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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백인 제작자들의 인종차별적 묘사에 고통스러웠다" 김씨네편의점 배우들이 밝힌 종영 이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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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6.09 07:06 10,81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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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제작자들의 인종차별적 묘사에 고통스러웠다" 김씨네편의점 배우들이 밝힌 종영 이유

입력 : 2021.06.08 14:42 수정 : 2021.06.08 15:43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캐나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이 시즌5로 종영하는 이유를 두고 출연 배우들을 중심으로 “제작진의 인종 편향이 근본 원인이었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김씨네 편의점> 시즌5가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에서 방영된 이 시트콤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조폭이나 갱스터로만 미디어에 등장했던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우리 주변 친근한 이웃으로 묘사해내며 ‘아시아 재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흥행에도 성공했다. 2016년 첫 방영 이후 3개월만에 93만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며 시즌제 드라마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지난 3월 김씨네 편의점이 시즌5로 종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는 “<김씨네 편의점>을 계속 보게 해 달라”는 팬들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종영 이유는 두 공동 창작자의 하차다. 하지만 최근 출연 배우들을 중심으로 “제작진의 다양성 결여가 근본 원인이었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였지만 프로그램 결정권을 지닌 제작진의 압도적 다수는 백인 남성이었고, 인종차별·성차별적 장면의 수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배우와 제작자들 사이 갈등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마블 최초의 아시아계 히어로로 캐스팅된 시무 리우는 마블 영화 출연이 프로그램 종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이 쇼와 쇼가 가진 가치를 사랑하기에 시즌6에 출연하고 싶었다”고 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마블 최초의 아시아계 히어로로 캐스팅된 시무 리우는 마블 영화 출연이 프로그램 종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이 쇼와 쇼가 가진 가치를 사랑하기에 시즌6에 출연하고 싶었다”고 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포문을 연 것은 아들 ‘정’ 역을 맡은 시무 리우였다. 그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김씨네편의점은 시청률 부진같은 일반적인 이유로 취소된 게 아니었다”며 “쇼를 계속하지 않기로 선택한건 시리즈의 지적재산권(IP)을 가지고 있는 제작진들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마블 최초의 아시아계 히어로 ‘샹치’로 캐스팅된 그는 헐리우드 진출이 종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에 의심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이 쇼와 이 쇼가 대변하는 모든 가치들을 사랑했다”며 시즌6 참여 의사가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제작진은 극중 유일한 백인 캐릭터인 ‘섀넌 로스’(니콜 파워)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제작을 원했고, 이는 종영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그는 “니콜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지만 유일한 비아시아인 캐릭터에게 단독 쇼가 주어지는 모든 상황에 분노를 표한다”며 “그들이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나는 어떠한 역할이든 단호하게 거절할 것”이라고 했다.

리우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캐릭터가 납작하게 묘사되는 것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청소년기 아버지와의 불화로 방황했던 정은 성인이 되고 렌트카 회사 핸디에 취직하며 새 삶을 살아보려 한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정의 이야기는 극중 상사인 섀넌과의 연애에 집중됐다. 정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지지 않는다.

그는 “TV쇼를 만드는 공동작업에선 (그런 좌절감을 느끼는게) 자연스러운 부분이며 모든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제작진의 압도적 다수는 백인이었고 출연진들은 생생한 삶의 경험을 가진 아시아계 캐나다인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촬영 불과 며칠 전에야 새 시즌 계획에 대해 들었다”고 했다.

시즌1의 대성공 이후에도 출연진들 처우는 제자리였다. 계약 기간이 2년 연장됐을 뿐 여전히 “쥐꼬리만한 출연료(an absolute horsepoop rate)”를 받았다. 이는 <김씨네편의점>처럼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더 낮았던 TV시리즈 <시트 크릭>과 비교해봐도 박한 대우였다. 그는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뭉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것조차 감사하라는 소리를 들었고 배가 뒤집힐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우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인종적·성적 다양성이 결여된 제작 환경을 꼽았다. 동명의 연극을 집필한 한국계 작가 인스 최가 TV시리즈 극본 작업에도 참여했지만 한국계 이민자들 목소리를 대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작가진에는 동아시아인, 특히 여성의 대표성이 부족했고 다양한 인재들을 소개할 파이프라인도 부족했다. 인스 최를 제외하면 한국계 목소리는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최가 별다른 말 없이 프로그램을 떠났을때) 나는 그를 대체할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너무나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같은 노력을 한 출연진들에게 어떠한 의미있는 방식으로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9년 8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김씨네 편의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캐나다 현지 제작사 선더버드필름의 이반 피산 회장, 폴 선형 리, 진 윤, 안드레아 방(왼쪽부터)이 간담회 시작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드라마어워즈 제공

2019년 8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김씨네 편의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캐나다 현지 제작사 선더버드필름의 이반 피산 회장, 폴 선형 리, 진 윤, 안드레아 방(왼쪽부터)이 간담회 시작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드라마어워즈 제공

엄마 ‘영미’ 역을 맡은 진 윤(한국명 윤진희)까지 고발에 동참하면서 배우와 제작진 사이 갈등은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캐나다 유력일간지 ‘글로브앤메일’에 리우를 비판하는 칼럼이 실리자, 해당 칼럼을 쓴 존 도일의 트위터에 직접 글을 남겼다. 윤은 “작가진에 아시아계 여성, 특히 한국계가 없다는 건 연기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했다”며 “인스 최가 극본을 쓰긴 했지만 실질적인 제작자는 케빈 화이트였고 그가 극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배우들에게도 숨겨져있던 사실”이었다고 했다.

특히 인스 최가 빠졌던 시즌3~4에선 성차별·인종차별적 묘사가 정점에 달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즌5에서부터는 최가 복귀했다. 배우들이 받은 시나리오 초안에는 영미가 피부색과 유사해 알몸처럼 보이는 속바지를 입어 이웃을 당황시키거나, 남편인 상일이 “결혼했다면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농담하는 장면 등이 포함됐다. 해당 장면은 윤의 문제제기 이후 최가 삭제했다.

윤은 “만약 이 장면이 방영됐다면 미국 조지아에서 8명의 사람, 6명의 아시아 여성이 증오 범죄로 총격 사망한 후였을 것이다. 이것이 작가진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극적인 것은 작가진 구성을 포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우리의 시급한 요구가 부정당했던 것”이라며 “내가 캐릭터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수록 나에 대한 제작자의 의심은 커져만 갔다”고 했다.

 

7일 작성된 윤의 트위터 글 아래에는 “용감한 결정이었다” “이런 종류의 무지와 무례를 견뎌야 했던 배우들에게 죄송하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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