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가입자 6분의 1토막… ‘넷플릭스 킹덤’ 질주 멈췄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절대 강자인 미국 넷플릭스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급격히 늘었던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된 데다 디즈니플러스·HBO맥스·애플TV 플러스 같은 경쟁사들이 유료 가입자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넷플릭스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20일(현지 시각) “올 2분기에 매출 73억4178만달러(약 8조4000억원)와 순이익 13억5301만달러(약 1조55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작년 2분기보다 각각 19.4%, 88% 증가했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유료 가입자 숫자가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올 상반기에 550만 신규 가입자를 유치했다. 2013년 이후 가장 저조한 수치다. 2분기 신규 가입자는 154만명으로 코로나 유행이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1010만명의 6분의 1로 급감했다. 핵심 시장인 북미에서는 오히려 가입자가 43만명이나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당초 미국 월가는 넷플릭스가 인기작 ‘위쳐’ ‘종이의 집’ 등의 후속작을 내놓으며 3분기에 55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새로 유치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보다 훨씬 낮은 350만명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실적 발표 후 뉴욕 증시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4% 이상 하락했다가 겨우 반등했다.
넷플릭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동영상 시장은 유료 TV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되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우리는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긴 활주로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의 독주와 고성장이 사실상 멈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에 쏠렸던 사용자들의 관심이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HBO맥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이들은 강력한 콘텐츠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콘텐츠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마블이라는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팔콘과 윈터솔저’ ‘블랙위도우’ ‘완다비전’ 같은 히트작을 쏟아내며 넷플릭스 가입자를 빼앗고 있다. 할리우드 명가인 MGM 스튜디오를 인수한 아마존, 콘텐츠 자체 제작을 확대하고 있는 애플도 가입자 수를 늘리고 있다. 영화사 패러마운트를 보유한 비아콤CBS와 유니버설스튜디오를 가진 컴캐스트도 동영상 서비스를 위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미국 온라인 동영상 시장 점유율은 2018년 50%에서 올해 30.8%로 급감했고, 내년에는 28.4%까지 떨어지면서 디즈니플러스(27.1%)에 따라잡힐 전망이다.
◇국내도 레드오션화 우려
넷플릭스는 2분기 실적 발표일 “비디오게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넷플릭스 구독자에게 공짜로 모바일 게임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콘솔(게임기)용 게임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넷플릭스의 게임 사업은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가입자 이탈을 막는 보조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히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는 미국 온라인 동영상 시장 상황이 국내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국내 통신·온라인 동영상 업체들은 시장 1위 넷플릭스 타도를 목표로 콘텐츠 제작과 제휴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SK텔레콤과 방송사들은 OTT 서비스 ‘웨이브'에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KT도 ‘시즌’에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향후 5년간 5조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고, 2023년까지 100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미국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지만, 한국산 콘텐츠는 시장이 제한적”이라며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될 만한 콘텐츠에 집중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