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불복 항소” vs “별도 소송 맞불”… ‘망 사용료 전쟁’ 장기화 예고
게재 일자 : 2021년 07월 19일(月)
넷플릭스 “법적인 근거 안 밝혀
망 중립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SK브로드 “1심 판결 불구하고
지급 이행 안 하면 청구 소송”
국회 ‘망 무임승차 방지법’발의
과기부도 9월 가이드라인 공개
지난달 25일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항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양사 간 법정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SK브로드밴드가 1심 결과를 토대로 항소에 대응하는 것과 별개로 넷플릭스의 망 이용 대가 지급 의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이를 청구하는 소송도 진행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갈등이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1심 소송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 기한(16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넷플릭스는 1심 재판부가 콘텐츠사업자(CP)와 인터넷사업자(ISP) 사이의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자신들에게 망 사용 대가 지급이라는 역할까지 과도하게 부여했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CP는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ISP는 소비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원활히 전송할 역할을 맡는다”며 “그런데도 1심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연결의 역무를 제공했고 넷플릭스가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대가 지급 의무 등 채무는 계약·법령 등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법원이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망 이용 대가가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도 재차 들고 나왔다. 1심 판결이 CP나 이용자 입장보다는 국내 ISP 이권 보호를 우선시했다는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항소에 따른 법정 대응에 이어 반소로 맞불까지 놓겠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서비스의 유상성과 넷플릭스의 망 이용 대가 지급 채무는 1심 판결에서 명확하게 인정됐다”며 “넷플릭스가 당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1심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빈틈없이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만약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망 이용 대가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망 이용 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대형 CP에 망 이용 대가 지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이른바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법’도 발의됐다. 앞서 대형 CP에 인터넷 서비스 안정성 조치 의무를 골자로 하는 ‘넷플릭스 법’이 마련됐지만,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글로벌 CP들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들에 대한 망 관련 의무를 강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개정안은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자사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경우 망의 구성, 트래픽 발생량 등을 고려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망의 연결을 받거나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했다.
대형 CP의 ‘합리적 망 이용 대가 지급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글로벌 사업자가 트래픽 유발 규모에 상응하는 망 이용 대가 지급을 거부할 경우 결국 이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다른 중소 CP와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또 미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면서 국내에서는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역차별 행위는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가 국내 전체 인터넷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보다 훨씬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구글(23.5%), 넷플릭스(5%), 페이스북(4%) 등 글로벌 CP는 지난해 발생한 국내 트래픽의 약 32.5%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과기부도 대형 넷플릭스법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오는 9월 공개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국내외 CP들의 의무가 구체적으로 담길 전망이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