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상반기결산④] '16부작·주 2회'가 아니어도 괜찮아
방송 2021. 07.03(토) 07:00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K-드라마'가 변했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미니시리즈=16부작·주2회'이라는 공식도 이미 깨진지 오래다.
◆ 짧고 굵게, 요즘 대세는 12부작
올해 상반기에는 16부작~20부작 드라마보다는 12부작 혹은 10부작, 이보다 회차가 더 줄어든 4~8부작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현재 방영중인 KBS2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는 12부작, tvN '보이스4'는 14부작, JTBC '알고있지만,'은 10부작이며,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시즌제 드라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SBS '펜트하우스3' 역시 12부작이다.
상반기에 방영된 작품 중 12부작 드라마가 유난히 많았다. 연초에 종영한 tvN '루카: 더 비기닝', OCN '타임즈'와 최근에 종영한 tvN '나빌레라', OCN '다크홀', KBS2 '오월의 청춘' 또한 12부작으로 편성돼 시청자들과 만났다.
MBC같은 경우에는 지난해 '꼰대인턴'(12부작)',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12부작), '십시일반'(8부작), '미쓰리는 알고 있다'(4부작)에 이어 올해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를 방영했다. 올 여름에는 4부작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를 편성한다.
이러한 변화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이 가장 크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 이후 소비자들의 시청 패턴 변했기 때문. '다크홀'을 제작한 종합 콘텐츠 기업 아센디오 관계자는 "편성의 변화는 OTT의 영향력과 OTT를 통해 경험한 드라마에 대한 소비자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시청자들은 미드, 영드 등 6~12부작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이제는 완성도 있는 고품질, 고제작비의 콘텐츠를 경험하게 되고, 숏폼-미드폼도 경험하게 됐다. 16부의 긴 이야기보다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익숙함이 드라마의 메인시청자인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해졌고,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고민이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콘텐츠 홍수 속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을 붙잡으려는 노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소재와 이야기의 사이즈에 따라 회차를 달리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것. '목표가 생겼다'를 연출한 심소연 PD는 "만약 기존 16부, 20부 미니시리즈였다면 어려운 이야기였다. 4부작이기에 가능한 소재였다. 포맷과 볼륨이 다양해진다는 건 그만큼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다양해진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 주 1회라도 괜찮아, 더 나은 콘텐츠와 제작환경을 위해
'주 1회 편성'도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을 뜻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지난 6월 시즌2로 돌아온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1과 마찬가지로 주 1회, 매주 목요일에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으며 현재 방영중인 SBS '펜트하우스3'을 비롯해 KBS2 '이미테이션', JTBC '알고있지만,' 모두 주 1회 방송 중이다.
'주 1회 편성'은 급변하는 드라마 제작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주 1회, 12부작 드라마가 더 많아진 건 적은 돈과 시간으로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내기 위한 선택이다. 52시간 근로 시간을 준수하려면 짧고 굵게하는 게 더 이득이다. 만약 시즌제로 이어지게 된다면 준비기간을 더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진다면 당연히 드라마의 질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1, 시즌2 모두 '주 1회 편성'을 결정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도 "살려고 그랬다. 제작환경, 노동환경이 바뀌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새로운 모델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다. 포맷 자체를 바꿔야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주 1회 편성의 장점들을 충분히 경험했다는 신 감독은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앞으로도 주 2회를 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2부작·주 1회·시즌제'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시청률, 화제성을 모두 잡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업계 사이에서 좋은 선례로 꼽힌다. 아센디오 관계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회차 축소나 주 1회 편성 등 새로운 편성 전략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제작 환경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도 "아직은 과도기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말도 안되는 촬영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좋은 전략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미국처럼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도 가족들과 저녁있는 삶을 가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고대하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 새로운 시도, 드라마 시장 어떻게 변할까
이제 TV '본방사수'라는 말이 무의미한 시대다. 국내외 OTT를 통해 '몰아보기'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한 드라마 제작사는 "시청자들은 점점 더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질 거다. OTT로 인해서 '몰아보기'에도 더 익숙해질 것"이라며 "주 2회, 주 1회 편성이라는 것도 사실 점점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좋은 선례가 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작으로, '짧고 굵은' TV 드라마들이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안방극장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센디오 관계자는 "OTT에서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나 시리즈물 같은 경우에는 영화 제작 과정처럼 사전제작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OTT와 사전 계약을 통해) 충분한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계속적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PP(케이블, 종편 등) 역시 채널의 핵심적인 띠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편성 전략을 시도한) 드라마들을 꾸준하게 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상파 같은 경우에는 드라마 편수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KBS는 최근 종영한 수목극 '대박부동산' 종영 후 3개월간 휴식기를 가진다. MBC는 올해 월화극을 잠정 폐지한 대신 수목극, 일일극에 집중하고 있다. SBS는 지난해 11월 '시크릿 부티크'를 끝으로 수목극을 잠정 폐지, 빈자리를 예능으로 채우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드라마 제작이 어려워진 상황. 여느때보다 '선택과 집중'이 더욱 절실한 만큼 지상파에서도 주 1회, 12부작 등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관건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같은 경우에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편성변경 및 전략을 바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들은 시청자 이탈 현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저조한 시청률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악순환이 계속 될 가능성도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JTBC, SBS, KBS 제공]
◆ 짧고 굵게, 요즘 대세는 12부작
올해 상반기에는 16부작~20부작 드라마보다는 12부작 혹은 10부작, 이보다 회차가 더 줄어든 4~8부작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현재 방영중인 KBS2 월화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는 12부작, tvN '보이스4'는 14부작, JTBC '알고있지만,'은 10부작이며,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시즌제 드라마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SBS '펜트하우스3' 역시 12부작이다.
상반기에 방영된 작품 중 12부작 드라마가 유난히 많았다. 연초에 종영한 tvN '루카: 더 비기닝', OCN '타임즈'와 최근에 종영한 tvN '나빌레라', OCN '다크홀', KBS2 '오월의 청춘' 또한 12부작으로 편성돼 시청자들과 만났다.
MBC같은 경우에는 지난해 '꼰대인턴'(12부작)', '365 : 운명을 거스르는 1년'(12부작), '십시일반'(8부작), '미쓰리는 알고 있다'(4부작)에 이어 올해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를 방영했다. 올 여름에는 4부작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를 편성한다.
이러한 변화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영향이 가장 크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 이후 소비자들의 시청 패턴 변했기 때문. '다크홀'을 제작한 종합 콘텐츠 기업 아센디오 관계자는 "편성의 변화는 OTT의 영향력과 OTT를 통해 경험한 드라마에 대한 소비자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시청자들은 미드, 영드 등 6~12부작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이제는 완성도 있는 고품질, 고제작비의 콘텐츠를 경험하게 되고, 숏폼-미드폼도 경험하게 됐다. 16부의 긴 이야기보다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익숙함이 드라마의 메인시청자인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해졌고,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고민이 빠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콘텐츠 홍수 속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을 붙잡으려는 노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소재와 이야기의 사이즈에 따라 회차를 달리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것. '목표가 생겼다'를 연출한 심소연 PD는 "만약 기존 16부, 20부 미니시리즈였다면 어려운 이야기였다. 4부작이기에 가능한 소재였다. 포맷과 볼륨이 다양해진다는 건 그만큼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다양해진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 주 1회라도 괜찮아, 더 나은 콘텐츠와 제작환경을 위해
'주 1회 편성'도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을 뜻하는 말)로 자리잡았다.
지난 6월 시즌2로 돌아온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1과 마찬가지로 주 1회, 매주 목요일에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으며 현재 방영중인 SBS '펜트하우스3'을 비롯해 KBS2 '이미테이션', JTBC '알고있지만,' 모두 주 1회 방송 중이다.
'주 1회 편성'은 급변하는 드라마 제작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주 1회, 12부작 드라마가 더 많아진 건 적은 돈과 시간으로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내기 위한 선택이다. 52시간 근로 시간을 준수하려면 짧고 굵게하는 게 더 이득이다. 만약 시즌제로 이어지게 된다면 준비기간을 더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진다면 당연히 드라마의 질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1, 시즌2 모두 '주 1회 편성'을 결정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도 "살려고 그랬다. 제작환경, 노동환경이 바뀌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새로운 모델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다. 포맷 자체를 바꿔야 새로운 생각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주 1회 편성의 장점들을 충분히 경험했다는 신 감독은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앞으로도 주 2회를 할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2부작·주 1회·시즌제'라는 새로운 포맷으로 시청률, 화제성을 모두 잡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업계 사이에서 좋은 선례로 꼽힌다. 아센디오 관계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회차 축소나 주 1회 편성 등 새로운 편성 전략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제작 환경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도 "아직은 과도기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힘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말도 안되는 촬영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좋은 전략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미국처럼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도 가족들과 저녁있는 삶을 가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고대하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 새로운 시도, 드라마 시장 어떻게 변할까
이제 TV '본방사수'라는 말이 무의미한 시대다. 국내외 OTT를 통해 '몰아보기'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한 드라마 제작사는 "시청자들은 점점 더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질 거다. OTT로 인해서 '몰아보기'에도 더 익숙해질 것"이라며 "주 2회, 주 1회 편성이라는 것도 사실 점점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좋은 선례가 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작으로, '짧고 굵은' TV 드라마들이 더 많이 그리고 자주 안방극장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센디오 관계자는 "OTT에서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나 시리즈물 같은 경우에는 영화 제작 과정처럼 사전제작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OTT와 사전 계약을 통해) 충분한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계속적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PP(케이블, 종편 등) 역시 채널의 핵심적인 띠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편성 전략을 시도한) 드라마들을 꾸준하게 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상파 같은 경우에는 드라마 편수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KBS는 최근 종영한 수목극 '대박부동산' 종영 후 3개월간 휴식기를 가진다. MBC는 올해 월화극을 잠정 폐지한 대신 수목극, 일일극에 집중하고 있다. SBS는 지난해 11월 '시크릿 부티크'를 끝으로 수목극을 잠정 폐지, 빈자리를 예능으로 채우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드라마 제작이 어려워진 상황. 여느때보다 '선택과 집중'이 더욱 절실한 만큼 지상파에서도 주 1회, 12부작 등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관건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같은 경우에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편성변경 및 전략을 바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들은 시청자 이탈 현상을 야기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저조한 시청률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악순환이 계속 될 가능성도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JTBC, SBS,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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