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서 웹예능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승인 2021-06-26 08:10:17
제재가 일으킨 '웹예능' 방송가도 제작 봇물...이유는?
'신서유기' 시리즈는 방송사에서 웹예능을 만들어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웹예능으로 시작해 인기에 힘입어 tvN에 정규 편성됐다.(사진=CJ ENM 제공)
<뉴시스>
방송사들이 웹예능을 위한 스튜디오와 플랫폼을 만들고 앞다퉈 웹예능을 내놓고 있다. 현재 방송사들이 선보이고 있는 웹예능의 수는 수십 개에 이른다.
당장 tvN D는 '송은이망극하옵니다'(송은이·신봉선 출연)을 지난 6일 론칭했다. SBS 미디어넷은 지난 17일 '콜라붐신'(붐 출연)의 방송을 시작했다. CJ ENM은 'K밥로드-떡볶세끼'(KCM·히밥 출연)을 7월8일에, tvN D는 7월3일 채널 '스타골프빅리그'(정준호·손지창·오지호 등 출연)를 공개할 예정이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코드커팅족(Cord-Cutters)과 코드네버족(Cord-Nevers)이 증가하면서 방송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웹예능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고 있다.
이로써 현재 웹예능은 제작 기준으로 ▲지상파·종편·케이블 등의 방송사 ▲넷플릭스·웨이브·티빙·카카오TV·네이버TV 등 OTT ▲연예 매니지먼트사와 외주 제작사 ▲개인 혹은 전문 유튜버와 이들의 소속사인(MCN, Multi-channel network) 등의 주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웹예능 제작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방송사는 단연 CJ ENM의 tvN이라고 할 수 있다. 예능 시즌제를 한국에서 최초로 안착시킨 나영석 PD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특유의 능력으로 일찍부터 웹예능을 제작해 왔다.
웹예능으로 2015년에 시작한 '신서유기'는 이후 tvN에 정규 편성됐고, 현재 시즌 8(2020.10~12)까지 제작된 상태다. 시즌마다 약간씩 출연이 달라졌지만, 시즌 8 기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규현, 송민호, 피오 등이 활약했다.
특히 CJ ENM의 웹예능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채널 십오야'의 경우 구독자가 336만명에 이른다. 여기에서는 '삼시세키', '라끼남', '마포 멋쟁이', '삼시네세끼', '악마는 정남이를 입는다' 등 나영석 사단의 대표 웹예능을 볼 수 있다.
'문명특급'의 진행자로 활약하다, 방송인이 된 재재. 최근 웹예능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TV 방송에 진출한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준'이라는 부캐릭터로 유명해진 무명 개그맨 김해준은 MBC의 간판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까지 출연한 바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CJ ENM 관계자는 "웹예능은 다변화된 미디어 이용 행태와 다양한 시청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이고자 시도한 여러 가지 제작·편성 방법 중 하나"라며 "'신서유기'는 매 시즌 신박한 게임과 명장면을 다수 배출하며 명실상부 인기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고 자체 평가했다.CJ ENM 다음으로는 JTBC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와썹맨'(GOD 준형), '워크맨'(장성규), '할명수'(박명수) 모두 소위 대박을 친 프로그램들이다.
지상파의 경우 MBC의 '엠빅티비'나 SBS의 '모비딕' 등 플랫폼의 인지도는 높은데 반해 성공한 프로그램은 딱히 없는 편이다.
'연반인' 재재는 웹예능이 낳은 스타라 할 수 있겠다. 그는 '모비딕'이 아닌 SBS의 웹뉴스인 '스브스뉴스'에서 제작하는 웹예능 '문명특급-MMTG'의 진행자로 얼굴을 알리며 방송인으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문명특급'의 구독자는 143명에 이른다.
'문명특급'은 인기에 힘입어 SBS에 정규 편성됐다. '신서유기'와 '문명특급' 외에도 윤두준의 '배부른소리'는 Mnet에, 이찬원·김희재의 '플레희리스또'는 tv조선에 정규 편성됐다. 웹예능의 인기와 힘, 완성도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웹예능'의 강점은 '자유로움'에서 온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방심위) 엄격한 제재 아래에 있는 TV 방송사들은 방송 제작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만큼 자체 심의 역시 속된 말로 '빡세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웹예능은 편성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에 방송의 길이 조절 면에서도 부담이 비교적 적다. 이러한 환경에서 제작진은 창의성을 더욱 발휘할 수 있고, TV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가 다양해진 것 같다. TV로 봤던 콘텐츠도 웹으로도 다시 보고, 웹으로 봤던 콘텐츠도 TV로 다시 보는 등 플랫폼 경계도 무뎌지고 있다. CJ ENM은 콘텐츠를 5분으로 축약한 콘텐츠를 디지털과 연계 편성하는 등 다양하고 실험적인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웹예능과 관련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방심위 제재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박나래의 성희롱 문제가 불거진 '헤이나래'는 CJ ENM이 제작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해당 프로그램은 바로 종료됐으며, 박나래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비난과 출연 프로그램 하차 압박을 받고 있다. '19금 개인기'로 논란을 빚은 방송인 김민아가 하차한 '왜냐맨 하우스' 역시 JTBC 제작 프로그램이었다.
웹예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 방송사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