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구글 사무실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티가 거의 끝나간다”

최근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빅테크) 기업이 스스로에게 내놓는 경고다.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지만, 전염병 특수가 이제 끝났다는 말이다. 빅테크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곧 실적 부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미국 CNBC 방송이 6일 보도했다.
 
빅테크 기업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역대 최고의 실적을 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오늘날 빅테크들처럼 빠르게 성장한 기업은 자본주의 역사상 없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사람들의 일상이 된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 2019년 9월 홍콩에서 새로 출시된 아이폰11을 사기위해 줄을 서있는 모습.[AFP=연합뉴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CNBC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고 경제가 점차 회복돼 사람들이 현실 세계로 복귀하면서 IT 기업 전반에 걸쳐 ‘팬데믹 붐’이 끝나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쇼핑, 일, 여가를 위해 기술에 덜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 위험이 줄어들자 온라인 쇼핑을 멈추고 여행, 외식 등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람들의 생활이 정상화된 후에도 봉쇄 기간 익숙해진 비대면 디지털 소비습관이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2분기 매출 증가율(이하 전년 동기 대비)은 27%로 지난 1분기(44%), 작년 동기(41%)와 비교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월 중순부터 전자상거래 매출 성장이 30~40% 범위에서 1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3분기 이후에는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도 소비자들의 패턴 변화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 세계 1위 OTT업체 넷플릭스의 2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154만 명으로 1년 전의 10분의 1 수준이다. 또 다른 OTT 회사 로쿠도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자사 플랫폼의 2분기 스트리밍시간이 전 분기에 비해 10억 시간 감소했다고 밝혔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각국에서 방역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백신 보급률이 높은 선진국에선 방역 조치가 강화된다 해도 정부가 지난해처럼 강력한 봉쇄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 있다. 과거와 같은 비대면 생활패턴으로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팬데믹은 끝나지 않아도 ‘팬데믹 붐’은 끝났다는 평가가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등 주요 부품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점도 변수다. 당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발표 직후 “반도체 부족은 주로 맥, 아이패드 공급에 영향을 미쳤다”며 “하반기엔 아이폰 등으로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부품 공급 상황이 이어진다면 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각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 옥죄기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선임했다. 리나 칸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 문제를 연구해 와 ‘아마존 저격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의회도 지난 6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는 5개 법안을 발의해놨다. 유럽과 중국에서도 이른바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막자는 ‘반독점’ 법안과 규제안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FT는 “하반기 빅테크 기업의 실적이 부진해도 당장은 시장점유율 등에서 강력한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다양한 취약점들로 인해 곧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출처: 중앙일보] 팬데믹 파티는 끝났다…IT호황에서 위기 직면한 빅테크 기업들

https://news.joins.com/article/24123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