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칭 Pick!] “여자는 살림이나 하라고?” 화살로 답한 女 양궁 세계 1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속 화제의 콘텐츠를 발굴, 해설·소개하는 조선일보 ‘왓칭’! 영화·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을 읽을 수 있게 해드립니다.(www.chosun.com/watching)
조선일보 ‘왓칭’의 8월 첫째주 추천작은 ①레이디스 퍼스트 ②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 ③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④승리한 패배자들 ⑤심야괴담회 이다.
◇레이디스 퍼스트 : 내일을 향해 쏴라(2017)
여자양궁 세계 1위 선수는 의외로 한국인이 아니었다. 만 27살 인도의 디피카 쿠마리 선수다. 하지만 유독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다. 앞선 올림픽에 2차례 출전했지만, 노메달에 그쳤다. 이번 올림픽 개인전에서는 8강에서 안산 선수에게 져 탈락했다. 그녀는 메달이 절박하다. 인도에서 극심한 여성 차별과 여혐에 시달리는 그녀는 오직 올림픽 메달만이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자는 집에서 요리하고 살림이나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인도 남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말로 하면, 사람들이 잊어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화살로 답하면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개요 다큐멘터리 l 인도 l 2017년 l 39분
등급 전체 관람가
특징 여자 양궁 세계 1위가 인도인이였다니
평점 IMDB ⭐ 7.2/10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2020)
미국체조협회 여성팀 주치의였던 래리 나사르에게 2018년 최장 17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래리 나사르는 20여년간 여성 체조선수 500명에게 성추행과 성폭력을 저지른 인물. 미시간주 랜싱법원은 156명의 피해자 증언을 경청한 뒤, 나사르에게 엄벌을 내렸다. 이 다큐는 미국에서 가장 명망 높은 올림픽 조직 중의 하나인 미국체조협회의 성 학대 문제를 파헤친 인디애나폴리스 스타 기자, 변호사, 체조선수들의 이야기이다.
당시 피해를 증언했던 카일 스티븐스는 “어린 여자 아이들은 영원히 어리지 않다. 강력한 여성으로 변해 당신의 세계를 박살내려 돌아온다”고 밝혔다. 이 증언은 이후 미투 운동을 상징하는 말로 회자돼왔다. 다큐는 전미체조협회가 성폭력 피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묵살하는 모습, 언론 보도를 통해 피해가 공론화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다. 피해자들은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임을 강조하며 침묵을 거부한다.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2020 l 1시간44분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특징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평점 IMDb⭐ 7.6/10 로튼토마토🍅 100%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
다소 긴 제목 탓에 ‘검블유’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드라마는 포털사이트 업계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일과 사랑 이야기다. 이렇게 설명하면 평면적이고 진부한 드라마 같지만, 2019년 방영된 이 드라마가 수많은 여성에게 오랫동안 공감 받고 회자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방영 당시 시청률 3%대였는데, 넷플릭스에 최근 공개된 이후 곧바로 순위권(6위)에 안착했다.
회사와 학교 선후배로 만난 세 여성의 복잡한 관계가 드라마의 뼈대다. 각자의 일터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그들은 서로 돕기도 하고 으르렁대기도 하는 애증의 관계다. 세 사람의 서사가 충분히 촘촘하게 짜인 탓에 로맨스가 끼어들 틈이 없다. 드라마의 전체 서사 구조에서도 로맨스는 부수적인 요소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들도 로맨스보단 일이 먼저인 ‘워커 홀릭’이다.
모든 주인공이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 “내 욕망엔 계기가 없어. 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란 대사는, 여성은 ‘배신’ ‘질투’ 같은 특정한 동기부여를 겪은 후 비로소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그에 따라 욕망을 갖게 되는 한국 드라마의 뻔한 서사를 비틀었다. 다른 것 필요 없고, 그저 한 명의 직장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요즈음의 30~40대 여성에게 특히 추천하는 드라마다.
개요 드라마 l 한국 l 총 16회 l 회당 67~85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순위권!
◇승리한 패배자들(Losers, 2019)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한다.’ 많은 이들이 승리를 향해 달려가도록 했던 문장이다. 그 과정을 그린 ‘성공 신화’는 여전히 언론과 서점가 등 곳곳에서 인기를 꿰차는 불변의 흥행수표다. 그만큼 우리는 ‘승자’는 환호받고, ‘패자’는 잊혀지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왔다.
이 다큐는 그런 삶의 방식을 뒤집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간 승자를 대대적으로 조명해왔단 기존의 다큐들과 달리 이 다큐는 유독 ‘패자’만을, 그것도 승자독식의 법칙이 강한 스포츠 세계에서 패자로 잊혀졌던 이들만을 인터뷰한다.
그 중 인종차별이 의심되는 판정으로 번번이 우승을 놓쳤던 프랑스 흑인 피겨선수 수리야 보날리가 택한 패배의 교훈은 특히 묵직하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조차 제대로 된 판정을 받지 못 한 이 선수는 지나치게 고난이도라 위험하단 이유로 금지됐던 백플립(뒤로 공중제비하는 기술)을 경기 도중 성공시킨다. 결국 스스로 패배를 택한 꼴이 됐지만, 이 장면을 직접 목격했던 관중들은 그녀를 ‘승리한 패배자’로 기억했다.
우리는 자주 승리는 달콤하고, 패배는 쓰며, 누구도 후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총 8화에 걸쳐 이 다큐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패배’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때로는 승리보다 패배가 더 값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말이다.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총 8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승자’가 아닌 ‘패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평점 IMDb⭐7.7/10,
◇심야괴담회(2021)
무더운 여름엔 역시 공포물 만한 것이 없다. ‘심야괴담회’는 TV 공포물이 자취를 감춘 요즘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방영하는 공포 예능이다. 본인이나 주변인이 겪은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 오싹한 경험담, 섬뜩한 전설이나 괴담을 시청자에게 제보받아 읽어준다.
이 프로그램엔 44명의 방청단 ‘어둑시니’들이 있다. 시청자가 보낸 사연을 고정출연자들과 게스트가 분위기를 살려 소개하고, 어둑시니 44명이 투표를 한다. 가장 많은 촛불을 받은 제보자가 44만 4444원의 상금을 가져간다. ‘토요미스테리’나 ‘전설의 고향’을 좋아했다면 재밌게 볼 수 있다.
개요 예능 l 한국 l 회당 70분 내외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외로울 땐 공포물을… 더 이상 혼자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