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반가워요, 시즌제 드라마
이번 6월엔 유독 ‘반가운’ 드라마들이 많다.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데도 낯설지가 않다. 시즌제 드라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평을 듣던 시즌제 드라마를 이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올 6월에는 각 방송사의 대표 드라마라 할 수 있는 흥행작들이 저마다 차기 시즌으로 돌아와 뜨거운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임성한 작가가 집필한 TV조선의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지난 주말 시즌2를 시작했다. 드라마 출연 배우 성훈은 “시즌1이 서사를 설명하는 부분이라 호수나 강 같았다면, 시즌2는 감정들이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과정”이라 말하며 시즌제의 매력을 어필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감독은 “배우, 연출, 작가, 스태프까지 시즌제로 이어져 유대감의 깊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고 설명한다. 팬덤도 더 탄탄해졌다. 시즌1 전 회차를 정주행하며 복습하는 팬들로 인해, 최근 넷플릭스 많이 본 콘텐츠 톱5 순위에 시즌1이 다시 등장했다.
글로벌 마케팅 측면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는 효자다. 해외 파트너사에 드라마의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대표 소재에 대해 설명하기 수월하고, 시즌1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후속 시즌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과를 어필하기도 좋다. 이번 주말 시즌4를 첫 방송하는 드라마 ‘보이스’는 보이스 프로파일러 주인공을 중심으로 범죄를 해결해 나가는 스릴러 드라마다. 2017년 이후 매 시즌마다 그해 이슈가 됐던 범죄 사건을 소재로 다뤄 시의성을 더했다. 이번엔 코로나19로 가족 학대와 폭력 범죄가 증가했다는 자료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는 현재 태국과 일본에서 리메이크됐고, 일본판은 올여름 자체 시즌2까지 방송된다.
국내 드라마는 몇 년 전까지 지상파 채널의 주 편성 전략인 주 2회, 16회 차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 1회 편성, 시즌제 등 다양한 편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즌제 드라마는 높은 퀄리티와 막강한 팬덤을 지닌 IP(지식재산) 탄생으로도 이어진다.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 영국 BBC의 ‘셜록’ 등이 모두 대표적인 시즌제 드라마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IP에 해당한다. 올여름 안방 극장 시즌제 드라마 대결이 즐거운 이유다.
장세희 CJ ENM 해외콘텐츠사업국 마케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