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 ‘막장 代母'의 화려한 피날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임성한 작가는 잠시 재채기할 틈도 주지 않았다. 어느 날은 시어머니가 아들 상간녀 머리채를 사정없이 끄집어 당겨 “바로 저거지”라며 더 없는 ‘사이다’로 박수갈채를 선사했다. ‘불륜 타도’ 정방향으로 가는 줄 알았더니 이내, 불륜남에게 “내 몸 갖고 내 맘대로 좀 했어”라는 역사에 남을 대사로 TV를 향해 ‘욕 한 사발’ 뿌리게 하며 시청자와 줄다리기를 벌인다. 현실과 막장의 인셉션이자 리얼리티와 드라마의 메타버스다.
8일 방송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이혼작곡(결사곡)’ 시즌2 최종회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16.6%, 최고 시청률 17.2%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1위로 종영했다. 자체 최고 기록이자 TV조선 드라마 10년 역사상 최고 시청률. 올 상반기 미니시리즈 드라마 최고 시청률에서도 SBS 펜트하우스(29.2%), tvN철인왕후(17.4%)에 이어 3위. 상반기를 달궜던 SBS ‘모범택시’(16%)보다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1030세대가 주력 시청자인 넷플릭스에서도 8일 기준 많이 본 콘텐츠 3위를 차지했다.
시즌 1에서 캐릭터 골조공사에 내진설계까지 서사의 기초를 다진 임 작가는 시즌2에서 가속도를 내더니 마지막 회에서 급발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 쌍의 새로운 부부 탄생 결말로 3부를 예고했다. ‘우리가 방금 무엇을 본 거지?’라는 실시간 토크가 온라인 게시판을 점령했다. ‘결사곡2’ 마지막 회에서 그동안의 전개와는 달리, 판사현(성훈)과 아미(송지인), 서동마(부배)와 사피영(박주미), 서반(문성호)과 송원(이민영)이 각각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으로 카메라가 향했기 때문. 동시에 사피영과 신유신(이태곤)의 딸 신지아(박서경)에게 신주신(노주현)이 빙의하며 김동미(김보연)을 향해 “김동미!!! 너! 너 때문에 내가!!”라고 달려들며 시청자를 놀라게 한다.
임성한의 ‘막장’은 파격적 가족 구조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현실에 있을 법하다는 ‘개연성’을 찾아간다. 그를 스타 작가로 알린 ‘보고또보고’(1998)에서 ‘겹사돈’은 그 당시만 해도 희소하고 자극적인 소재였지만 지금은 드라마에 종종 등장한다. 특유의 ‘고진감래’도 시청자를 감싸 안는다. 대부분 남녀 주인공은 버림받거나 나락으로 떨어져도 결국 극복하고, 이들에게 시련과 고통을 준 이는 벌을 받는다. ‘결사곡’에서도 불륜녀 남가빈(임혜영) 역시 부모님이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임성한 대본의 맛은 ‘막장’하면 생각나는 격한 설정이나 흔히 말하는 김치싸대기 같은 몸싸움보다는 ‘디테일’에 방점이 있다. 복선 가득한 캐릭터는 기본, “쌀 씻을 땐 정수기물로” “화이트골드보다는 백금이 좋다”는 둥 ‘드라마계의 생생정보통’이라 불릴 정도로 각종 정보와 ‘깨알’ 디테일에 시청자들이 리모컨을 놓지 못하게 한다.
무엇보다 임성한 드라마의 ‘맥’은 시청자와 함께라는 것. ‘임성한 드라마는 휴대폰과 함께 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9일 기준 네이버 토크도 40만개를 돌파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박패륜(박해륜·전노민), 송간녀(송원), 아가미(아미) 등 별명이 붙었다.
임 작가는 ‘결사곡’ 시즌2 마지막 회의 엔딩부분을 숨겼다. 대본도 출연자들에게 개별 송부했다는 후문. 제작사 지담의 안형조 대표는 “항상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어 또 한번 승부수를 선보인 것 같다”면서 “배우들끼리도 함구할 정도로 극비 보안을 유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