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or순한맛…지상파 드라마, 생계 걸린 딜레마
지상파 채널들은 드라마 제작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부진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미 없다"는 시청자들의 인식은 굳어져 가고, 방송사 내부에서는 시스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선뜻 파격적인 해결책을 이행하기엔 한계도 있다.
지상파 프라임 타임에 편성된 미니시리즈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보장해주던 때는 벌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되어버렸다. 5% 내외면 평범하고, 10%를 넘으면 소위 대박 작품이다. 1~2%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도 적지 않다. 최근 방영 중인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최고 시청률 2.6%이며, 지난 5월 종영한 MBC '오! 주인님'은 0%대 시청률이라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이 가운데에도 빛을 보는 지상파 드라마들이 있다. KBS는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가 강세다. '오! 삼광빌라'에 이어 '오케이 광자매'도 평균적으로 30%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미스 몬테크리스토'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놓치지 않았다. SBS는 지난해에 이어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대히트를 쳤다. 최고 시청률 30%대에 육박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사이 '모범택시' 역시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상파 히트작들에 호평만 쏟아지는 건 아니다. 해당 작품들은 다소 자극적인 설정, 잔인한 묘사, 예상치 못하는 정도를 넘어 개연성이 조금 부족한 전개 등에 의해 부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한다.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작품도 꽤 많다.
달리 말해 19금, 막장 등이 통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기에 지상파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재미만을 추구하기에는 내부 심의 기준이 가로막고 있고, 기준을 그대로 따르자니 연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 한 지상파 관계자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을 설정하더라도 담배 한 개비도 못 피운다. 그게 말이 되나"라며 "애초에 대본이 재미있어도 심의 기준 때문에 수정되거나 가로막히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OTT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요즘 지상파 채널은 더욱 조급하다. 해당 관계자는 "요즘 안 그래도 TV로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줄었는데, 드라마가 재미 있어야 보지 않겠나. 넷플릭스, 유튜브에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많은데, 지상파 드라마 제작,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하면 드라마 제작에 대한 딜레마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소위 "재미 없다"는 평가가 짙어지면서 광고주들의 냉랭한 시선도 피할 수 없기 때문. 이에 제작비를 보전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 됐다. 투자할 수 있는 제작비를 늘릴 수는 없는데, 여타 플랫폼 오리지널들에는 자본이 쏟아지고 있어 지상파 드라마들은 코너에 몰렸다.
다만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심의의 필요성을 전면 부인할 수는 없다. 공익의 가치를 추구하는 지상파 채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 이러한 책임이 무겁기에 심의 기준을 쉽게 풀어줄 수는 없다.
이처럼 거대 자본, 자극적인 흥미로 시선을 사로잡는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서, 지상파 드라마들은 깊은 수렁에 빠졌다. 코너에 몰린 지상파 드라마들의 안타까운 곡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사진제공 = SBS, KBS, MBC]
YTN star 오지원 (bluejiwon@ytnplus.co.kr)
지상파 프라임 타임에 편성된 미니시리즈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보장해주던 때는 벌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되어버렸다. 5% 내외면 평범하고, 10%를 넘으면 소위 대박 작품이다. 1~2%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도 적지 않다. 최근 방영 중인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최고 시청률 2.6%이며, 지난 5월 종영한 MBC '오! 주인님'은 0%대 시청률이라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이 가운데에도 빛을 보는 지상파 드라마들이 있다. KBS는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가 강세다. '오! 삼광빌라'에 이어 '오케이 광자매'도 평균적으로 30%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미스 몬테크리스토'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놓치지 않았다. SBS는 지난해에 이어 '펜트하우스' 시리즈가 대히트를 쳤다. 최고 시청률 30%대에 육박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사이 '모범택시' 역시 꾸준히 1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상파 히트작들에 호평만 쏟아지는 건 아니다. 해당 작품들은 다소 자극적인 설정, 잔인한 묘사, 예상치 못하는 정도를 넘어 개연성이 조금 부족한 전개 등에 의해 부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한다.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작품도 꽤 많다.
달리 말해 19금, 막장 등이 통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기에 지상파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재미만을 추구하기에는 내부 심의 기준이 가로막고 있고, 기준을 그대로 따르자니 연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 한 지상파 관계자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을 설정하더라도 담배 한 개비도 못 피운다. 그게 말이 되나"라며 "애초에 대본이 재미있어도 심의 기준 때문에 수정되거나 가로막히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OTT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요즘 지상파 채널은 더욱 조급하다. 해당 관계자는 "요즘 안 그래도 TV로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줄었는데, 드라마가 재미 있어야 보지 않겠나. 넷플릭스, 유튜브에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콘텐츠들이 많은데, 지상파 드라마 제작, 연출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현실적인 사정을 고려하면 드라마 제작에 대한 딜레마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소위 "재미 없다"는 평가가 짙어지면서 광고주들의 냉랭한 시선도 피할 수 없기 때문. 이에 제작비를 보전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 됐다. 투자할 수 있는 제작비를 늘릴 수는 없는데, 여타 플랫폼 오리지널들에는 자본이 쏟아지고 있어 지상파 드라마들은 코너에 몰렸다.
다만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 심의의 필요성을 전면 부인할 수는 없다. 공익의 가치를 추구하는 지상파 채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 이러한 책임이 무겁기에 심의 기준을 쉽게 풀어줄 수는 없다.
이처럼 거대 자본, 자극적인 흥미로 시선을 사로잡는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서, 지상파 드라마들은 깊은 수렁에 빠졌다. 코너에 몰린 지상파 드라마들의 안타까운 곡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사진제공 = SBS, KBS, MBC]
YTN star 오지원 (bluejiwon@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