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OTT 3색 전략 “베팅하거나 떼내거나 제휴하거나”
- 기자명
입력 2021.07.20 12:35
같은 듯 다른 이통3사 OTT 전략
헤외 OTT와의 경쟁 버틸 수 있나
‘본방사수’는 옛말이 됐다. OTT 시장이 커지면서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든지 볼 수 있어서다. 국내외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는 OTT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이유다. 흥미롭게도 이곳엔 국내 이동통신사 3사도 참전해 있다. 투자·분사·제휴 강화 등 각자의 전략으로 국내 OTT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누가 승전보를 울릴지는 알 수 없다. 막강한 콘텐츠를 지닌 글로벌 OTT와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Over the Top)의 성장세가 무섭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강해진 언택트(Untact) 바람은 OTT 성장세를 더 부추겼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에 따르면 2017년 36.1%에 불과했던 OTT 이용률은 지난해 66.3%로 껑충 뛰어올랐다. OTT 시장의 경쟁이 부쩍 치열해진 이유다.
현재 시장에서 각축전을 펼치는 OTT는 넷플릭스(Netflix),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3사가 합작한 웨이브(Wavve), KT의 시즌(Seezn), CJ ENM이 만든 티빙(TVING), 왓챠(Watcha), 쿠팡이 내놓은 쿠팡플레이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중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이통3사의 OTT다.
이들은 OTT의 주요 시청 통로인 스마트폰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다 IPTV 사업까지 펼치고 있어서다. [※참고: 지난해 이통3사 IPTV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52.7%로 가입자는 1825만4930명에 이른다. KT의 점유율이 22.7%(가입자 787만2660명)로 가장 높았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각각 16.0%(554만6012명), 13.9%(483만6258명)로 KT를 뒤쫓고 있다.]
이통3사 중 OTT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가수 아이유를 웨이브의 새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투자도 공격적이다. 2019년 출범(옥수수+푹) 당시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웨이브는 지난 3월 투자금액을 1조원(2025년까지)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에 투자금을 쏟아부어서라도 웨이브를 글로벌 OTT로 키우겠다는 거다.
웨이브는 2024년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고,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청사진도 마련해놨다. 문제는 돈이다. 웨이브는 가용할 수 있는 자금과 콘텐츠 수익의 재투자, 투자 유치 등을 통해 1조원의 투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웨이브의 지난해 유동자산은 2376억원으로 이중 현금성자산은 1218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의 투자를 위해서는 어림잡아 7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더 필요하다.
콘텐츠 수익을 재투자하는 것도 현재로선 난제다. 이 문제는 넷플릭스의 2020년 실적을 통해서 어림잡을 수 있다. 넷플릭스서비스코리아는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언뜻 큰 수치인 듯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국내 콘텐츠에만 3331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실제로 넷플릭스서비스코리아의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3억원에 머물렀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넷플릭스가 ‘실속’을 차리지 못했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SK텔레콤 역시 투자금 유치가 뜻밖의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막강한 콘텐츠를 지닌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와 워너미디어의 ‘HBO맥스’까지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건 좋지 않은 변수다. “큰손들이 웨이브의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1조원 투자 선언한 웨이브
그럼 KT와 LG유플러스의 상황은 어떨까. KT는 OTT ‘시즌’의 분사를 진행하고 있다. OTT 분야를 떼어내 육성하겠다는 전략에서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KT식 미래플랜의 일환이다.
KT는 2023년까지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드라마 IP(지식재산권)를 100개 이상 확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투자 규모는 오리지널 타이틀 100개 정도”라며 “투자규모는 50억원부터 5000억원까지 다양하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국내 다른 기업의 투자 규모보다 많은 금액을 베팅할 것”이라며 “KT의 콘텐츠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때까지 지원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쩐錢의 전쟁’을 선포한 셈인데, 그렇다고 시즌의 미래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2023년까지 쏟아붓겠다는 4000억원은 넷플릭스가 올해 국내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5억 달러(약 5600억원)보다도 적다. 콘텐츠 제작사가 시즌을 비롯한 국내 OTT보다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선호한다는 것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상주 성균관대(영상학과) 겸임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드라마 제작사는 여전히 넷플릭스를 선호한다. 일단 제시하는 제작비가 다른 업체에 비해 월등히 많다. 방향이 정해지면 제작 과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도 제작사가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이유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해외로도 송출한다. 제작사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LG유플러스는 독자적인 OTT 육성보다는 해외 OTT와의 협력을 선택했다. 넷플릭스(2018년), 유튜브(2020년)와 제휴한 데 이어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디즈니플러스와도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6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우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기업과의 협업 성공 사례가 많다”며 “우리가 만든 OTT를 제공하는 것보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OTT와의 경쟁 버틸 수 있나
하지만 이 전략도 장단점이 뚜렷하다. 독자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지만, 콘텐츠 제작사와 통신사 사이의 분쟁(프로그램 사용료, 수신료 분쟁 등)이 격화하고 있다는 점은 위험요인이다. 지난 6월 CJ ENM과 수신료 분쟁을 벌이던 LG유플러스가 CJ ENM 채널(10개)의 실시간 방송 송출을 중단한 건 대표적 사례다.
OTT 업계 관계자는 “OTT의 인기가 커질수록 콘텐츠 제작사들은 높은 수신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외부 OTT 기업의 콘텐츠를 유통할 수밖에 없는 LG유플러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통3사의 OTT 전략은 서로 다르다. SK텔레콤은투자를 전면에 내세웠고, KT는 분사를 통해 ‘독립경영’을 콘셉트로 앞세웠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자체 제작이 아닌 해외 OTT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역할에 전념하겠다는 플랜을 세웠다. 누구의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한가지 확실한 건 누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릴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경쟁자가 강력한 데다, 시장이 격변하고 있어서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