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코로나 사태로 오히려 혜택이 컸던 업체를 꼽는다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인 넷플릭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게다. 거리 두기로 영화관이 사실상 문을 닫는 동안 넷플릭스는 집에서 다양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대역을 톡톡히 해냈다. 스페인 조폐국 인질극을 섬세한 심리 묘사와 치밀한 시나리오로 다룬 ‘종이의 집’ 같은 작품은 넷플릭스를 타고 역주행을 해 세계적인 대박을 터뜨렸다. 출연 배우들은 단숨에 글로벌 스타가 됐고, 시청자들의 열화 같은 요청으로 후속 시리즈까지 제작됐다.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이 준비되고 있는 정도다.
이렇게 인기가 파죽지세였던 넷플릭스가 최근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규 가입자가 올 1분기 398만 명으로, 전년 동기(1580만 명)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예상치(620만 명)에도 한참 못 미쳤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추세다. 월간 순이용자가 지난 1월까지만 해도 899만여 명으로 9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2월부터 3개월 연속 떨어져 지난 4월엔 808만여 명으로 줄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콘텐츠 제작이 지연돼 신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 데다, 주요국에서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일상이 정상화하면서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 그만큼 집에서 넷플릭스를 덜 보게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 효과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코로나 약발이 끝나간다는 지적이다. 물론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 업체들의 반격과 유튜브 부상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플러스도 곧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선 아마존이 할리우드 유명 영화 제작사인 MG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시장 자체가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또 다른 많은 변화가 닥칠 것을 예고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 지금 잘나간다고 앞으로도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항상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해 새로운 경쟁이 벌어지는 법이다. 비즈니스만 아니다. 권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세상은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