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진짜 게임 업계 경쟁자로
넷플릭스가 게임 사업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람들의 여가 시간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넷플릭스와 게임 업계가 이제 게임으로도 한 판 붙게 된 셈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입자 수가 2억 900만 명을 넘어선 OTT(Over The Top) 서비스 선두 업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에만 약 3,70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모았다.
넷플릭스 로고 (제공=넷플릭스)
다만 최근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154만 명으로 1년 전 신규 가입자 수 1,010만 명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어마어마하다. 같은 시기 북미 지역에서는 43만 명이 넷플릭스를 떠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으로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팬데믹 특수효과가 이제는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업계 2위인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4월 초 기준으로 1억 36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를 빠르게 추격하며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주주 서한을 통해 “게임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게임을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과 같은 새로운 콘텐츠 카테고리로 보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게임 시장에 진출하고 게임을 현 상황의 타개책 중 하나로 삼겠다는 이야기다.
관련해 넷플릭스는 최근 EA와 페이스북에서 게임 사업을 경험한 마이크 버듀를 게임 개발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해외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몇 달 안에 게임 팀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넷플릭스는 이미 제품의 혁신을 이끌어줄 디렉터 모집에 나서고 있다.
게임 서비스 제공은 내년 정도가 목표이며, 게임 시장 진입 초기에는 모바일 기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추가 비용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넷플릭스 LA본사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서 시장에서의 반응은 아직 물음표다. 게임 제작과 TV쇼의 제작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TV쇼나 오리지널 콘텐츠는 외부에 제작을 맡기고 스트리밍만 넷플릭스를 통해 진행하면 된다.
반면 게임을 직접 제작해 배급하려고 하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게임 한 작품을 제작한 데 들어가는 비용과 인력도 어마어마하다. 트리플 A급의 게임 제작에는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되고 모바일 게임도 수백억은 우습다.
게다가 구글 스태디아, 애플 아케이드 등 기존 거대 사업자들이 선보인 게임 관련 서비스가 시장에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요소다.
다만 넷플릭스가 가진 게임 사업의 가능성에는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는 기존의 게임 구독 서비스를 월등히 뛰어넘는 유료 가입자를 보유한 것이 강점이다. 넷플릭스가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면 이를 경험하고 평가해줄 유료회원이 2억 명이 넘는다.
가장 성공한 형태의 게임 구독 모델로 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게임 패스 가입자 수는 2021년 1월 발표 기준 1,800만 명이다. 넷플릭스의 10분의 1도 안되는 규모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섣부른 예측은 힘들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물론 게임 패스처럼 외부 게임을 입점하는 형태의 모델을 구축하는 등 넷플릭스가 가져갈 방법과 수도 다양하다.
구글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내려받아 즐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넷플릭스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산업과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게임을 서비스하겠다고 선언한 넷플릭스의 행보가 전혀 이상하지도 않다. OTT 시장을 넘어 게임 시장으로까지 진출을 선언한 넷플릭스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