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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특별한 유품정리사 그루가 평범한 우리에게 전한 위로 (오마이뉴스+뉴스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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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5.20 08:01 9,55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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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유품정리사 그루가 평범한 우리에게 전한 위로

[리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21.05.19 11:46최종업데이트21.05.19 11:47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 넷플릭스

 
아인슈타인, 비트겐슈타인, 바르톡, 고흐,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을 경우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세상과 소통을 꿈꾸는 아스퍼거 증후군>(2006)을 쓴 심리학자 토니 애트우드는 이 책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최근 연일 뉴스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도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이성에만 근거하여 모든 판단을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의 정의이다.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지능도 정상이다. 하지만 자신의 세계에 갇혀있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정서적 교감이 어려운 것이다. 당연히 사회성 또한 다소 부족하다. 오로지 이성에 의거하여 모든 것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에서 3개월 동안만 후견인으로 아스퍼거 증후군인 그루(탕준상 분)와 함께 유품 정리사 일을 하게 된 조상구(이제훈 분)가 처음 간 현장은 치매를 앓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노인의 집이었다. 유해가 치워졌음에도 그곳엔 구더기 등 잔해가 남아 있다. 당연히 악취도 심하다. 그 모습을 본 조상구는 구역질을 하며 뛰쳐나간다. 잠시 후 돌아온 조상구에게 그루는 담담하게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죽은 세포가 분해가 돼서 분비물과 악취가 나온다 등등... 이런 식이다.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

김성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무브 투 헤븐>은 김새별-전예원씨의 에세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꽃보다 남자> 윤지련 작가가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드라마는 스무 살이 된 한그루가 아버지인 한정우(지진희 분)와 함께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유품 정리사로 현장에 간 아버지 한정우와 아들 한그루는 가장 먼저 이 말을 한 뒤 일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그저 일로써의 유품 정리를 넘어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애쓴다. 보여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들 그루에게 아버지는 고인이 남긴 이야기를 '퍼즐' 맞추듯 이해하라고 한다. 감정은 없지만, 대신 이성을 도구로 삼아 세상을 보는 그루에게, 그루의 방식으로 유품 정리사의 직업관을 심어준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자상하고 따뜻하게 그루를 품어주었던 아버지. 하지만 건강이 안 좋았던 아버지는 그루에게 마지막 인사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그런 결말을 알았던 것처럼 그루의 동반자가 될 사람을 지정해 놓는다. 

교도소에서 갓 나와 그루네 재산을 보고 '웬 떡이냐'는 식으로 오늘부터 여기가 내 집이라고 찾아든 조상구와 함께 유품정리사 일을 하게 되는 그루.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성의 존재'가 전하는 위로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 넷플릭스


남들과 다른 그루를 처음 본 조상구는 그를 장애를 갖은 사람이라 치부한다. 그런 상구에게 그루의 오랜 친구인 나무는 항변한다. 그루는 장애를 가진 게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고. 

<무브 투 헤븐>은 바로 그런 특별한 그루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어린 위로다. 우리는 살아가며 감정을 참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어떤 일을 겪을 때 그로부터 빚어지는 감정 때문에 몹시 고통받는다. 심할 경우 그로 인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감정이야말로 '인간다움'의 징표라 여기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루는 인간적이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면, 외려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감정이란 무엇일까? 아니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수족관 속 물고기들을 좋아하는 그루는 아픈 가오리의 상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예민하고 섬세하게 반응한다. 

평범한 스무 살 청년이라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어떻게 행동했을까? "늘 너와 함께 할 것"이란 아버지 말을 기억하며 아버지의 유골을 뿌리는 것을 거부한 아스퍼거증후군 청년 그루는 평범한 청년이라면 아버지를 잃었다는 슬픔에 주저앉아 있을 시간에 늘 하던 대로 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하던 대로, 그 곳에서 돌아가신 분이 남긴 이야기를 들으려 애쓴다. 그루는 아들조차 버리려고 한 유품 속에서 매일 매일 돈을 찾으며 아들에게 양복 한 벌을 해주려고 했던 노인의 '유지'를 찾아낸다. 아스퍼거증후군이기에 가능한 남다른 집중력과 기억력으로 노인이 남긴 현금 인출증에서 노인의 마음을 읽어낸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한 장의 현금 인출증, 한 장의 그림, 한 장의 카달로그, 한 장의 포스터에서 그루는 고인이 남긴 메시지를 찾아낸다. 평범한 상구는 고인의 아들의 '유품을 포기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포기를 선언하지만, 고인이 남긴 유품을 전하는 게 자신의 직업이라 생각하는 그루 사전에 포기란 없다. 그렇게 그루는 보통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고인의 이야기를 퍼즐 맞추듯 완성해 결국엔 전달하고야 만다. 

누군가와 손을 잡는 것, 포옹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 하고 남들이 울고 웃는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지만 정작 누군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가장 귀기울여 주는 청년. 세상의 잣대, 편견에 우리는 쉽게 상처받고 주저앉지만 감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그루는 그래서 그 세상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 진실에 다가선다.

 

그루가 전하는 고인의 진실을 통해 우리는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를 주저앉게 만드는 감정을 넘어선 극복이 무엇으로부터 가능할까 고민하게 된다. 아스퍼거증후군의 위인들이 세상을 보다 좋게 만들었듯 유품정리사 그루는 저마다 감정적인 삶에 짖눌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뉴스컬처

 

[영화리뷰]'무브 투 헤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한다면

 2021.05.19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이제훈·탕준상 주연
천국으로의 마지막 이사
고독사·스토킹·산업재해 다뤄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보이지 않는다고 곁에 없는 건 아니야. 기억한다면 사라지지 않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이 남다른 사연을 지닌 두 유품정리사를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고독사, 산업 재해 등 현실에 굳게 발붙인 사회 문제를 바라본다. 생존을 위해 불법 격투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형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지닌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이사가 시작된다.


한정우(지진희 분)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아들 한그루(탕준상 분)와 함께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한다. 어질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정우는 아들과 함께 유품정리사로 일하며 세상을 떠난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시작한다. 정우는 늘 그루에게 말한다. 돌아가신 분들도 말을 할 수 있다고. 정우의 사랑 속에서 그루는 세상을 배우고 의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정우가 세상을 떠나고 그루는 큰 슬픔에 빠진다.


[영화리뷰]'무브 투 헤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한다면


[영화리뷰]'무브 투 헤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한다면



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조상구(이제훈 분)는 변호사로부터 형 정우의 유언을 듣게 된다. 형의 유산을 얻기 위해서는 그루의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정식 후견인이 되기 위해 3개월 동안 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 운영에 나선다. 상구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냐"며 유품정리일에 대한 비뚤어진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 유품정리사가 되기로 한다.


상구는 불법 격투장에서 맨몸으로 부딪히는 인물이다. 홀로 남겨진 채 세상을 떠돌며 살아가다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삶의 목표가 생긴다. 상구는 그루의 순수한 진심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변화한다. 각자의 세계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은 어느새 따뜻한 진심을 느끼고 가족으로 성장해간다.


주인이 떠난 방. 그루는 텅 빈 곳에 남겨진 고인의 물건에 담긴 사연을 자신만의 규칙적인 세계를 통해 읽어간다. 눈 감기 전까지 사용했던 물건들, 누군가를 위해 존재했던 통장,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구입한 삼각김밥 영수증 등 그들의 삶이 담긴 유품을 통해 생전 고인이 느꼈을 외로움, 아픔, 설움 등을 조명한다.


산업재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청년, 자식을 생각하며 살아가다 고독사한 노인, 모친의 죽음에도 돈을 먼저 바라보는 자식, 해외 입양 문제, 스토킹에 시달리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여성 등 죽음에 얽힌 사연을 통해 사회 문제를 조명한다.


'무브 투 헤븐'의 미덕은 따뜻한 시선을 통해 전하는 위로에 있다. 장애를 지닌 형제의 서사는 클리셰처럼 다가온다. 영화 '레인맨', '그것만이 내 세상' 등 나열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다수 작품 속 설정과 유사한 구조를 차용했다. 구태여 '비슷하다'고 평하기보다 그저 클리셰 쯤으로 이해하고 볼 만한 수준이다. 일부 장면에서 '굿 닥터'를 떠오르게 하는 특수효과도 눈에 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차별되는 바 없지만, 자극적 설정이 난무하는 MSG에 길든 시장에서 슴슴하고 담백하게 전하는 위로가 지닌 미덕이 있다.


[영화리뷰]'무브 투 헤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한다면


[영화리뷰]'무브 투 헤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한다면



낡은 연출은 아쉽다. 상구와 그루가 지닌 아픔과 이를 극복하고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연출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렸는지 차치하고, 배우들의 호연에 관해 말하고 싶다.


'무브 투 헤븐'은 이제훈의 도전이 빛나는 작품이다. 그는 불법 격투기 선수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복싱을 배우고, 체격을 키우는 등 부단한 노력으로 실감 나는 비주얼을 완성했다. 마치 투견처럼 세상을 향한 냉소와 돈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눈빛도 인상적이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새로운 인물이라 규정 짓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상구는 분명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이자 재발견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만하다.


탕준상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그루와 일체 되어가는 모습이다. 해석하기 어려운 배역인데도 고민을 거듭하며 제 몫을 다했다. 5월 14일 공개됐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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