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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성매매해서 아이 키우는 엄마, 그에게도 부모 자격이 있을까? [왓칭]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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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숲속의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5.06 13:38 4,81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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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해서 아이 키우는 엄마, 그에게도 부모 자격이 있을까? [왓칭]

#당신이놓친명작
美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모든 아이에겐 행복할 권리가 있다

디즈니월드 근처 모텔 ‘매직 캐슬’에 사는 6살 소녀 무니(왼쪽)와 엄마 핼리. 두 모녀는 자매처럼 서로 기대어 산다./넷플릭스
 
디즈니월드 근처 모텔 ‘매직 캐슬’에 사는 6살 소녀 무니(왼쪽)와 엄마 핼리. 두 모녀는 자매처럼 서로 기대어 산다./넷플릭스

 

미국 플로리다 주 한가운데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 월드’가 있다. 서울 면적의 6분의 1 규모, 세계에서 가장 큰 어린이들의 천국. 여기서부터는 모든 걱정을 잊으라는 듯 황홀하게 우뚝 선 연보라색 성 ‘매직 킹덤’은 그만큼의 그늘을 만든다.

길 하나를 건너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보증금 없이 하루 38달러면 묵을 수 있는 장기 투숙 모텔이 즐비한 이곳. 빈곤을 감추려는 듯 쨍하게 덧칠한 싸구려 모텔에 아이 가진 부모들이 몰려든다. 침대엔 빈대가 가득하고 세탁기는 수시로 멈춰버리고 한여름에 얼음 기계가 고장 나는 곳. 연보라색 페인트로 화려하게 무장한 3층짜리 모텔 ‘매직 캐슬(magic castle)’에서 위태롭게 버티는 어린이들의 이야기,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다.

◇'디즈니월드'의 그늘에 아이들이 산다

영화 속 아이들은 폐허가 된 건물이나 공터를 전전하며 시간을 보낸다./넷플릭스
 
영화 속 아이들은 폐허가 된 건물이나 공터를 전전하며 시간을 보낸다./넷플릭스

 

영화 제목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1965년 디즈니가 대형 테마파크를 건설하려고 올랜도 일대 부동산을 매입할 때, 이 프로젝트 이름을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정했다. 지금은 디즈니 월드 주변 모텔에서 매주 방세를 내며 장기 투숙하는 주거 취약 계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부 사업을 ‘플로리다 프로젝트’라 부른다.

6세 딸 무니(브루클린 프린스)를 키우는 22세 미혼모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도 이 보조금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어떻게든 30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을 찾아와야 보조금을 줄 수 있다”며 그를 내몬다. 동네를 쥐잡듯 뒤져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입술엔 피어싱을 하고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인 핼리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은 없다. 그는 가짜 향수를 팔고 때론 구걸이나 도둑질까지 하며 딸을 먹여 살리지만 월세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부모가 일 나간 동안 방치된 아이들에겐 상상력이 필요하다. ‘놀이’라고는 자동차 유리창에 다 같이 침을 뱉거나 벌거벗은 사람을 훔쳐보며 낄낄대는 일 뿐이라서다. 아이스크림 가게 근처에서 거짓말로 잔돈을 구걸해 아이스크림 하나를 겨우 사서 나눠 먹는 게 이들의 유일한 기쁨이다. 무니와 친구들은 놀이공원의 ‘사파리’ 대신 넓은 공터에서 풀을 뜯는 소떼를 보러 가고, ‘유령의 집’ 대신 버려진 콘도를 찾아낸다. “여기는 맥주 파티 할 파티룸, 여긴 내 침대, 여기는 책장. 장난감도 되게 많을 거야”. 버려진 집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하다

극중 무니 모녀가 머무는 '매직 캐슬'의 관리인 바비(윌럼 더포 역). 모텔의 온갖 궂은 일을 맡으면서도 아이들에게 늘 따뜻하다./넷플릭스
 
극중 무니 모녀가 머무는 '매직 캐슬'의 관리인 바비(윌럼 더포 역). 모텔의 온갖 궂은 일을 맡으면서도 아이들에게 늘 따뜻하다./넷플릭스

 

감독 션 베이커와 각본가 크리스 버고흐가 3년 넘게 모텔촌 사람들을 관찰한 덕에 영화는 지독히 현실적이다. 영화 속 아이들은 부모 없이 온종일 찻길을 쏘다니며 폐허가 된 모텔에서 벽을 부수고 불을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더한 법. 취약계층 아이들이 으레 겪는 영양 불균형이나 충치, 설사, 피부병 같은 일상적인 문제까지는 다루지 못한다.

어른들 없이 몰려다니는 모텔촌 아이들은 성범죄에도 노출돼 있다. 영화에선 소아 성애자로 보이는 남자가 아이들에게 접근하자, 관리인이 즉각 그를 제지하고 윽박질러 내쫓는다. 감독 션 베이커가 모텔에서 아이들을 인터뷰하려고 다가갔을 때 실제로 겪은 일이다.

영화 속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유일한 어른은 모텔 관리인 바비(윌럼 더포)다. 무명 배우로 이뤄진 이 영화 출연진 중 유일하게 알려진 배우인 윌럼 더포는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을 23번 받았다. 그가 주름 깊은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관객 마음까지 복잡하고 무거워진다. 바비는 이들의 아버지 역할로 보이기도 한다. 무니의 엄마 헬리가 매춘을 해서 곤경에 처했을 때, 모텔 사람들 모두가 헬리를 외면하는데도 바비만이 그를 따뜻하게 감싼다.

◇'부모'의 자격을 묻는다

무니는 자신을 데려가려는 아동국 직원들의 손을 빠져나와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아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핼리는 분노한다./넷플릭스
 
무니는 자신을 데려가려는 아동국 직원들의 손을 빠져나와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아이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핼리는 분노한다./넷플릭스

 

무니의 엄마는 분명 잘못하고 있다. 아이에게 영양가 없는 음식을 먹이고, 함께 있는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운다. 각종 상소리와 욕설은 기본. 무니를 데리고 다니며 훔친 디즈니월드 티켓을 팔고, 뻔뻔하게 무전 취식을 한다. 이런 엄마와 함께하는 무니의 삶은 매 순간 위태롭다.

그러나 엄마 핼리는 무니를 너무나 사랑한다. 남에겐 목이 터져라 고함을 치고 욕설을 내뱉어도 아이에게만큼은 시종일관 따뜻하다. 핼리는 무니를 볼 때만 행복하게 웃는다. “남들은 뒷방에서 2차까지 뛴다고요! 난 춤만 추지 그딴 짓 안 해요. 못 하겠다니까 이틀 뒤에 잘렸어요”. 재취업에 실패하고 관광객들에게 가짜 향수를 파는 일까지 막힌 날. 핼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다. 결국 월세를 내기 위해 매춘을 택한다.

아동국 직원이 무니를 데려가는 날 아침. 엄마 핼리는 옆 리조트 투숙객을 가장해 무니를 뷔페로 데려가 배불리 먹인다./넷플릭스
 
아동국 직원이 무니를 데려가는 날 아침. 엄마 핼리는 옆 리조트 투숙객을 가장해 무니를 뷔페로 데려가 배불리 먹인다./넷플릭스

 

영화는 쉬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핼리의 매춘은 결국 무니를 먹이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무니 엄마에게 돈을 주면 해결될까? 아니면 일자리를 줘야 할까? 일자리를 주면 무니와 엄마는 모텔 생활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부모라도 가족의 틀 안에 있는 게 무니의 행복일까? 아니면 무니를 핼리에게서 분리시켜 복지제도로 길러야 할까? 그 복지는 무니의 삶을 어디까지 책임져줄 수 있을까? 무니가 사라진 삶에서 핼리의 삶은 정상적으로 작동할까? 핼리에게도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을까?

위험 앞에서 늘 보호자를 자처하던 바비도 이 질문들에 맞닥뜨린 순간 주저한다. 결정적인 순간 그는 핼리에게서 몇 발자국 물러선다. 아동국 직원들을 피해 도망가는 무니를 보고서도 우두커니 서서 그저 지켜본다. 결국 개인의 선의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잰시 손을 잡고 떠난 무니가 영원히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다. 감독이 답을 주지 않아 관객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난 어른들이 울려고 하면 바로 알아”

'매직 캐슬'에 뜬 무지개. 무니는 친구 젠시에게 무지개를 선물한다./넷플릭스
 
'매직 캐슬'에 뜬 무지개. 무니는 친구 젠시에게 무지개를 선물한다./넷플릭스

 

“여기 사는 아저씨는 전쟁에 나갔었고 맨날 맥주 마셔. 이 아저씨는 병 때문에 발이 엄청 커. 여기 사는 아저씨는 맨날 체포돼. 이 아줌마는 자기가 예수님이랑 결혼했대”. 영화 초반 무니는 옆 모텔에 막 이사 온 또래 친구 젠시에게 매직캐슬 사람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애들은 모르는 게 없다. 어른들이 아무리 거짓말을 하고 능숙하게 표정을 감춰도, 아이들은 귀신같이 그 기후를 감지한다. “난 어른들이 울려고 하면 바로 알아”. 무니의 천진한 대사가 애처롭다.

엄마는 방에 남자를 들일 때마다 욕실 앞에 크게 라디오를 틀어둔다. 무니는 욕조 안에서 인형 머리를 빗기며 6살 아이답게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음악 소리가 아무리 커도 위험과 수치까지 감출 수는 없다. 남자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문을 벌컥 열었을 때, 무니의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하다. 엄마와 남자가 나가고도 여전히 샤워커튼을 꼭 쥐고 있는 작은 손이 안쓰럽다.

결국 아이를 방안에 두고 매춘한 사실이 발각돼 아동국 직원들이 모텔에 들이닥친다. “괜찮다”는 엄마의 말도 “금방 돌아올 거니까 작별 인사는 안 해도 된다”는 어른들 말도 무니는 믿지 않고,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도망친다. 어른들은 결국 사랑하는 엄마에게서 자신을 떼어 놓을 것이고, 모텔의 친구들은 아마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란 사실. 이 사실을 감지한 무니는 가장 친한 친구 젠시를 찾아 영화에서 처음으로 숨막히게 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무니와 젠시는 디즈니월드를 향해 달린다. 감독이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넷플릭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무니와 젠시는 디즈니월드를 향해 달린다. 감독이 아이폰으로 촬영했다./넷플릭스

 

무니와 젠시는 손을 꼭 잡고 디즈니월드로 달린다. 디즈니월드에서 촬영을 거부당한 감독은 35mm 카메라 대신 아이폰을 들고 2분여간 아이들의 뒷모습을 쫓는다. 초점이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화면이 불안정하게 흔들릴 때, 관객의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개요 영화 l 미국 l 2017 l 1시간 51분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매직캐슬 아이들을 구원할 ‘매직’이 진짜 있기를

평점 로튼토마토🍅96% IMDb⭐7.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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