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전진기지가 된 ‘웹툰’
입력 2021-07-13 06:57:00
‘이태원 클라쓰’ ‘승리호’ ‘스위트홈’(왼쪽부터)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국내외에서 흥행하면서 원작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JTBC·넷플릭스
웹툰 ‘딥’, 한·미 동시 드라마 제작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등 흥행
드라마·영화의 원천 IP로 자리매김
웹툰 플랫폼 해외진출로 경쟁력 확장
최근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한국의 웹툰 ‘딥’(DEEP)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보도했다. ‘딥’은 오래전 실종된 가족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미국에서는 작품의 캐릭터와 설정을 두고 새 내용을 그리는 스핀오프 드라마로 제작된다. 할리우드 마블스튜디오의 ‘토르:천둥의 신’과 ‘엑스맨:퍼스트 클래스’ 등 시나리오의 작가 잭 스텐츠가 대본을 쓰기로 해 눈길을 끈다. 한국 웹툰의 드라마·영화 등 영상화에 대한 현지의 관심을 말해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만화산업 백서’는 “한국의 많은 드라마·영화 제작사가 웹툰을 영상화”하는 가운데 “한국 웹툰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해줄 수 있는 원천 IP(지적재산권)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딥’처럼 웹툰이 또 다른 한류의 전진기지가 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실제로 ‘이태원 클라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여신강림’ ‘스위트홈’ 등 드라마와 영화 ‘승리호’ 등은 웹툰을 원작 삼아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과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흐름은 더욱 가속화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웹툰 원작 드라마를 제작, 전 세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의 OTT 애플TV플러스가 제작하고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는 ‘Dr. 브레인’도 마찬가지다.
모두 한국 웹툰에 대한 해외의 관심에서 출발한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 웹툰이 “2000년대 초반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만화를 선보이기 시작해 세계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내놓은 ‘2020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 보고서는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의 웹툰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환경에서 더욱 큰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웹툰 플랫폼의 활발한 해외 진출도 힘을 보탠다. ‘2020 만화산업 백서’는 미국 등 해외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들이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성과를 거둔 웹툰 플랫폼이 영향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어 점차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로 네이버의 라인웹툰이 2014년 미국에 진출해 4년 만에 월 방문자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한국 웹툰은 해외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웹툰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자유로운 상상력과 이용의 수월함 ▲‘댓글’ 등 독자와 소통을 통한 유연한 표현 ▲시각적 이미지 등으로 수많은 국내외 수용자들을 확보해왔다. 웹툰 스토리가 이미 대중성을 검증받았음을 뜻한다. 따라서 웹툰의 드라마·영화화는 이를 바탕삼아 더욱 직접적인 흥행을 겨냥할 수 있게 된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2020 한류백서’(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웹툰 기반 드라마는 팬덤을 공유하고 확장하며 상호 소비를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안정적 팬덤을 기반으로 흥행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