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쏟아내는 거위' 웹툰·웹소설, 네이버와 카카오는 글로벌 콘텐츠를 두고 전쟁 중
[IT동아 정연호 기자]
출처=넷플릭스 포스트
한국 제작 웹툰(K-웹툰)은 신(新)한류를 이끌어 나가는 대표 콘텐츠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웹툰은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과 미국 공략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 콘텐츠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등은 세계로 뻗어 나가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음웹툰 원작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지난해 3월 일본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장기간 일간 순위 TOP10에 들었으며, 대만/홍콩/싱가포르 등에선 종합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웹툰 원작의 드라마 ‘스위트홈’도 공개 4일 만에 해외 13개국 넷플릭스에서 일간 순위 1위에 올랐다.
웹툰과 더불어 웹소설도 매력적인 원천IP(지식재산권)를 발굴할 수 있는 산업이다. 인기 웹소설은 웹툰이 되고, 웹툰이 흥행하면 다시 영화 및 드라마로 제작된다.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넘은 싱숑 작가의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동명의 웹툰이 출시됐으며, 영화화도 결정된 상태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인기 웹툰으로 누적 조회수 2억 뷰를 넘긴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김명미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후로 TV 드라마가 제작돼 2018년에 방영됐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웹툰과 웹소설을 영화, 드라마 및 다양한 2차 콘텐츠로 재창작하는 전략을 원소스멀티유즈(OSMU 하나의 자원을 토대로 다양한 사용처를 개발)라고 한다. 이미 업계에선 잘 만든 작품 하나(웹툰, 웹소설)가 10가지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는 상황이다.
검증된 인기, 웹툰과 웹소설
인기 웹툰과 웹소설은 독자로부터 흥행을 검증받은 IP다. 웹툰 통계 사이트 웹툰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재되는 웹툰 작품 수는 7만 개가 넘는데, 인기 웹툰은 그 많은 작품 중에서도 살아남은 IP인 것이다. 인기가 보장된 IP인 만큼 다른 콘텐츠로 확장할 때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으며, 원작 팬층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웹툰과 웹소설은 타 콘텐츠 대비 제작비가 낮아 실패에 따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땐 촬영 장비, 장소, 배우, 스태프 등을 위한 막대한 제작비가 소요되지만, 웹툰과 웹소설은 방대한 판타지 세계관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고 작가 원고료를 제외하면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덕분에 웹툰과 웹소설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으며, 어떤 콘텐츠가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낼지 시험하는 ‘테스트베드(시험무대)’로도 적합한 것이다.
연재 중에 댓글과 열람자 수 등의 피드백을 볼 수 있어 소비자의 반응을 웹툰, 웹소설에 반영하기에도 좋다. 애초부터 플랫폼이 제작을 주도해서 작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데이터를 통해서 독자 취향을 분석한 뒤, 웹툰, 웹소설을 계속 소비하도록 이끄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작품에 적용하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슈퍼IP 쟁탈전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툰 유통 플랫폼에서 벗어나 유망한 원천IP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회사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 사는 글로벌 웹툰, 웹소설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원천IP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가 즉각적인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인기가 보장된 슈퍼IP를 발굴하기 위한 경쟁에서 양쪽 모두 쉽게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출처=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5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의 지분 100%를 약 6억 달러(원화 약 6,500억 원)에 인수하면서, 570만 명의 창작자와 10억 개의 작품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최근 네이버는 네이버웹툰 스튜디오와 왓패드 스튜디오를 통합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1,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IP 비즈니스 기금도 조성해, 북미를 중심으로 인기 IP를 영상화하는 사업을 진행할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에 투자할 계획이다.
원작 웹툰과 영화제작을 연결하는 네이버웹툰의 IP 브릿지컴퍼니 '스튜디오N'과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가 글로벌 프로젝트 영역에서 협업하면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네이버는 CJ EMN의 OTT(Over The Top 인터넷 기반 콘텐츠 제공 서비스) 티빙에 지분투자를 하면서 협력을 강화한 바 있는데, 왓패드 등에서 제작한 네이버의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는 티빙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카카오
카카오도 날카롭게 추격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각각 5억 1,000만 달러(원화 약 6,000억 원), 4억 4,000만 달러(원화 약 5,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확보한 원천IP를 통해서 북미 시장을 공략해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카카오는 웹툰과 웹소설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와 연예 기획사와 제작사 등을 보유한 카카오M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를 출범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과 제작 그리고 유통까지의 과정 전체를 내재화해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다. 카카오엔터의 웹툰·웹소설을 카카오M에서 영화·드라마 등으로 제작하면, 카카오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TV를 통해 유통하는 식이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천IP를 확보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이 모든 단계를 구축하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카카오 내부에 형성해서, 우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수익 확보에도 효율적일 것”이라면서 “원천IP를 영상으로 제작하고 유통할 때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 한 회사안에서 처리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IP 확보부터 제작까지의 밸류체인을 구축한 경우, 콘텐츠 제작 속도를 조율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웹툰과 웹소설 등이 인기를 끌기 전부터, 영상 콘텐츠를 함께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런 밸류체인을 통해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카카오엔터의 인기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본 사람들의 데이터를 영상제작과 유통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타기팅(Targeting)을 통해서 좀 더 효율적인 제작과 유통이 가능해지며, 카카오톡 사용자의 특성에 맞게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