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1000명 설문] ‘본방사수’ 옛말…OTT로 보고플 때 본다
[이코노미스트] 입력 2021.06.06 11:00 수정 2021.06.05 11:37
이코노미스트X알바천국, 20대 1102명 설문조사
10명 중 6명이 OTT 구독, 그중 절반은 2개 이상 구독
본격적인 OTT(Over The Top) 시장 전쟁이 시작됐다. CJ그룹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 CJ ENM은 2025년까지 5조원을 콘텐트 제작에 투자한다고 1일 밝혔다. 자사 OTT사인 ‘티빙’을 2023년까지 국내 1위 OTT로 키운다는 목표다. CJ ENM은 올해에만 8000억원을 콘텐트 제작에 투자할 계획이다.
티빙 외에도 국내 OTT사가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 OTT사 사용자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웨이브’의 대주주인 SK텔레콤 역시 지난 3월, 2025년까지 웨이브 콘텐트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즌’을 운영하는 KT는 2023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막강한 콘텐트를 무기로 들고 오는 글로벌 OTT사의 국내 진출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는 ‘디즈니플러스’가 꼽힌다.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픽사 애니메이션 등을 보유한 디즈니가 올해 하반기 국내 착륙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와 [배트맨] 시리즈 등을 제작한 워너 브라더스와 ‘왕좌의 게임’ 등 인기 드라마 콘텐트를 보유한 글로벌 OTT ‘HBO맥스’도 구체적인 날짜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연내 국내 진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티빙·시즌·왓챠 등이 주도한다. 이중 넷플릭스가 나머지 업체와 큰 격차를 보이며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755만8292명, 이어 국내 OTT사인 웨이브가 387만9730명, 티빙이 232만5586명으로 나타났다. 가히 넷플릭스의 독과점 체제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시즌과 왓챠는 이용자 수가 각각 133만명, 43만명 수준이다.
OTT사 간 치열한 ‘구독자 모시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코노미스트]가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 ‘알바천국’과 함께 현재 OTT 주요 소비자층인 20대를 대상으로 OTT 이용 행태를 알아봤다. 이번 설문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진행됐다. 이 설문에는 20대 1102명이 참여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312명, 여성이 790명이었다.
‘넷플릭스’ 압도적인 1위, 추가한다면 ‘왓챠’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2.4%가 현재 OTT를 ‘구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은 OTT를 구독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장 많이 구독하는 OTT는 무엇일까. 설문 결과 넷플릭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복수 응답으로 무려 80.1%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었다. 토종 OTT인 왓챠·티빙·웨이브가 뒤를 이었으나 이용률이 모두 20%대에 그쳤다.
2016년 국내에 처음 상륙한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국내 시장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에게 맞춤형 영상을 제시하는 빅데이터 추천 서비스가 핵심 기술이다. 국내 진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기술이 더욱 빛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용자 데이터가 점차 쌓이면서 개인의 성향에 맞는 영상 콘텐트 추천이 가능하고, 나아가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다양한 자체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넷플릭스가 2016년 국내 진출했을 당시 한국 오리지널 콘텐트는 60여개 수준이었지만, 매해 늘어나 지난해에는 400여개에 이른다. 오세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넷플릭스 국내 진출 당시부터 예상했던 결과”라며 “데이터가 쌓이면서 한국인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는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점차 견고해지면서, 넷플릭스는 이를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국내 이용자에게 만족도 높은 맞춤 영상을 추천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문 조사 결과, 넷플릭스 이용자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에 대한 이용자의 만족도는 57.3%에 달했다. 이어서 ‘왓챠’(15.7%), ‘티빙’(12.5%)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다.
이 같은 이용자의 OTT 만족도에는 가격과 편리성보다 보유하고 있는 콘텐트의 종류가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OTT에 만족하는 이유에 대해 ‘오리지널 콘텐트’(31%), ‘드라마’(20.2%), ‘영화’(10.2%) 등을 들었다. 반면 ‘가격이 저렴해서’(7.8%), ‘기능이 편리해서’(4.7%)라는 답변은 소수에 불과했다.
추가적으로 구독할 의향이 있는 OTT로는 ‘왓챠’(25.1%)를 꼽았다. ‘티빙’(19.0%)과 ‘웨이브’(13.4%)가 뒤를 이었다. 추가로 OTT를 구독하고 싶은 이유로는 ‘현재 구독하는 OTT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트를 보기 위해서’(33.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추가적으로 구독하고 싶은 OTT 1위로 꼽힌 ‘왓챠’는 OTT 중에서도 영화 콘텐트가 다양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왓챠는 현재 국내외 영화 8만 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는 3000여개만 제공한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것만으로는 영화 콘텐트까지 즐기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OTT 2개 이상 구독, 요금은 ‘친구와 나눠서’
또 흥미로운 점으로는 20대가 한 가지 OTT만 구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문 조사 결과 OTT를 구독하는 20대의 절반 이상이 ‘2개 이상의 각기 다른 OTT 서비스를 시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47.7%가 ‘하나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2개를 시청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역시 33.1%에 달했다. 3개(13.4%), 4개(4.5%), 5개 이상(1.3%)을 구독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2.3%)이 2개 이상의 OTT를 구독하는 것이다.
이는 OTT 구독 형태와도 이어진다.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이 홀로 구독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아이디를 공유해서 OTT를 구독하고 있다’고 답했다. OTT를 구독하는 20대 절반 이상이 친구나 가족, 지역 커뮤니티 회원 등과 구독 비용을 나눠서 여러 OTT를 동시에 소비하고 있었다.
박보경 알바천국 마케팅실 설문 담당자는 “요즘 20대는 디지털 콘텐트 소비에 과감하다”라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비용이 들더라도 즉각적으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소비에 나서는데, 이 같은 앱 쇼핑 성향이 OTT 구독 행태에서도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10명 중 7명, OTT에 월 5000원 이상 쓴다
정기적으로 지출하는 OTT 구독료도 아까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응답자의 71.9%가 매달 OTT 사용에 5000원 이상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한 달에 1만원 정도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32%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약 5000원(31.1%)을 지출한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매달 2만원(5.4%)과 3만원 이상(3.5%)을 내는 이용자도 있었다. 5000원 미만을 지출하는 이용자(21.7%)와 무료로 OTT 서비스를 시청(6.4%)하는 사람도 있었다.
20대들은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OTT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TT 이용 시 주로 사용하는 기기’를 묻는 질문에 ‘스마트폰’이 67.8%를 차지했다. 이어서 ‘태블릿PC’(39.4%), ‘노트북’(29.8%), ‘TV’(15.7%), ‘PC 모니터’(11.8%)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OTT 시청 빈도도 대체로 높았다. 전체 응답자의 36.6%가 ‘매일 한 시간 이상 OTT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반면 낮은 빈도수로 갈수록 응답자 역시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3일에 한 시간 이상 본다’가 33.3%, ‘4~5일에 한 시간 이상 본다’는 16.3%, ‘주말에만 가끔 본다’는 11.5%였다.
현재 OTT를 구독하는 20대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구독 중인 OTT 서비스를 앞으로도 계속 구독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무려 97.9%가 ‘그렇다’고 답했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20대는 TV보다 스마트폰으로 OTT를 많이 시청하는 세대”라며 “또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흥미로운 영상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만, 이는 영상을 검색하는 등의 수고로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OTT 편리함에 익숙한 20대들에겐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OTT를 컴퓨터 모니터나 TV 화면 등으로 자유자재로 연결해서 볼 수 있는 20대는 OTT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만족도 역시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