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흡혈귀와 같은 비행기 탄 승객들의 운명은 [왓칭]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달 공개된 국산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은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세계 영상 순위에서 2위에 머물러야 했다. 그때 1위 자리를 지킨 작품이 바로 ‘블러드 레드 스카이’다. 아신전이 한국판 좀비물이었다면,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독일판 뱀파이어물쯤 된다. 이 작품은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예산을 들인 블록버스터 스케일도 아니다. 하지만 뱀파이어를 독특한 관점으로 재해석하면서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한국 순위에서도 탑 10에 들어갔다.
◇뱀파이어에게도 모성애가 있다
영화 제목은 직역하면 ‘피로 붉게 물든 하늘’쯤 되겠다. 제목부터 유혈 낭자한 스릴러물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영화는 의외로 감성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성애는 뱀파이어의 흡혈 욕구를 이겨낼 수 있는가.” 아신전에선 일단 좀비가 되면 자식이고, 연인이고 가리지 않는다. 그저 물어뜯어야 한다는 욕구에 지배당할 뿐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뱀파이어는 다르다. 흡혈 욕구가 극한으로 치솟는 상황에서도, 아들만 생각하면 이성을 되찾는 모습을 몇번이나 보여준다. 물론 최후의 순간까지 모성애가 흡혈욕구를 억누를 수 있는지는, 영화를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 어쨌든 뱀파이어의 본능에 모성애가 도전장을 내밀게 한 설정 자체가 참신하지 않은가.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테러작전을 수행하는 듯한 영국 공군기지에 음산한 항공기가 착륙한다. 항공기에서 확인되는 생존자는 낙하산 줄을 타고 내려온 어린 남자 아이 한명과 파일럿 대신 조종실에 있는 한쪽 손이 잘린 의문의 남자뿐. 나머지 탑승객의 행방은 묘연하다. 작전부대는 일단 의문의 남자는 항공기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아이만 구출해 낸다. 아이에게 “기내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는 물음에 아이는 너무나 사연 있어 보이는 표정으로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회상 속에 아이 엄마는 대머리다. 백혈병 환자쯤으로 보였는데, 치료제를 투입하지 않으면 송곳니가 솟아나고, 폭력성이 급증하며, 피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되는 병에 걸렸다. 한마디로 뱀파이어인 것이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넘어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햇볕 때문에 낮에는 이동이 제한되는데, 그런 엄마를 위해 아이가 혼자 공항으로 가 출국 수속을 밟는다. 이미 엄마가 뱀파이어인 상황에 익숙했던 것이다.
그렇게 뱀파이어 모자는 미국행 항공기를 탔는데, 웬걸 비행기를 잘못 골랐다. 주가 조작을 위해 항공기를 납치하려는 테러리스트들이 타고 있던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승객들을 한쪽으로 몰아넣고, 파일럿을 죽인다. 항공기가 런던 시내에 추락하게끔 조종해놓고, 자신들은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뱀파이어 엄마가 나선다. 그녀는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결국 억누르던 폭력성을 뿜어내면서 테러리스트들에 맞선다. 하지만 한번 발동 걸린 흡혈본능의 대상에 아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내적 갈등으로 번뇌하는 그녀와 테러리스트들의 싸움으로 항공기는 서서히 피에 물들어가는데, 승객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이재킹+뱀파이어, 평범한 소재 융합해 참신한 결과물로
개요 액션 스릴러 l 독일·미국 l 2021년 l 2시간3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뱀파이어에게도 모성애가 있다
평점 IMDB⭐ 6.1/10
https://www.chosun.com/culture-life/watching/2021/08/10/NIQFOQTUUZEI7ARY6X4MUQSSF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