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지마요, ‘제8일의 밤’[한현정의 직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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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06 08:00:16 |
전형적인 용두사미다. 설정 외에는 그다지 눈여겨 볼 게 없다. 개연성을 상실한 플롯에 매력 없는 캐릭터들을 툭툭 던져 놓고 늘어지는 추격전을 펼친다. 긴장감도 몰입도도 없는, ‘번뇌’와 ‘번민’를 기괴하게 형상화 시킨 오컬트 영화 ‘제8일의 밤’이다.
절대 만나서는 안 되는 ‘붉은 눈’과 ‘검은 눈’. 두 눈이 만나 요괴가 눈을 뜨면 세상은 번뇌와 번민으로 가득 차 지옥으로 변한다. 이를 막고자 부처는 정반대 장소에 각각을 봉인하고, 수호자를 붙여 지키도록 했다.
하지만 붉은 달이 뜬 어느 날 밤, 누군가에 의해 ‘붉은 눈’이 봉인에서 풀려난다. 이 ‘붉은 눈’은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자신의 반쪽, ‘검은 눈’을 찾아 가기 시작하고, 이를 막고자 수호자의 운명을 지닌 주인공은 고군분투 한다.
사실 1일부터 8일까지의 각 날짜는 중요치 않다. 각각의 징검다리 역시 마찬가지. 모든 클라이막스는 8일의 밤에 벌어진다. 그날이 오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한 데다 늘어지기까지 한다. 징검다리가 되는 이들은 저마다 등장하자마자 참혹한 몰골로 사라지는데 이 반복은 초반부 조성해 놓은 긴장감과 공포지수를 한없이 떨어뜨린다. 그나마 스쳐가는 ‘단역’ 여고생만이 찰나의 강렬한 공포감을 선사하며 영화의 명장면을 탄생시킨다.
변사체가 연이어 발생하는 과정에서 두 명의 주요 형사 캐릭터도 추가된다. 이 마저도 개연성 없이 어설프게 끼워 넣었는데 역할은 크다 보니 억지스럽다. 특히 호태 역의 박해준은 내내 1차원적인 히스테릭한 연기를 펼친다. 비밀병기 김유정(애란 역) 역시 분위기 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숨겨진 진실이 벗겨지는 순간 놀라움 보단 허무함을 몰고온다. 사실상 불필요한 군더더기다.
이 외에도 순수함을 넘어 답답할 정도로 ‘맹한’ 창석(남다름)이나, 귀신을 천도해야 하는 숙명을 거부한 채 요괴를 막다 마침내 자기 번뇌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하는 퇴마 스님(이성민), 이들의 얽힌 관계 등도 어설프다. 주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그럴듯한 외피만 있을 뿐 제대로된 알맹이가 없으니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이 깨진다.
배우들의 명연기로 어떻게든 숭숭 난 구멍을 매우고자 하지만 기본이 탄탄하지 못하다 보니 후반부에는 수습이 불가한 단계에 이른다. 어설픈 CG는 또 어떻고. 결국 무섭지도 재밌지도 스릴 있지도 않는, 아쉬움만 남는 진부한 오컬트물로 완성됐다. 그나마 가장 큰 미덕은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로 공개된 덕분에) 도중 하차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