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망 사용료 제동에 OTT 적자 대열 합류할까
2021.07.03
조남호 기자
법원이 최근 넷플릭스의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 인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냈던 넷플릭스의 행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 중 SK브로드밴드와 협상 의무가 없다는 확인 취지의 청구는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SK브로드밴드로부터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며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선고에 넷플릭스는 판결문을 본 후 항소를 이어갈지 판단한다는 입장이지만, 소송 과정 중에서 SK브로드밴드와 업계가 추정한 망 사용료를 고려하면 향후 넷플릭스의 흑자 행보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넷플릭스는 국내 OTT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 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넷플릭스 운영사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155억 원에 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에는 매출 1859억 원에 2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년 연속 흑자였다.
반면 웨이브와 왓챠, 티빙 등 국내 OTT 업체는 투자 확대에 따른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웨이브를 운영하는 콘텐츠웨이브는 작년 매출 1802억 원에 1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전년 973억 원 대비 85% 올랐으나 영업손실도 137억 원에서 32억 원 늘었다. 왓챠의 경우 매출은 2019년 217억 원에서 지난해 377억 원으로, 영업손실은 92억 원에서 126억 원으로 증가했고, 작년 10월 CJ ENM에서 분할해 독립법인이 된 티빙은 4분기에 매출 155억 원에 영업손실 61억 원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항소 여부에 따른 선고 결과 또는 SK브로드밴드와의 협상 등에 달라질 수 있지만, SKB가 추정한 망 사용료 272억 원이 판관비로 잡힐 경우 작년 실적 기준 88억 원의 영업이익은 184억 원 적자로 돌아선다.
또 국내 트래픽 점유율을 토대로 추정되는 망 사용료가 1000억 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작년 4분기 기준 트래픽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4.8%다. 이보다 적은 1.8% 점유율의 네이버가 내는 연간 망 사용료는 약 700억 원, 1.4% 점유율의 카카오 사용료는 약 30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국내 트래픽을 고려한 타 사의 망 사용료와 비교해 국내 망 사용료를 산정한다면 추정치대로 1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최근 넷플릭스의 국세청 세금 추징 반발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넷플릭스가 그룹사로 보내는 수수료 비율을 조절한다면 망 사용료를 부담하더라도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작년 4155억 원의 매출에도 법인세는 매출 대비 0.5% 수준인 21억8000만 원가량 내는 데 그쳤다. 스트리밍 수익 대비 그룹사에 보내는 수수료 비율을 70%에서 80%로 올려 매출원가가 늘면서 영업이익 증가 폭이 줄어든 결과다. 이 때문에 조세회피 의혹이 불거졌고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해 800억 원가량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국세청의 처분이 적법한지 다시 판단 받는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