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물 안 개구리와 토종 OTT
- 머니S 강소현 기자 입력 : 2021.08.08 06:12
개구리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는 우물 안에, 다른 개구리는 연못에 살았다. 연못에 사는 개구리는 항상 친구 개구리를 걱정했다. “우리 같이 연못에 가서 살자. 거긴 여기보다 넓고 안전해”.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사는 곳을 옮기는 게 워낙 힘들잖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최근 상황을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떠오른다. 5000만명이라는 좁은 시장에서 피 터지는 각축전을 벌이면서도 진일보한 방안을 선뜻 내놓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소위 ‘평타’는 칠 수 있는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 모습이다.
어느덧 국내 OTT 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웨이브·티빙·왓챠 토종 OTT 3강 구도에서 최근엔 쿠팡도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각자의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사실 미국에선 이미 5년 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16년 전후 미국에선 CNN과 니켈로디언, HBO 등 모두가 알 법한 유명 채널들 뿐 아니라 글로벌 이커머스 아마존과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즌(Verizon) 역시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이 백기를 들고 시장에서 물러난 가운데 생존자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콘텐츠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체르노빌’, ‘프렌즈’ IP(지식재산권)을 보유한 HBO MAX가 대표적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토종 OTT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넷플릭스는 2016년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경쟁자가 없는 새 시장을 개척하고자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130여개 국가에 진출을 선언했다.
넷플릭스 역시 해외시장 진출의 길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시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다. tvN에서 ‘도깨비’와 ‘응답하라 1988’이 방영될 때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가장 최신의 한국 콘텐츠는 2013년 KBS2에서 방영된 ‘아이리스’였다. 현지화에도 실패했지만 국내에서 이름을 알린 ‘미드’(미국드라마) 역시 라인업에서 제외되면서 ‘빛 좋은 개살구’ ‘속빈강정’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이랬던 넷플릭스가 2017년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로 변곡점을 맞았다. 옥자 공개 직후 넷플릭스의 주간 접속자가 2배 가량 급증했다는 통계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옥자를 필두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넷플릭스는 글로벌 1위 OTT의 자리를 굳혔다.
최근 토종 OTT들도 해외 진출을 고심하고 있다. 왓챠는 지난해 이미 일본 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티빙은 내년 5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미뤄졌지만 웨이브도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 OTT의 사례를 전략서 삼아 토종 OTT는 해외 진출까지 남은 기간 동안 콘텐츠 준비에 몰두해야 할 때다. 현재는 성과가 두드러지는 토종 OTT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 독점 확보한 해외 콘텐츠는 진출과 동시에 무용지물이 된다.
콘텐츠만 제대로 확보한다면 토종 OTT의 성공 가능성은 크다. 한명이 여러 개의 OTT를 구독하는 시장 특성상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도 토종 OTT의 자리는 있다. 오히려 넷플릭스가 다져놓은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구독자의 신뢰는 토종OTT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토종 OTT의 철저한 준비를 기반으로 한 성공적인 우물 탈출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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