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립 유사”…입틀막 공포 탈출구는?
등록 :2021-06-15 18:26수정 :2021-06-16 02:01
오승훈 기자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 16일 개봉
아이들 야구 경기가 열린 평화로운 오후. 투수의 투구 너머 먼 하늘에서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무언가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사람들은 동요하고 불길한 느낌이 든 에블린(에밀리 블런트)은 남편(존 크러진스키)과 각자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이때 나타난 흉측한 괴물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한다. 낮은 시력에 비해 청력이 발달한 괴물은 소리로 인간을 찾아낸다. ‘입틀막’(입을 틀어막기)이 유일한 생존방법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 어린 남매와 가까스로 살아남은 에블린은 그사이 태어난 막내 아이를 안고 남매와 함께 길을 나선다. 괴물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은 적막감이 감돈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발까지 벗은 에블린 가족은 누군가가 쳐놓은 덫에 걸리고, 이내 괴물이 달려온다. 가족을 잃고 혼자 지내온 남편 친구(킬리언 머피)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에블린 가족. 도움을 요청하는 에블린에게 그는 “내일 당장 이곳을 떠나달라”고 한다. 청각장애인인 딸(밀리선트 시먼즈)은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괴물로부터 탈출한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에게 보내는 신호라 여기고 홀로 은신처를 벗어난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의 뒤로 괴물이 다가온다.
16일 개봉하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소리 없는 공포’라는 색다른 설정으로 흥행에 성공한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의 속편이지만, 1편을 보지 않아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1편이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렸다면, 속편은 세상 밖의 싸움과 연대를 담았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단 90%, 관객 94%의 호평을 받은 속편의 각본과 감독은 1편과 같은 존 크러진스키가 맡았다. 에밀리 블런트의 실제 남편이기도 한 감독은 1·2편에서 남편 역할로 출연하기도 했다. 부부가 오프닝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을 만큼, 도입부가 압도적이다. 북미에서 개봉하자마자 팬데믹 기간 중 최고 오프닝 티켓 판매(4754만달러)를 기록했으며, 내년 3월 시리즈 세번째 편 개봉이 예정돼 있다.
사실 소리는 모든 목숨 있는 것들의 숙명이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목숨을 잇기 위해 우리는 소리를 낸다. 인간의 청각이 복인 것은 사랑하는 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고, 인간의 시각이 복인 것은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의 한 방편이 되레 죽음의 한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눈을 뜨면 죽음에 이른다는 설정의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2018)와, 볼 수 있다는 것의 공포를 일깨운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2008)를 연상케 한다. 특히 영화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내는 이가 듣지 못해서 말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설정도 이채롭다.
2015년 드니 빌뇌브 감독의 범죄 액션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 마약조직을 소탕하는 연방수사국(FBI) 최정예 요원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에밀리 블런트는, 지난 4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 세계의 확장판이다. 한 공간에 고립돼 있던 가족이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는 과정 속에 다양한 주제들이 담겨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자신만의 공간에 고립돼 세기말 같은 시간을 보낸 우리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영화”라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