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헐리우드서 ‘극장-스트리밍 동시개봉’ 大논란인 이유
스칼렛 요한슨, 월트디즈니 대상 소송 제기 계기
최근 개봉한 슈퍼히어로 영화 ‘블랙 위도우’의 주연 배우 스칼렛 요한슨. 사진=마블스튜디오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 미국 헐리우드가 대논란에 빠졌다.
논란의 핵심은 개봉 영화를 극장 말고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동시에 개봉하는 것이 과연 영화 배우의 밥줄을 위협하는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
논란은 헐리우드가 낳은 유명 영화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자신이 주연을 맡은 최근작 ‘블랙위도우’를 배급한 월트디즈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터졌다.
여배우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요한슨이 돈 문제로 소송을 벌이는 것 자체가 논란거리.
그러나 근원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으로 영화가 소비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면서 촉발된 새로운 형태의 이해 갈등이란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스칼렛의 소송은 그런 갈등의 출발점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요한슨이 디즈니를 소송한 이유
요한슨이 블랙위도우의 배급사 월트디즈니를 상대로 최근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소송을 낸 이유는 디즈니가 계약을 위반했다는 것.
지난 9일(현지시간) 전세계 극장에서 개봉된 블랙위도우를 월트디즈니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자사 계열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에 올렸다는 것이다. 극장과 온라인 스트리밍 동시 개봉은 양측의 계약서에 없는 내용이었다.
요한슨 측은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블랙위도우를 개봉한 것은 계약서에 없었던 일이므로 별도의 보수를 지급할 것을 디즈니 측에 요구했으나 디즈니 측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한슨 측 입장에서 디즈니의 일방적인 행동을 법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다.
영화의 흥행 성적에 따라 수익을 올리는 것이 영화 배우가 돈을 버는 전통적인 방법인데 OTT 플랫폼에도 영화를 올리면 영화관을 통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
평상시라면 몰라도 코로나 사태 때문에 극장 관객이 현격히 줄어들고 OTT 이용자는 크게 늘어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넷플릭스에서 새로운 대안 찾아
그러나 이 문제를 요한슨과 월트디즈니만의 문제로 보는 사람은 적다. 양측의 법정공방이 어떻게 귀결되는 지와는 별개로 이 사안이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더 큰 이유가 있기 때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트디즈니뿐 아니라 영화를 만들고 배급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코로나 여파로 영화관 수입이 급감한 상황에서 넷플릭스식 스트리밍 서비스를 병행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는 판단이고 실제로 앞다퉈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게 미국 영화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현실이다.
이같은 흐름이 형성되는데는 세계 최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대성공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WSJ는 월트디즈니를 포함해 영화를 제작하거나 배급하면서 OTT 플랫폼까지 갖춘 엔터테인먼트기업들이 특히 넷플릭스 방식의 사업모델이 코로나 사태 이후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연예산업 전문 변호사 켄 지프런은 WSJ와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는 이제 OTT 서비스를 겸하는 영화 제작사들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부상한 상황”이라면서 “월가에서도 가입자 규모와 향후 잠재력을 기준으로 넷플릭스 같은 기업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WSJ는 “사실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이미 영화 제작사를 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극장을 찾는 관객이 점점 줄어 고전하고 있었다”면서 “OTT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마저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심지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 플랫폼에서 새 영화를 개봉하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어 영화 배우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영화로 버는 돈과 OTT로 버는 돈
한편, 영화 배우 입장에서 극장 흥행 성적으로 돈을 버는 전통적인 방식, 즉 수입이 고정돼 있지 않고 매우 가변적인 방식과 OTT에 올라가는 영화로 돈을 버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는 점도 갈등을 낳을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온라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업계 1위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경우 영화 흥행 성적에 따라 달라지는 보너스 형태의 보수는 전혀 없고 처음부터 고정된 보수를 영화 배우에게 지급하는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
따라서 더버지는 “영화 배우와 영화 배급사가 협의를 통해 보수를 결정하는 방식, 흥행 성적에 따라 보수가 크게 달라지는 방식에서 벗어나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계약 관행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https://news.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1081312262015529a1f309431_1/article.html?md=20210813130108_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