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굿즈, 이커머스 … 넷플릭스의 넥스트 스텝
- 기자명 이혁기 기자
- 입력 2021.08.09 09:21
- 호수 452
SCOOP? STORY! | 넷플릭스 정말 위기일까
흥행 콘텐츠 여전히 많고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도 고려해야
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가입자 증가율이 한풀 꺾였기 때문입니다. ‘애니 왕국’ 디즈니뿐만 아니라 아마존·애플 등 경쟁사들의 반격도 날카롭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에 위기가 왔다”는 분석이 흘러나오는 이유인데, 정말 그럴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넷플릭스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봤습니다.
넷플릭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OTT(Over the top) 시장 ‘1인자’입니다. 사업 초기엔 비디오·DVD 대여로 회사를 운영했지만,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점을 빠르게 포착하고 사업 방향을 바꾼 게 대도약의 발판이 됐습니다. 넷플릭스는 방송·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기업입니다. 가입자 수는 1억명이 훌쩍 넘습니다.
하지만 “영원한 1인자는 없다”는 말은 넷플릭스도 피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최근 넷플릭스의 성장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분기 넷플릭스가 공개한 순증 유료 구독자 수는 150만명(분기 기준)에 그쳤습니다. 당초 예상치였던 100만명을 훨씬 뛰어넘었다는 게 넷플릭스 측의 설명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 통계가 전년 동기(1010만명)에 훨씬 못 미치는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내수 시장에서도 넷플릭스를 향한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이마케터는 올해 넷플릭스의 미국 OTT 시장 점유율이 30.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년 전 점유율(44.4%)보다 13.6%포인트나 떨어진 수치입니다. 넷플릭스가 디즈니플러스(2019년 17.4%→2021년 25.9%), 유튜브(2019년 7.7%→2021년 13.2%) 등 경쟁사에 시장을 점점 빼앗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OTT 시장의 흐름은 점유율만 놓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긴 합니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OTT 서비스를 여러개 구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매 성향은 OTT 기업마다 독점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데서 기인합니다.
가령, 디즈니플러스에서 마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다가도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를 보러 가는 식이죠. OTT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로 ‘독점 콘텐츠’를 꼽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을수록 소비자들이 더 오래 구독하게 되고,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넷플릭스가 단기간에 OTT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던 것도 독점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는 데 집중한 덕분이죠. 지난해에만 콘텐츠 제작에 173억 달러(약 19조9642억원)를 투자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넷플릭스 경쟁사들의 콘텐츠 수준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넷플릭스·디즈니에 밀려나 있던 아마존(프라임비디오)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31일 미국의 대형 영화 제작사 메트로골드윈메이어(MGM)를 84억500만 달러(약 9조7242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아마존은 4000편에 달하는 MGM 콘텐츠와 뛰어난 제작 능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후발주자인 애플(애플TV플러스)도 제작 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업계에선 애플이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제작소 임대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올 2월엔 선댄스 영화제에서 4관왕을 석권한 영화 ‘코다’의 방영권을 2500만 달러(약 287억원)에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선댄스 영화제 사상 최고 판매가로, 애플이 콘텐츠 확보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만만찮은 경쟁사들
그렇다면 넷플릭스엔 정말 위기가 찾아온 걸까요? 아마존·애플·디즈니 등 쟁쟁한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콘텐츠를 늘리고 있으니, 넷플릭스가 이전처럼 시장을 지배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은 약간 다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아마존, 애플, 디즈니 등이 시장을 흔들고 있다손 치더라도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츠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세계적으로 흥행한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장악력이 여전히 뛰어나다.”
쉽게 말하면 기존 흥행작들의 후속작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쉽게 끌어모을 수 있단 얘기인데,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의 드라마 ‘킹덤’ 시리즈입니다. 시즌1·2가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덕분인지 지난 7월 23일 공개한 단막극 ‘킹덤:아신전’은 방영한 지 2일 만에 한국(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 프랑스(2위), 인도(3위), 미국(9위) 등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밖에도 ‘종이의 집 파트5(9월)’ ‘기묘한 이야기4(방영일 미정)’ 등 메가 히트를 친 넷플릭스 작품들이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효자 콘텐츠’가 즐비한 넷플릭스의 위기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단 겁니다. “넷플릭스의 성패는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OTT 말고도 다른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어서입니다. 게임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7월 20일 넷플릭스는 “모바일 비디오게임 서비스를 OTT 패키지에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향후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추가 비용 없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게임들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넷플릭스닷숍’을 열고 이커머스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이곳에선 넷플릭스 영화·드라마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수개월 안에 넷플릭스닷숍을 세계 각국에 론칭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280억 달러(2019년 기준·무역 업체 라이선싱인터내셔널)에 달하는 글로벌 콘텐츠 상품 시장을 노린 전략으로 보입니다. 가뜩이나 콘텐츠 싸움에 공을 들여야 할 마당에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리는 건 어쩌면 무모한 판단일지 모릅니다.
큰 그림 그리는 넷플릭스
하지만 박상주 성균관대(영상학) 교수는 “넷플릭스의 행보를 단순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여겨선 안 된다”며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미디어 중심 기업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OTT 사업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독점 콘텐츠로 확보한 매력적인 IP를 바탕으로 게임·이커머스 사업에서도 선전할 수 있도록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지금 넷플릭스가 주춤하고 있는 건 두번째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일 수 있다.”
넷플릭스 독주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듯했던 OTT 시장은 경쟁업체들이 용틀임을 하면서 변화의 소용돌이에 다시금 빠져들었습니다. 경쟁사들의 반격이 꽤 날카롭지만 이것만 보고 넷플릭스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점치는 건 시기상조인 듯합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여전히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다, 넷플릭스가 준비하고 있는 신규사업들도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의 ‘큰 그림’은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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