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칭] 사람 잡아먹는 거대 괴물 피해 첫사랑 찾아나선 남자의 운명은
프리드리히 니체는 말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고. 정말 그럴까. 죽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럽기만 한 건 아닐까. 아마 정답은 없으리라. 그래도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을 제시하려는 영화가 여기 있다.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메시지는 유치하지 않은 이 영화. 넷플릭스의 ‘러브 앤 몬스터즈’다. 사랑과 괴물이라니, 사실 제목부터 조금 유치하다. 심오하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았지만, 유치한 B급 감성 마케팅으로 흥행에 참패했던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생각날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 일단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메시지도 단순하지만, 깔끔하다. 설정도 아주 특이한 건 아니지만, 왠지 눈길이 간다. 영화를 소개하는 멘트부터가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은 괴물로 인해 망했다.’ 인류가 괴물에 정복당한다는 세계 종말 설정 자체는 아주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지구로 날아오는 운석을 막기 위해 온갖 화학미사일을 우주로 쏘아 올린 탓에, 돌연변이 거대 꽃게와 두꺼비들이 생겨나면서 인류를 멸망시켰다는 설정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대부분 인류가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살아남은 소수 생존자는 저마다 마련한 피난처에 살고 있다. 주인공 조엘은 지하 벙커에서 7년째 살고 있다. 그는 대단한 ‘쫄보'다. 어쩌다 괴물이 벙커를 습격하더라도, 그의 동료들은 조엘에게 같이 싸워달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서지 말라고 말린다. 중요한 순간에 긴장해서 얼어버리는 탓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순애보가 있는 쫄보다. 돌연변이 괴물들이 본격 활개치면서 인류 멸망이 시작되던 날. 조엘은 그날 한 여자와 나눴던 달콤한 데이트를 떠올린다. 난리통에 그녀와 떨어지고 나서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녀를 잊지 못한다. 조엘은 통신장비를 이용해 기적적으로 그녀가 다른 피난처에 살아남았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벙커로부터 무려 135km나 떨어져 있다. 그가 가야 할 길에는 괴물 꽃게와 거대 개구리, 초대형 지네 따위가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이 쫄보는 결심한다. 사랑을 찾아 떠나야겠다고. 동료들은 “잘 훈련된 무장 수색대원도 80km 이상 가긴 힘들다. 하물며 너는···”이라며 그를 말린다. 하지만 그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이 세상에서 나를 유일하게 행복하게 해줬던 사람이 겨우 135km 밖에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생존 가능성은 제로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렇게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산을 건너고, 강을 건너는 조엘의 대모험은 시작된다. 그는 이 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보통 세계 종말을 테마로 한 작품들에서 주인공은 대단히 똑똑하거나 특별한 능력을 통해 기가 막힌 생존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주인공은 오히려 같이 살던 집단에서도 가장 무능하고 겁 많은 쫄보다. 하지만 그런 찌질한 면을 보면서 오히려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은 더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결론을 추측해 봤지만, 예상 가능할 것 같으면서도 계속 궁금해졌다. 끝내 그 결말을 보고 나서는, 무릎을 탁 칠만 한 대단한 반전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썩 괜찮은 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엘 역할을 맡은 딜런 오브라이언은 영화 ‘메이즈 러너’의 토마스를 맡았던 배우다. 괴물을 피해 달리는 장면이 더 실감 나는 건 그의 뜀박질 연기가 한몫했던 셈이다. 괴물로 등장하는 두꺼비, 달팽이, 지네 등의 퀄리티 수준도 제법 훌륭하다. 몰입감을 방해하지 않고 보는 맛을 살려준다. 특히 중간에 조엘의 동료로 등장하는 견공 ‘보이’의 연기력도 돋보인다. 무슨 개가 저렇게 연기를 잘하나 싶었다. 사랑을 찾아나선 모험을 그리고 있지만, 단순한 로맨스물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의 성장기에 가깝다. 명작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쉽지만, 재미, 감동, 교훈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작품이다.
개요 액션 l 미국 l 2020 l 1시간49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특징 위험한 괴물들을 피해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
평점 IMDB 7.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