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냐 우정이냐, 예상 벗어난 '키싱 부스3' 결말
[리뷰] 넷플릭스 대표 하이틴 로맨스 <키싱 부스3> 여운 남기며 마무리
▲ <키싱 부스3> 포스터 ⓒ 넷플릭스
<키싱 부스>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함께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엘의 모습과 '키싱 부스'에서의 로맨틱한 키스로 청춘의 고민과 판타지를 동시에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올 2월에 시리즈의 막을 내린 것에 이어 <키싱 부스> 역시 이번 3편을 마지막으로 하며 넷플릭스 하이틴 로맨스 한 챕터가 막을 내렸다.
이 시리즈는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엘의 모습을 통해 하이틴 로맨스의 장르적인 매력을 담아낸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 이후 플린 가족과 마치 식구처럼 성장한 엘은 리 플린과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은 규칙을 정해 영원한 우정을 다짐하는데 그중 하나가 절친의 가족이나 친구는 건드리지 않는 것. 헌데 엘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대가 리의 형이자 어린시절부터 함께 한 노아다.
1편은 학교 축제에 설치된 '키싱 부스'에서 우연에 우연이 겹쳐 키스를 하게 된 엘과 노아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과 이 사실에 분노한 리와 엘 사이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모든 갈등이 봉합된 후 2편에서는 하버드에 간 노아가 동기 클로이와 열애 중이라 오해한 엘이 동급생 마르코에게 관심을 보이며 엘-노아-마르코-클로이 사이의 오해로 점철된 사각관계가 주를 이룬다. 이런 해프닝과 키싱 부스를 통한 로맨스 무드를 보여준 작품은 3탄에서는 성숙한 이야기를 시도한다.
계속되는 엘의 성장통
▲ <키싱 부스3> 스틸컷 ⓒ 넷플릭스
3탄은1탄과 2탄의 핵심적인 갈등을 가져오면서 엘의 성장통을 다룬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앞둔 휴식기. 엘과 노아 커플, 리와 레이첼 커플은 지역 개발 문제로 판매를 앞둔 플린 가의 별장에서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엘은 대학 진학 문제를 두고 1탄에서 겪었던 사랑과 우정 사이의 갈등과 다시 마주한다. 하버드와 버클리에 모두 합격한 엘은 둘 중 한 곳을 택해야 한다.
노아가 다니는 하버드를 택하면 지금보다 더 가깝게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반면 리와 멀어지게 된다. 반대로 버클리를 택하면 리와 계속 신나는 나날을 보낼 수 있지만 2탄에서처럼 노아와 멀어지며 사랑에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이에 엘은 일부러 하버드에만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며 사랑을 택한다. 대신 실망한 리에게 휴가 기간 동안 과거 두 사람이 함께 작성했던 버킷리스트를 모두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한다.
역시나 절친답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청춘의 추억을 리와 함께 만들어가던 엘은 노아와 갈등을 겪게 된다. 휴양지에 마르코가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로 온 것이다. 마르코가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이유는 엘이 너무나 많은 걸 짊어지려 했기 때문이다. 리와의 추억 만들기는 물론 가정 내에서도 바빠진 아빠를 대신해 동생을 돌본다. 그러다 보니 노아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혼자 모든 걸 감당하기에 힘이 부친 엘은 결국 모두를 실망시키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노아와의 사랑도, 엘과의 우정도, 아빠와의 관계도 망치는 순간이 다가온다. 이는 역설적으로 엘이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하버드냐 버클리냐. 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바꿔 말하자면 노아냐 리냐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며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키싱 부스3> 스틸컷 ⓒ 넷플릭스
사랑에서의 엘, 우정에서의 엘, 가정에서의 엘 등. 엘은 주변 사람 또는 공간에서 자신을 바라볼 뿐 스스로를 직접 바라본 적이 없다.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고민한 적이 없던 그녀는 자신의 공간을 채우고 있던 주변이 떠나가고서야 자신을 보게 된다. 이는 하이틴의 성장과 함께 남녀 간 사랑의 결실이란 맺음표를 택했던 로맨스가 더해진 할리우드 하이틴 로맨스 장르에서 보기 드문 선택이다.
마치 <토이 스토리3>처럼 인생의 유년기를 정리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엘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판타지를 결말로 택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 궤를 달리 한다. 판타지는 추억의 한 챕터로 남기면서 아련함을 준다. 대신 성장이라는 현실적인 결말 속에 자신을 찾고자 하는 엘의 모습을 통해 색다른 묘미를 선보인다. 세 번째 작품에서 또 다른 확장을 시리즈가 이뤄낸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남자들에게>가 그러했듯 팬서비스의 형식으로 막을 내릴 줄 알았던 작품은 한층 진보된 하이틴 로맨스를 통해 마지막 선물을 건넨다. 1편과 2편에서 흥미를 자극했던 요소를 더하면서 3편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두 하이틴 로맨스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만큼, 세계적인 OTT 플랫폼이 선보일 또 다른 챕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