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피아] 가짜사나이·머니게임·좋좋소까지…방송국이야? 유튜브야?
가짜사나이·머니게임·좋좋소…1인 유튜버 진화 어디까지?
'독점 콘텐츠' 절실한 OTT 업계…유튜브 콘텐츠 유치 전쟁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1-06-17 07:00 송고
편집자주 20세기 대중문화의 꽃은 TV다. TV의 등장은 '이성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인간의 지성을 마비시켰다. '바보상자'라는 오명이 붙었다. 하지만 TV가 주도한 대중매체는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놓았다.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은 유튜브(YouTube)다. 유튜브가 방송국이고 도서관이고 놀이터고 학교고 집이다. 수많은 '당신'(You)과 연결되는 '관'(Tube)이 거미줄처럼 촘촘한 세상이다. '취향저격'을 위해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개인화로 요약되는 디지털 미디어의 총아인 유튜브. 유튜브가 만든 세상은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적인 '멋진 신세계'일까. [편집자 주]
유튜브 웹드라마 '좋좋소' 공식 포스터 © 뉴스1 |
"유튜브 퀄리티가 아닙니다. 누가 이걸 유튜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1700만 중소기업 근로자를 울리고 있다는 유튜브 콘텐츠 '좋좋소'에 달린 댓글이다. 1인 유튜버들의 '진화'가 심상치 않다. 먹방과 브이로그 콘텐츠만 양산하는 유튜버 시대는 지났다.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자금을 확보한 유튜버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만드는 '블록버스터 콘텐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가짜사나이' '머니게임'에 이어 '좋좋소'까지. 1인 유튜버들이 대형 방송사 중심의 콘텐츠 지형을 바꾸고 있는 이야기다.
'좋좋소'는 지난 1월부터 유튜브채널 '이과장'에 업로드 중인 웹드라마다. 회당 조회수 200만회를 육박한 인기에 현재 시즌3까지 방영 중이다.
주목해야할 점은 해당 웹드라마가 KBS나 CJ E&M 같은 대형 제작사가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이다. 좋좋소의 기획·감독·각본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60만 구독자의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다.
지난해 7월엔 유튜버 김계란이 제작한 '가짜사나이'가, 지난 5월엔 유튜버 진용진이 만든 '머니게임'이 콘텐츠 업계를 흔들어 놓았다. 그야말로 1인 유튜버의 '진화'다.
1인 유튜버 콘텐츠의 강점은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에 있다. 시청자들은 방송국이 보여주는 '리얼'과 유튜버의 '리얼'은 차원이 다르고 입을 모은다.
좋좋소는 신입사원의 중소기업 적응기를 다룬 드라마다. 유사한 드라마로 2014년 방영된 '미생'이 있지만, 시청자들은 미생이 '판타지'라면 좋좋소는 '다큐'에 가깝다고 평가 한다.
좋좋소는 △빈번한 직원 탈출로 수시로 일어나는 면접 △사장의 기분에 따라 이뤄지는 인사고과 △직무 구분을 넘나드는 업무지시 등의 현실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실제 중소기업 근무자였던 유튜버 '이과장'이 출연하는 점도 현실감을 더한다.
한 시청자는 "대중들에게 알려진 중소기업 모습 외에도, 실제 경험자만 알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다"며 "너무 리얼해서 보고 있으면 얼굴이 굳어진다"고 시청 후기를 남겼다.
© 뉴스1 |
잘 만든 유튜브 콘텐츠가 보여주는 파급력에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선 '유튜버 잡기' 경쟁까지 벌어진다.
현재 국내 OTT업계는 유료 가입자 확보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가 '킹덤' '승리호' '스위트홈'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과 달리, 국내 OTT 업계선 각사를 대표할 만한 이렇다 할 오리지널 콘텐츠가 부족하다.
이에 이용자 유치가 절실한 OTT들이 화제를 모은 유튜버들과 손잡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비해 유튜브 영상은 투자는 안전하면서 화제성은 높은 선택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유튜브 웹예능 '가짜사나이'가 큰 인기를 얻자 국내 OTT '카카오TV'와 '왓챠'가 선공개 계약을 맺고 시청자 유치에 나섰다. 좋좋소 역시 현재 '왓챠'와 손잡고 유튜브 업로드 하루 전날 영상을 선공개하고 있다.
업계에선 과거 'B급'으로 분류됐던 1인 유튜브 콘텐츠가 러브콜을 받고 OTT 플랫폼에 진출하는 현상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좋좋소 시즌1 영상이 종료된 이후, 다수의 OTT 기업이 저작권 확보를 위해 협업을 제한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실제 좋좋소는 왓챠의 한 달 간 시청률 상위 5% 작품에 올랐다. 이용자 확보를 위한 일종의 저비용, 고효율 투자 전략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