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콘텐츠사업자와 플랫폼사의 갈등이 또 다시 불거졌다. 대형 PP(채널사용업자)인 CJENM과 IPTV 3사(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가 공개 설전을 벌이면서다.
IPTV 측이 공동성명을 통해 CJENM이 콘텐츠 공급권을 무기 삼아 25%에 달하는 비정상적 수준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하자 CJENM은 이제라도 ‘콘텐츠 제값 받기’를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맞섰다.
프로그램 사용료를 둘러싼 PP와 플랫폼사의 갈등은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사용료 책정 과정이 콘텐츠의 가치를 따지는 게 아니라 ‘더 받아야’ 하고 ‘덜 줘야’ 하는 입장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입각해 운영된 이유가 크다. CJENM가 IPTV 간 갈등은 그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주위 여건이 바뀌었다는 건 감안하지 않은 듯해 우려스럽다. 대규모 자본으로 한국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OTT 기업들의 약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5억달러 가량의 투자를 선언했고, 마블 시리즈를 보유한 디즈니플러스는 하반기 한국 상륙을 예고했다. 여기에 중국 OTT도 한국 콘텐츠를 ‘오리지널’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정확히 값을 매겨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PP가 플랫폼사에 콘텐츠 먼저 공급하는 관행이 공공연하다. 제작비를 회수 못한 리스크는 콘텐츠 사업자가 그대로 떠안는다.
이런 상황에서 PP와 플랫폼사 간 갈등은 글로벌 OTT에만 이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콘텐츠 업계를 글로벌 OTT의 하청기지로 전락시키면서 플랫폼사의 설자리도 위축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사는 서로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존중과 상생의 관점에서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지킬 체계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분쟁 해결에 접근해야 모두가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