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잡고 007 부르고… 결론은 ‘콘텐츠 파워’
지난 19일(이하 현지 시각)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 방송가 최대 행사인 ‘업프론트’(upfronts·방송 광고 판매 설명회)에서 워너미디어의 JP 콜라코 광고판매이사는 “IP(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가 새로운 황금 시간대(Prime Time)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방송사들이 인기 시간대 시청자를 놓고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식 재산, 즉 콘텐츠가 이제 방송 산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말이었다.
미 버라이어티지(誌)가 전한 이날 행사 장면들은 스트리밍으로 중심추가 옮겨가고 있는 미국 방송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날 NBC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OTT) ‘피콕’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사상 처음 가을 시즌에서 ‘코미디 프로그램 제로(0)’라는 전무후무한 발표를 해 충격을 안겨줬다. NBC는 간판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로 유명한 곳. 최근 일론 머스크 출연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던 SNL까지 포기하고, 피콕 오리지널 프로그램에 투자한다는 말이었다. 이날 ABC 방송의 유명 진행자 지미 키멜은 디즈니가 소유한 ABC 방송을 가리켜 “디즈니 마이너스로 부르자”고 했다.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맞서 출시한 OTT의 이름이 ‘디즈니 플러스’라는 것에 빗댄 표현이었다.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발표되는 거대 미디어 간 합종연횡 발표도 스트리밍용 ‘콘텐츠 IP 확보’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예컨대, 지난 17일 합병을 발표한 통신사 AT&T의 콘텐츠 자회사 워너미디어와 케이블 TV 채널 디스커버리의 합병은 해리포터와 배트맨 등 독보적 IP 프랜차이즈(시리즈)를 거느린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오프라 윈프리로 대표되는 토크쇼·드라마 강자(强者)의 결합을 뜻했다. 아마존프라임을 서비스하는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007′ 시리즈로 유명한 영화 제작 및 배급 업체 MGM(메트로-골드윈-마이어)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미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전해졌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가입자 2억명을 넘어선 넷플릭스와 출범 1년여 만에 1억명을 돌파한 디즈니 플러스에 맞설 새로운 ‘콘텐츠 거인’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