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식 '네이버' 유튜브식 '카카오'...같은듯 다른 인터넷 양강의 구독 실험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독 플랫폼을 열고 콘텐츠 유료화 실험에 나선 가운데 서로 사뭇 다른 '타깃 전략'을 들고 나와 주목된다.
공통점은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만을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누구나 창작자로 참여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며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다만 네이버는 구독형의 넷플릭스식, 카카오는 광고형의 유튜브식 모델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양사 모두 이용자 맞춤형 '킬러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콘텐츠 구독 실험...넷플릭스식 '네이버' 유튜브식 '카카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각각 콘텐츠 구독 플랫폼을 열고 유료화 실험에 돌입했다. 네이버는 매달 정액 구독료를 보장하는 넷플릭스식 모델을, 카카오는 창작자들의 광고 수익에 집중하는 유튜브식 모델을 택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프리미엄 콘텐츠' 출시했다. 현재는 일종의 테스트 단계다. 네이버 관계자는 "오는 9월 그랜드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서비스 초기인 만큼 일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그랜드 오픈 이후에는 누구든 가입해서 콘텐츠를 유료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열릴 것이다. 창작자는 텍스트뿐 아니라 오디오, 동영상 등 네이버의 모든 툴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창작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술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네이버가 창작자의 유료 콘텐츠 판매를 위해 기술과 데이터를 지원하고 결제액의 수수료 10%를 떼가는 구조다. 콘텐츠 편집부터 결제, 정산 관리, 데이터 분석, 프로모션 운영 등 툴과 데이터를 통합 제공한다. 네이버가 중소상공인(SME)의 온라인 창업을 돕는 스마트스토어의 콘텐츠 판매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네이버는 구독료 기반 수익모델을 택했다. 콘텐츠 주제나 형식, 상품 구성, 가격 정책은 창작자가 결정한다. 콘텐츠 판매 방식은 단건 판매, 정기 결제를 통한 월간 구독권, 최대 100명까지 함께 이용 가능한 그룹 이용권 등 옵션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기성 언론뿐 아니라 작가, 전문가 등 콘텐츠 생산 주체도 다양하다. 현재 해당 플랫폼에는 전체 46개 채널이 입점한 상황이다.
10년 넘게 네이버뉴스에 밀렸던 카카오는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방식을 꺼내들었다. 카카오톡 하단 세 번째 위치인 샵(#)탭 자리를 콘텐츠 구독 서비스 '카카오 뷰'로 대체한 것. 특히 쇼핑과 함께 카카오 뷰를 하단 탭으로 구성하면서 커머스와 콘텐츠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카카오 뷰는 '뷰'와 'My뷰'로 구성된다. 뷰에서 다양한 창작자의 콘텐츠를 탐색하고 구독을 택하면, My뷰에서 구독하는 콘텐츠 보드를 한눈에 모아보는 형태다. 무엇보다 카카오 뷰는 '큐레이션'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창작자인 '뷰 에디터'가 콘텐츠 큐레이션이 중심이 된다. 뷰 에디터는 뉴스, 영상, 텍스트,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링크를 모아 보드 형태로 발행하는 역할을 한다. 카카오TV, 티스토리, 다음뉴스 등 카카오의 서비스뿐만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외부 서비스를 연결해서 큐레이션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카카오 뷰는 현재 광고 위주의 수익모델을 구축했지만 향후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뷰 에디터에게 자신의 보드를 받아보는 이용자 수나 보드 노출 수 등에 따라 My뷰 공간의 광고 수익을 배분한다. 향후 이용자의 후원이나 유료 콘텐츠 발행 등의 수익모델 추가도 예정돼 있어 유튜브식 수익모델과 유사한 형태를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킬러 콘텐츠' 발굴 필수적...'개인화 역량'이 승부 가를 것
네이버와 카카오가 콘텐츠 유료화 실험에 나선 이유는 획일화된 뉴스 유통 방식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화 콘텐츠를 원하는 시장 니즈가 급증한 탓이다.
특히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가 유력 콘텐츠와 창작자(인플루언서)를 끌어 들여 플랫폼 가치를 높인 것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다. 자사 플랫폼에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판을 깔아두면 그들이 생산하는 양질의 콘텐츠 유통권까지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구독 소비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글로벌 구독경제 현황과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 76.3%가 구독 서비스 이용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73.5%) ▲30대(78.4%) ▲40대(76.4%) ▲50대(69.2%) ▲60대 이상(71.0%) 등으로 구독 소비는 전연령층에서 이용 경험이 높다.
구독 경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계 구독경제 시장은 연평균 68%씩 성장해 2025년 4782억 달러(약 54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구독 시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원으로 54% 증가했다.
다만,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창작자를 유치하고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과제로 남았다. 핵심은 타 플랫폼에서 찾을 수 없는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포털,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타깃 독자를 잘 설정하고 그들의 관심사를 분석하는 '개인화 역량'이 성공을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돈 내고 볼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선 플랫폼 이용자의 취향과 수요에 관해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쪼개 분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며 "기존의 콘텐츠는 많은 사람에게 소구되는 범용 콘텐츠를 지향했지만, 유료 구독 콘텐츠는 이와 달라야 한다. 기존 범용 콘텐츠가 충족시켜주지 않는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알아내고, 이 지점을 충족시킴으로써 이용자들의 '페이포인트'(pay point)를 적중하는 플랫폼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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