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극장 고사 현실화…실질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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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8-19 오전 6:00:00
수정 2021-08-19 오전 6:00:00
박미애 기자
오는 31일 영업 종료하는 서울극장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1990년대 한국 영화의 부흥을 이끈 서울 종로의 서울극장이 오는 31일로 42년 만에 문을 닫는다.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대형 극장에 밀려 쇠퇴하고 있던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가 결정타를 입혔다.
서울극장의 영업종료는 영화산업의 지각변동, 다시 말해 극장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할리우드 영화 ‘블랙 위도우’에 이어 한국 영화 ‘모가디슈’와 ‘싱크홀’ 등 텐트폴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잠시 숨통을 튼 분위기지만 여전히 극장산업의 정상회복은 요원하다.
‘모가디슈’와 ‘싱크홀’ 제작사는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극장들은 현실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여름 시장 이후 신작이 뒤따라서 받쳐줄지도 의문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콘텐츠가 있으면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올 여름 시장을 지켜보면서 관객의 관람 패턴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영화를 제작하고 유통하는데 많은 생각이 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극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극장은 관객 급감과 신작 연기에 따른 악순환을 반복하며 매출이 5000여억원으로 전년 대비 70% 이상 줄었다. 올해는 7월까지 2500여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더 감소했다. 한국 영화산업은 극장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구조로, 극장의 붕괴는 곧 영화산업의 붕괴로 이어진다.
신작의 극장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사냥의 시간’ ‘콜’과, 올해 ‘승리호’ ‘낙원의 밤’은 아예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 공개했다. 설경구 주연의 ‘야차’도 넷플릭스행을 결정했다.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가 오는 11월 국내 론칭을 공식화하면서 극장가는 갈수록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극장이 임직원 축소, 임금 삭감, 영업 중단, 개봉작 지원 등 자구책을 내 버티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마저도 한계에 달했다. 한국상영관협회가 영화발전기금으로 불리는 ‘입장권 부과금’ 전면 면제, 환급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이다.
입장권 부과금은 티켓값의 3%를 징수한다. 부담 주체가 관객인지 극장(극장, 제작사 등)인지에 대한 입장 차는 여전히 있지만,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극장은 이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극장의 피해 규모는 매출 급감과 더불어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로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그런데도 극장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전체 스크린의 90% 이상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브랜드를 내걸고 있지만 그 중 30%는 중소기업이라 할 수 있는 위탁관들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올해로 효력이 만료되는 입장권 부과금 징수를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의 지속발전을 위한 재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 마저도 납부 주체들이 살아남아야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입장권 부과금을 감면해줬지만 지금 상황에서 전면 면제도 아닌 감면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서울극장의 영업종료는 극장 도산의 시작일 수 있다. 코로나19와 OTT가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형 극장도 위태롭다. 극장 없이 영화의 지속발전이 있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극장은 일자리도 적잖이 제공한다. 정부에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