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 들고 퇴마하는 이상한 스님... 이 영화가 아쉬운 까닭
[리뷰]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 번민과 번뇌를 깨우치면 해탈
▲ 영화 <제8일의 밤> 포스터 ⓒ 넷플릭스
깨어나지 말아야 할 요괴의 양쪽 눈 즉, 붉은 눈과 검은 눈이 서로 만나서는 안된다. 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면 인간 세상은 고통과 어둠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란 무서운 예언을 실현시켜서는 안된다. 그것은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 수 있어 수천 년 동안 부처에 의해 봉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리함만 찾으면 금강경을 증명할 수 있다는 광기 어린 교수로 인해 붉은 눈이 먼저 깨어나게 된다. 붉은 달이 뜬 밤.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서 붉은 눈은 검은 눈을 찾아 떠났고, 8일째가 되던 날 둘이 만나면 어둠과 지옥만 가득한 밤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 영화 <제8일의 밤> 스틸컷 ⓒ 넷플릭스
한편, 북산 암자의 하정 스님(이얼 분)은 검은 눈이 봉인된 사리함을 지키며 2년째 묵언 수행 중이던 제자 청석(남다름 분)에게 전설을 들려주다 선화를 찾으라는 유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다. 어쩔 수 없이 청석은 속세로 내려와 이곳저곳을 떠돌던 중 사리함을 잃어버리고 정체불명의 소녀 애란(김유정 분)을 만난다.
같은 시각 검게 말라비틀어진 시체를 수사 중이던 형사 호태(박해준 분)는 후배 동진(김동영 분)과 최근 일어난 사건들의 연관성을 찾아 나선다. 이상한 점은 하룻밤 만에 미라처럼 검게 부패되고 머리에 움푹 팬 시신의 흔적이었다. 둘은 심상치 않은 사건임을 인지하지만 뾰족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난항을 겪던 중 수상한 사람을 포착한다.
수상한 사람은 과거 선화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박진수(이성민 분)로 하정 스님의 뒤를 이어 귀신을 천도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교통사고로 딸과 아내를 잃고 방황하던 중 운명처럼 불교에 귀의했으나, 지금은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찾아온 청석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올리게 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일 결심을 한다. 붉은 눈이 7일간 밟고 올 마지막 징검다리(사람)인 처녀 보살을 없애기 위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속세란 끝없는 번민과 번뇌의 연속
<제8일의 밤>은 김태형 감독이 6년 동안 시나리오에 매달린 장편 데뷔작이다. 악귀로 인해 세상의 종말이 무서운 게 아니라 자신의 집착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인 번뇌와 번민의 깨달음을 향한 영화로 해석된다. 누구나 마음먹기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만날 수 있다. 오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 뜻하는 번민은 빛을 잃어 검은 눈이 되고, 이미 지나간 것을 애써 떠올리며 괴로워하다 분노가 차올라 붉은 눈이 된다.
결국 이 둘은 물리적으로 없앤다고 해서 사라지지도 않는 형체가 없는 것이다. 마음에 깃든 병으로 스스로 해탈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인간을 괴롭혀 올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 모두가 번뇌와 번민이란 사슬에 붙들려 분노하고 절망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사실 지옥인 셈이다.
한국식 오컬트 장르의 아쉬움
▲ 영화 <제8일의 밤> 스틸컷 ⓒ 넷플릭스
최근 영화 <곡성>, <검은 사제들>, <사바하>, <변신>, 드라마 <손 더 게스트>, <방법> 등 한국형 오컬트, 샤머니즘 장르가 각광받으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넓어진 표현 수위, 깊은 세계관을 가진 한국 영화의 괄목상대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제8일의 밤> 또한 불교와 귀신을 결합한 오컬트 장르로 샤머니즘까지 아우르고 있다. 번민과 번뇌를 딛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불교와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요괴, 십자가와 성수 대신 도끼와 염주를 들고 퇴마하는 스님의 등장은 확실히 이목을 끌었고 성공적인 완성도를 예상했었다.
▲ 영화 <제8일의 밤> 스틸컷 ⓒ 넷플릭스
하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기대했던 바와는 다르게 후반부에서 몰입도를 잃은 점이 아쉽다. 불교적인 색채와 한국형 오컬트 장르를 표방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지만 금강경의 메시지는 잘 떠오르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었다. 이미지를 통해서만 공포심을 유발하려 하는 장면이 이어져 초반 신선도가 유지되지 못했다. 때문에 애초 생각했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고, 캐릭터의 설명마저 부족해 이야기마저도 뚝뚝 끊어지고 말았다.
몰입도 높은 오프닝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해 우왕좌왕 했다.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나선 악귀가 건너는 7개의 징검다리 즉, 캐릭터 설명만 가지고도 1시간은 족히 채울 수 있는 분량이었다. 두 시간 남짓한 영화 러닝타임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1시간 분량의 8개 에피소드의 드라마로 만들었으면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흡입력이 있었을 것 같았다. 불교의 카르마와 번민, 번뇌, 해탈을 녹여낼 수 있는 긴 호흡의 드라마 버전이 어울리는 이야기였기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