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도 결혼도 안한다... 20대 여성이 ‘4B’인 이유
[카페 2030]
요즘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열광하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한 달 넘게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굳건히 지킨 ‘섹스/라이프’.아이 둘 낳고 완벽한 아내로 살아가던 한 여성이 남편과의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야기다. 과거 연인과의 짜릿했던 관계를 회상하며 일기에 소상히 적고, 그걸 본 남편이…. 이렇게 진행되는 그렇고 그런 내용이다.
19금 이상의 아슬아슬한 성(性) 묘사, 여성 못지않게 남성의 몸과 표정을 구석구석 비추는 연출이 인기 요인이다. 남성 주요 부위를 드러낸 ‘3화 몇 분 몇 초’가 특히 유명한데, 소문을 듣고 호기심이 동해 재생 버튼을 눌렀다는 20~30대 여성들의 후기가 많다. 보수적인 한국 넷플릭스 순위에서도 최고 4위까지 올랐다.
2030 여성의 야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아마도 역사 이래 최대일 것이다. 앞서 ‘365일’ ‘투 핫’ ‘브리저튼’으로 이어지는 19금 콘텐츠 열풍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2030이 실제 성생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유사 이래 가장 없는 세대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20대 여성 43%가 1년 이상 성관계를 하지 않은 ‘섹스 리스’라는 조사가 있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흥미가 없어서’란 답이 21%로 가장 많았다. 20대 남성은 42%가 ‘섹스 리스’였는데 ‘관심은 있으나 파트너를 찾지 못해서’란 응답이 24%로 가장 많았고 ‘흥미가 없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결국 여성은 하기 싫어서 안 하고, 남성은 하고 싶어도 할 사람이 없단 얘기다.
사실 2030 여성들에겐 별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젊은 여성들 사이 퍼졌던 4B 운동의 영향이 수치로 나타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연애·비섹스·비결혼·비출산을 주장하는 ‘4B’를 몇 년 전 인터뷰했던 20대 대학생들에게 처음 들었다.
“섹스가 여자한테 좋을 게 뭐에요? 포르노로 섹스를 배운 남자와 관계, ‘리벤지 포르노’나 임신 걱정…. 다신 안 하고 싶어요.” 당시 나는 “깊은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이 필요하진 않은가” 물었던 것 같다. 답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성매매 업소가 커피 전문점 숫자만큼이나 많다잖아요. 연애·결혼이 주는 사랑과 안정감은 상대가 신뢰를 저버리는 순간 끝나는 허상 아닌가요?”
‘인간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살잖아’ 같은 뻔한 답을 할 순 없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몰래 룸살롱·유흥업소를 찾았다가 적발됐다는 남자들의 소식이 매일 들려오지 않는가. ‘몰카’ ‘데이트 폭력’ ‘보복 살인’ ‘n번방’ 같은 뉴스도 끊이지 않는다. 2030세대의 반감엔 이런 남자들뿐 아니라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온 윗세대 여성들에 대한 원망도 함께 묻어 있는 듯했다.
여성의 ‘섹스 리스’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출산 거부’ 여성도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0.84명,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64명이었다. 얼마 전 같은 팀의 20대 남자 인턴이 고민을 털어놨다. “저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좋은 아빠가 되는 게 꿈인데요…. 요즘은 아기 낳고 싶어하는 여자가 없어서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전쟁 때보다 더 심한 인구 감소가 다가오고 있다. 이러다간 대한민국 인구가 반 토막 날 날이 곧 닥칠 것이다. 4B 운동을 실천하는 2030 여성들의 페미니즘이 문제인가? 또래 후배에게 “이제 한국 페미니즘의 목표는 국가 소멸인가?”란 농담을 했더니 “이런 나라라면 망하는 게 나을지도요. 아쉬우면 사회가 바뀌어야죠”란 답이 돌아왔다. 나라가 이 지경인데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정치인들의 무관심·무성의·무능력·무대책 ‘4M’이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