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시청자·광고주 많이 떠났는데…‘KBS 수신료 인상’ 과연 정당한가
입력 : 2021.07.25 22:05 수정 : 2021.07.25 22:0
박동흠 | 회계사
한국방송공사(KBS)가 월 2500원이던 수신료를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액적으로 크지 않지만, 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요금을 한번에 50% 이상 올리겠다고 하니 시청자들의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다른 방송국과 달리 KBS는 공영방송사이기 때문에 수신료의 당위성이 있었지만 최근 격변하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보면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종합편성채널 및 케이블 방송사가 증가하면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은 꾸준히 넓어져왔다. 무엇보다 미디어 시장의 판도를 확 바꿔 놓은 것은 무선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이다. 이에 따라 방송사의 가장 큰 수입원인 광고수익도 많이 줄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2020년 지상파TV의 광고비는 1조1369억원이다. 이는 2017년에 비해 4000억원 가까이 감소한 수치이다. 그렇다고 광고비 총액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경제 성장에 따라 광고비 총액은 3년 전보다 8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그럼 광고주들은 광고를 어디에 실었을까?
종편 및 케이블방송 매체의 증가에 따라 여기에 실리는 광고가 많이 늘어났다. 제일기획의 종편 및 케이블의 광고매출은 1조8606억원으로 지상파보다 약 7000억원 이상 많다. 채널 수가 많기 때문에 총액은 크지만 방송국 1개당 매출액은 당연히 지상파보다 훨씬 적다.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모바일이다. 각종 매체에 대한 광고비 총액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32%에 달한다. 광고비 총액 12조원 중에서 4조원 가까이가 모바일에 집행되었고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TV시장의 광고매출 감소와 함께 눈에 띄는 또 한 가지는 TV홈쇼핑의 실적저하이다. 모바일의 발달로 당연히 소셜커머스나 전자상거래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홈쇼핑기업들은 역성장 추세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 TV시장은 아직도 타성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공적인 방송을 제작하기 때문에 수신료를 받아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소비자 및 광고주 대부분은 이미 TV시장을 떠난 지 오래다. 방송에 대한 신뢰성도 많이 떨어졌고, 여러 매체를 통해 양질의 정보와 뉴스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TV 예능보다 훨씬 재미있는 여러 콘텐츠들이 모바일에 넘쳐나고 있으니 굳이 시간 맞춰 TV 앞에 있어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러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우리가 수신료를 내야 하는가’라는 반문을 할 수밖에 없다.
KBS는 그동안 방만경영으로 항상 도마에 올랐다. 1인당 평균 급여만의 문제는 아니다. KBS는 약 4500명의 직원이 수신료를 제외한 742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이는 비슷한 매출규모인 SBS, MBC의 임직원 수가 각각 983명, 1705명이라는 점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KBS의 전체 매출액 1조4342억원 중 6790억원이 수신료 수입인데 50%를 올리면 KBS는 매출액이 2조원을 넘게 되고 전체 매출액의 57%가 수신료가 되는 셈이다.
KBS는 수신료 인상 주장에 앞서 경영상태부터 점검하고 낭비 요소를 제거하여 비효율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민간 기업처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하는 모습 없이 수신료를 많이 올려달라고 하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