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가 봉? 또 '블랙아웃·소송' 예고…콘텐츠료 '치킨게임'[인싸IT]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1.06.05
CJ ENM vs 통신 3사 콘텐츠 사용료 갈등 격화
방송 송출 중단 압박, 법정 공방 예고 '치킨게임'
미디어 시장 급변 콘텐츠·플랫폼 헤게모니 다툼
'시청자 볼모'로 시장 주도 사업자간 갈등 비판도
적정 수수료와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이 시청자와 이용자를 볼모로 한 '블랙아웃'(송출 중단) 위기로 흐르는 패턴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시청권 보호'를 명분으로 결국 개입해 타협과 중재를 시도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시장지배적 미디어 사업자들의 헤게모니 싸움에 낀 방송 시청자와 콘텐츠 이용자들 사이에선 "우리가 봉이냐"는 불만과 볼멘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CJ ENM은 tvN과 올리브, OCN, 엠넷 등의 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이자 국내 최대 콘텐츠기업이다.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과반(52.8%)을 나눠 점유하고 있는 IPTV를 서비스한다. IPTV가 가져다 쓰는 CJ ENM 콘텐츠 프로그램 사용료와 통신 3사의 모바일 플랫폼(OTT) 서비스인 CJ ENM 실시간 채널 콘텐츠 사용료 인상 여부와 규모 등이 핵심 갈등 지점이다. CJ ENM은 협상 과정에서 "제값을 받겠다"며 IPTV 콘텐츠 사용료를 작년보다 25%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시청점유율이 높은 CJ ENM 채널의 영향력과 콘텐츠 투자 및 제작비 상승에 걸맞은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OTT 서비스인 시즌(Seezn), U+모바일tv의 실시간 채널 사용료도 쟁점이다. 미디어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OTT 위상에 맞게 역시 '콘텐츠 제값받기'가 필요하다는 게 CJ ENM의 입장이다. 통신 3사 입장을 대변하는 IPTV협회는 반면 "충분한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도 CJ ENM이 과도한 요구로 콘텐츠 대가를 독식하려 한다"며 "모바일TV(OTT)엔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1000%까지 비상식적으로 불합리한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파장이 커지자 지난달 27일 유료방송 현안 간담회에서 정부가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진흥을 위해 유료방송 업계가 같이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조경식 과학기술정통부 2차관)며 상생과 협력을 당부했으나 별무소용이었다. 지난달 30일 CJ ENM 비전 발표 간담회에서 나온 "IPTV가 너무 인색하다"는 강호성 대표의 발언에 IPTV 협회는 "오만과 욕심에 가득 차 있다"는 성명으로 즉각 반격했다. 접점찾기는커녕 감정의 골이 더 깊게 팼다. 급기야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블랙아웃과 소송전까지 거론되고 있다. CJ ENM이 U+모바일tv에 오는 11일 실시간방송 서비스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고, U+모바일tv은 이런 내용을 이용자들에게 공지했다. CJ ENM은 복수 셋톱박스 유료콘텐츠 무단 이용을 이유로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방송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또 다시 시청자 피해와 법정 공방으로 흐르는 극단의 상황까지 치달은 셈이다. 현재로선 상대방을 압박하려는 협상용 카드 성격이 짙어보이지만 한 치 물러섬없는 양쪽의 입장을 감안하면 현실화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갈등 당사자들이 저마다 서로를 압박하는 논거로 중소 사업자와 시청자 피해 최소화를 내걸고 있지만 정작 시청자와 이용자들이 가장 큰 피해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블랙아웃은 당장 시청권 침해로 이어지고 적정 수수료·사용료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소비자들에 비용 부담이 전가되거나 콘텐츠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난감한 입장이다. OTT 콘텐츠 사용료의 경우 미디어 법제 미비로 중재에 선뜻 나서기가 여의치 않다. 정부는 지난 간담회에서 "유료방송 산업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갈등 해소를 위한 중재 역할을 보다 세심하게 가다듬겠다"며 "조만간 유료방송 제도 전반에 대한 규제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미디어 법제 정비방안 마련도 서두르겠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CJ ENM과 통신 3사의 콘텐츠 사용료 갈등에 대해선 "자율협상 실패로 양측의 중재 요청이 있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중재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