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진 기자
- 승인 2021.05.04 17:12
SKT, T맵 데이터 무료 제공 중단...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통신3사, OTT에 데이터 무료제공·이용 요금 결합혜택 제공 중
5G시대, 늘어나는 통신사 신사업…”공정경쟁 이슈 발생할 것”
OTT등 통신사 신사업이 망중립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콘텐츠 범람시대, 인터넷 사용 대가는 누가 지불해야 하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가 법정에서 맞붙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년간 넷플릭스와 SKB가 '망 이용대가'를 놓고 벌인 민사소송 1심 선고일을 다음달 25일로 예고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5세대이동통신(5G) 전국망 구축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5G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다닐 데이터의 톨게이트 비용은 누가 얼마나 내야할까. IT기업과 콘텐츠 제공사업자,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입장과 향후 변화를 3편에 걸쳐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오피니언뉴스=정세진 기자] “그동안 잘 써왔는데, 이제 바꿔야할까요?”
SKT가 지난달 19일부로 티맵 이용자에게 데이터 무료 제공 서비스를 종료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티맵은 월간 사용자 수 1300만명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국민 내비게이션’이다.
SKT는 티맵모빌리티의 분사로 데이터 무료 제공 특혜를 주면 공정거래법의 위반 소지가 있어 정책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티맵모빌리티가 SKT에서 직접 서비스할 때는 제기 되지 않았던 문제다.
이 처럼 특정 콘텐츠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데이터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을 ‘제로레이팅(Zero Rating)’이라 부른다.
‘망 이용대가’를 놓고 글로벌 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간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통신사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확대해 망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대통령령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망중립성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망중립성이란 데이터 트래픽을 통신사업자가 대상·내용·유형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망중립성 원칙에 따라 한국에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특정 서비스에 대해 통신 속도 등 품질을 의도적으로 낮출 수 없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대통령령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망중립성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정의는 없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내비나 네이버 내비를 이용자는 데이터 요금을 내는데 SKT 자회사라고 티맵만 무료로 제공하면 공정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신 속도나 품질 저하는 아니지만 데이터 요금을 받는 식으로 망중립성을 해치는 불공정 경쟁을 한다는 비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고객사와 경쟁하는 이통사...망중립적일 수 있나
모빌리티 외에도 통신3사가 포화 상태인 이동통신 시장을 대체할 신사업 발굴에 나서면서 이런 망중립성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OTT 등 미디어 서비스는 통신과 방송(IPTV)이라는 기존 통신사 사업과 연결하기 좋은 분야"라며 "동영상 시청은 데이터 소비가 크다보니 망중립성과 관련한 이슈가 많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신사업 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은 비용이 투자하는 분야는 미디어·콘텐츠 사업이다. 통신3사 모두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를 운영 중이다.
SKT는 5GX 프라임(월 8만9000원)·T플랜 스페셜(월 7만9000원) 등 5G·LTE 요금제 5종 이용자에게 플로 앤 데이터(월 7900원)·웨이브 앤 데이터(월 9900원) 부가서비스 2종을 70%할인 된 요금에 제공한다. 5GX플래티넘(월 12만5000원)·T플랜 맥스(10만원)이용자는 웨이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SKT 고객 중 특정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은 웨이브를 추가결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KT는 자사의 OTT인 시즌(Seezen)에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정도 아니면 콘텐츠·미디어 시장에서 통신사와 경쟁하는게 쉽지 않다”며 “특히 동영상 서비스 기업은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콘텐츠제공사업자는 모두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고객사다. 사진=연합뉴스
왓챠·아프리카TV 등 스트리밍 방식의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V LIVE·카카오TV' 등 네이버·카카오의 동영상 서비스를 시청할 때는 데이터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IT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시청자의 동영상 시청 시간이 길수록 데이터 요금도 많이 나온다"며 "데이터 요금이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는 아니지만 화질이나 콘텐츠 길이 등을 결정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박태훈 왓챠플레이 대표는 지난 2019년 국회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망중립성·제로레이팅'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제로레이팅을 전격 허용하면 스타트업 입장에서 무조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며 "통신사는 자사 서비스에 대한 망 비용 부담이 없는 만큼 콘텐츠와 관련된 서비스 모두 자회사로 법인 분리해서 비용을 똑같이 부담해야 공정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논문 ‘제로레이팅(Zero-rating) 규제의 본질과 합리화방안 모색’에서 “제로레이팅 시행은 통신사에게는 어떠한 경우든 유리하다”며 “반면 데이터 비용부담의 여력이 없는 중소CP(콘텐츠제공사업자)에게 있어서 제로레이팅은 반(反)경쟁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용자의 경우 비과금에 대한 단기적·직접적 유익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비과금 콘텐츠에 대한 쏠림은 이용자의 다양한 콘텐츠 선택권 또는 데이터 품질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5G시대에 늘어날 통신사 신사업…”공정경쟁 이슈 발생할 것”
내년 5G 전국망이 구축된 이후 통신사가 진출한 신사업에서도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5G를 기반으로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모빌리티 산업,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사업에 통신사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적용하면 공정경쟁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는 지난해 중반이후, 자율주행차량 기술은 2030년대는 돼야 수익이 나오는 사업이라고 보고 있다”며 “5G를 기반으로해서 어떤 사업이 수익성을 낼 지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는 이 같은 신사업 영역에서 제로레이팅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로레이팅은 자칫 기존 이통사 서비스를 쓰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주고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다른 서비스에 진입을 방해할 수 있다”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스타트업은 이용자에게 무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에 따른 혜택이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로라이팅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 이용에 혜택을 주면 통신사 서비스에 유입된 이용자가 통신사 서비스에 오래 머물게 된다. 통신사 서비스 이용시간이 길어지면서 스타트업 등 타사 서비스에 대한 이용 기회가 제한된다. 여기에 또 다른 통신사 서비스로 이동하면서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정세진 기자sejinn@opini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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