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IOTA가입]① 역사상 첫 비유럽권 회원국은 ‘KOREA’…디지털 혁명, 룰 바꿨다
디지털 경제의 대안 ‘통합전산시스템’…최선두는 한국
IT전문가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한국을 지목하다
- 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 등록 2021.07.06 19:18:14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세금의 역사는 국가의 역사와 함께했다. 그리고 2021년, 세금의 역사에서 첫 변곡점이 발생했다.
한국 국세청은 역사상 최초로 유럽조세행정협의기구, 통칭 아이오타(이하 IOTA, Intra-European Organization of Tax Administrations) 가입국이 됐다.
지난 6월 30일부터 3일간 김대지 국세청장은 제25차 IOTA 온라인 총회에 참석했으며, ‘준’ 회원국 자격으로 가입 연설에 나섰다.
협의체 내 한국의 명칭은 ‘준’ 회원국이지만, 유럽 국가가 아니기에 ‘준’이란 글자가 붙었을 뿐 실질적으로 ‘정식’ 회원국이다.
한국의 IOTA 가입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아시아의 SGATAR, 미주의 CIAT, 아프리카의 ATAF, 유럽의 IOTA 등 각 대륙권 국가들은 그들만의 대륙권 세무행정 협의체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 경제 블록화가 가속화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은 서로 대륙 간 경제협력체를 만들었다. 혼자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자 반목 대신 서로 뭉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다른 피부색과 다른 문화권의 이방인에게는 금기의 성역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가까이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 오라 접해봤고, 그만큼 서로 잘 알 뿐만 아니라 인종적, 문화적 공통점까지 함께 공유했다. 태생부터가 이방인들이 섞이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지금까지 어떠한 협의체에서도 타 대륙권 국가가 회원국이 되고 싶다고 요청한 사례가 있거나 타 대륙권 국가를 회원국으로 초빙하자고 한 사례도 없다. 한국의 IOTA 회원국 가입이 유일한 사례다.
◇ 디지털 경제의 해일이 세계를 덮쳤다
프랑스 등 EU의 주요국가들은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대형 디지털 기업들이 국제조약과 각종 수법을 통해 조세를 회피하는 것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과거에는 기업이 해외에서 영업을 하려면 해당 국가에 직접 진출하거나 대신 영업해 줄 현지 대행 파트너를 찾아 해당 국가에 ‘사무실’을 차려야 했다. 각국의 세무당국들은 편했다. 등록된 ‘사무실’에서 버는 돈에 세금을 매기면 됐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디지털 산업은 달랐다.이들은 ‘사무실’ 없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영업하기 시작했다. 세무당국은 온라인 등록제 등 각종 시도를 했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었다. 어떠한 수단에도 ‘어디서’ 파는 지가 모호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대륙권 국가들은 OECD 역외탈세 국제공조 프로그램(BEPS 프로젝트)과 최근 합의된 글로벌 법인세 최저한세 등 여러 ‘제도적 틀’은 어느 정도 형태를 마련했다. 더불어 국가별 과세정보교환 체계도 갖추었다. 디지털 기업이 어디서 얼마나 돈을 버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하나의 퍼즐이 더 필요했다. 새로운 제도를 가동할 운영의 노하우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 IT전문가에 전산 세무조사 경험이 많지만, 슬로바키아는 전국 단위의 통합전산망을 운영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프랑스 등 EU의 선진국도 마찬가지였다. 경험자는 한국이 유일했다.
◇ ‘반가워, 한국. 아이오타는 처음이지?’
한국의 아이오타 가입은 2019년 10월 IOTA 신임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프란티셰크 이므레체(František Imrecze) 전 슬로바키아 금융청장(국세청장)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IOTA 사무총장은 평시에는 명예로운 자리지만, 2019년 IOTA의 상황은 그리 한가롭지 않았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 원래 통신전문가이자 전문경영인이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2012년 당시 슬로바키아 관료체계의 대안으로 발탁돼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에 임명됐다.
그의 임무는 탈세와의 전쟁이었다.
2012년 당시 슬로바키아의 지하경제(Tax Gap) 규모는 전체 경제규모의 40%에 달했다. 이는 국가경제의 심각한 위협이었다. 게다가 슬로바키아 금융청은 90년대 마련된 구식 시스템으로 겨우 운영되는 상황이었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은 취임 즉시 신형 전술물자들을 도입했다. 주력은 IT와 전산시스템이었다. 그는 신형 무기를 운영할 조직과 인력구성을 위해 과감히 조직을 수술대에 올렸다.
성과는 놀라웠다. 2012년 당시 40%가 넘었던 슬로바키아 지하경제는 2018년 26%로 줄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전체 지하경제 규모의 25%를 정리하는 놀라운 성과를 낸 것이다. 이는 EU 각국의 과세당국에게 큰 감명을 주었고, 슬로바키아는 디지털 혁신으로 탈세를 방어한 ‘유럽의 모범’이 되었다.
2019년 10월 IOTA는 ‘유럽의 모범’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전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을 IOTA 사무총장으로 위촉했고, 이와 관련 IOTA는 한국에 IOTA 회원국 제안을 건넸다. 이 제안에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 역시 상당부분 관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 누구인가 >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 한국의 IOTA 회원국 가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된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은 원래 공무원 출신이 아니었다. 그는 티-모바일 슬로벤스코(T-Mobile Slovensko) 등 주요 통신회사의 고위임원으로 활동한 민간 전문가였다.
전임 IOTA 사무총장인 미구엘 실바 핀토(Miguel Silva Pinto)가 포르투갈의 세무공무원에서 출발해 EU집행국에서 경력을 쌓은 행정가란 것과 크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슬로바키아는 동유럽권 중 치안‧경제가 준수한 가운데 부의 양극화가 작은 나라로 손꼽힌다.
다만, 거듭된 정치부패로 염증이 난 민중들은 민간전문가의 공직 진출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렇게 발탁된 인물이 프란티셰크 이므레체이며, 금융회사 대표였던 안드레이 키스카(2014.6~2019.6)도 슬로바키아 대통령에 뽑혔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는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에 발탁된 건 2012년 5월의 일이다. 그의 임무는 슬로바키아에 만연된 탈세범죄와의 전쟁이었다. 20년 가량 유지된 구식의 시스템을 치우고, 그 빈자리에 IT와 전산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탈세범죄 추적을 위한 전문 분석툴을 마련하는 등 조직에 강인한 근육을 붙였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가 2018년까지 슬로바키아 금융청을 지휘하는 동안 슬로바키아는 유럽의 롤모델이 되었다. 2012~2017년까지 37억 유로의 추가세입, 지하경제(Tax Gap) 비중이 2012년 41%에서 2018년 26%로 줄었다. 그 힘은 누가 뭐라 해도 통합전산망과 IT, 이를 운용하는 능력에 있었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는 2018년 유럽을 휩쓴 관세범죄 사건이 발단되어 사퇴했지만, 사퇴 후에도 슬로바키아 차기 중앙은행장으로 지목될 만큼 영향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그가 한국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는지는 모르나, 통합전산망 분야에서 특장점을 가진 한국의 사례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슬로바키아는 전산 세무조사 시스템을 더 완벽히 구축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한국 국세청과 같은 목표를 조ㅊ
게다가 슬로바키아와 한국은 주요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다.
한구에게 슬로바키아는 독일, 네덜란드, 영국에 이어 EU회원국 내 4위 수출국이고, 직접 투자규모도 상당하다. 삼성전자, 현대기아 등 한국의 주요 기업들이 슬로바키아에 진출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전달하기도 했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는 슬로바키아 금융청장을 떠난 후 2019년 2월 비셰그라드(Visegrad) 4개국,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를 담당하는 유럽투자은행의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V4는 현재 동유럽권역에서 가장 견실한 신흥 경제권이다.
프란티셰크 이므레체 IOTA 사무총장의 임기는 3년이며, 2019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3년간 직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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