 보는 나는 또 부끄럽고…. 19금 드라마는 결혼한 여성의 심리를 건드리는 내용이 대부분인가 했더니, 이 드라마 뒤통수를 친다. 19금 장면이 넘쳐나는 가운데에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드라마는 범죄수사극이 되더니, 회를 거듭할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억!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르로 끝이 난다.

 

이처럼 사랑받는 19금 드라마들은 시대의 흐름도 반영한다. <브리저튼>은 여성들의 목표가 결혼인 보수적인 사회가 배경인데, 다프네를 순종적인 여성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사이먼한테 먼저 결혼하자고 말하는 것도 다프네다. 왕이 흑인을 왕비로 맞이하면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고 흑인들도 백인들과 동등한 지위가 보장된 시대라는 점도 흥미롭다. <브리저튼>은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했는데, 원작에는 흑인 왕비가 등장하지 않는다. 왕비를 연기한 배우는 이 드라마의 스페셜 방송에 출연해 “시즌 내내 인종 문제가 부각된 적은 없다. 우리가 사는 현시대에는 그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은 욕망>에서는 교수인 여자 주인공을 통해 “전세계 실종 여성은 1억명이다. 숫자는 우리를 둔감하게 한다”는 등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한다. <섹스/라이프>에서도 여자 주인공 빌리의 옛 남친 브래드는 빌리가 열정적으로 꿈을 향해 달려가다가 멈춘 것을 안타까워한다. 여성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성취하는 것을 강조하는 대사가 많다.

 

<브리저튼>. 넷플릭스 제공
<브리저튼>. 넷플릭스 제공
 

그래도 어디까지나 19금 드라마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이 장면에선 19금이 등장하지 않겠지, 잠시 여유를 부리며 이어폰을 빼고 기지개를 켜는 순간, 보란 듯이 화면 속 주인공들은 사랑에 빠진다. 브래드는 빌리와 엄마를 만나려고 호텔 엘리베이터를 탄 거잖아. 근데 왜 내가 부리나케 볼륨을 줄이고 식은땀을 흘려야 하는 거지? 대낮이었다고. 엘리베이터였다고. 때와 장소를 좀 가리…면 19금 드라마가 아니겠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009622.html#csidxeb2e025e8101d2c9c5767fe1abb8a3d onebyone.gif?action_id=eb2e025e8101d2c9c5767fe1abb8a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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