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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무브 투 헤븐', 살아있고 살아있었던 모든 존재에 표하는 경의 (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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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5.30 17:31 9,08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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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 투 헤븐', 살아있고 살아있었던 모든 존재에 표하는 경의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05.30(일)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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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애써 살았는데 죽음이 남기고 간 삶의 흔적이란, 누운 자리만큼 혹은 방 한 칸 만큼이며 고작 작은 상자 하나 정도다. 그토록 생생하게, 마치 영원무궁히 지속될 것마냥 존재하던 삶이 이 약간의 흔적만을 남기고 스러지고 또 사라진다는 사실은 죽음 후를 감히 떠올려볼 수 없는 우리에겐 애처롭고 애틋해서 더욱 두려운 무엇일지 모르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이하 ‘무브 투 헤븐’)는 고인(故人)이 생전에 사용하다 남긴 물건들을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사'란 다소 생소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다. 여기서 어떤 모양새를 취한 삶이었던 생의 시간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애쓰다 죽음에 이른 모든 존재는 경의의 대상이다.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이 세계에서 숨을 함께 나누어 쉬었다는 것만으로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공동의 운명, 죽음을 온전히 인식하는 작업이기도 하여,살아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주어진 삶의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 새삼 감각하게 만든다. ‘무브 투 헤븐’의 유품정리사들이 고인에게 표하는 애도가 어느 하나 진심 어리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며, 그들의 경로를 뒤따르는 우리들 또한 마찬가지다. 천국으로의 마지막 이사를 앞둔 각각의 삶에 우리의 것을 대입하는 과정을 통해, 죽음을 모르는 어리석고 모진 존재로 살아남아있지 않기 위한 고민에 골몰하게 된다 할까.

“상자 안에 이 영자 순자 할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전해줘야 하는데 상자가 없으면 마음을 못 전해줍니다.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무브 투 헤븐’의 주인공 한그루(탕준상)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으나 죽은 아빠 정우(지진희)에게 배우고 익힌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심지어 죽은 이들의 것까지 더듬어볼 줄 아는 인물이다. 어쩌면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더 깊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유품정리사 그루에게 참혹한 죽음의 흔적이 가득한 공간을 치우는 일은 그곳을 가득 채웠던, 애를 쓰며 살아왔을 누군가의 삶을 애도하는 행위다. 물론 스스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하는 일이겠다만, 유품을 소멸한 삶이 남긴 단순히 소각하고 말 쓰레기가 아닌, 죽음을 맞닥뜨린 사람이 남긴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소중한 마음으로 여기고, 죽은 사람을 대신해 그 마음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어루만져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주는 모습 자체가 그러하다.

“그래도 마지막은 불행 아닌 것 같습니다. 매튜님은 엄마를 보았고 강은정 엄마는 매튜님을 기억해 주셨습니다. 슬퍼해 주셨습니다.” 혹자는 반문할지 모른다. 그깟 마음 죽은 후에 전해지고 제 자리를 찾아 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냐고, 고된 불행으로 가득찼던 삶의 모양새가 달라지기라도 하냐며 애도의 소용 자체에 회의감을 드러낼지 모른다. 여기에 ‘무브 투 헤븐’은 답하는 것이다. 달라지진 않을지 몰라도 그들이 남긴 흔적을 하나하나 따라붙는 깊은 몰입의 과정을 통해, 적어도 생의 끝맺음만큼은 세계의 어떤 지독한 불행도 손대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애도하는 이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 삶은 “너무 애 많이 쓰셨어요”라는 말 한 마디와 함께, 살아있었다는 것만으로 숭고한 여김을 받을 테니까. 뿐만 아니라 애도하는 이들, 그러니까 아직 살아있어 죽은 이들의 마음을 받은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삶이란, 세계의 어떤 지독한 불행도 감히 손대지 못할 만큼의 숭고한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 그루가 보여주는 애도의 행위는 살아있고 살아있었던 모든 존재에 대한 경의이자 찬가라 하겠다. ‘무브 투 헤븐’이 아직 살아있는 우리에게, 짙게 남기는 여운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네이버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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