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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단순하고 명쾌하게…스토리텔링 브랜딩의 힘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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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엘리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신고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movieli.st 작성일21.05.02 19:02 1,56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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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입력 2021.05.01 14:00 수정 2021.05.01 19:17 

 

  

단순하고 명쾌하게…스토리텔링 브랜딩의 힘

[허태윤의 브랜드 스토리]
미디어와 투자자가 원하는 건 드라마 아닌 브랜드 가치
진입장벽 낮은 서비스 산업일수록 브랜드 매력 중요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힘은 위대하다. 글로벌 OTT서비스(Over The Top,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방송·영화 등 미디어 콘텐트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최강자가 된 넷플릭스의 창업자의 짧은 이야기는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조건을 말해준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반납을 깜빡한 〈아폴로 13호〉(공교롭게도 경쟁사였던 블록버스터가 제작했다) 라는 VHS 비디오를 대여점에 허겁지겁 반납하며 연체료 40달러를 지급하게 되었다. 그는 ‘연체료를 왜 내야하지? 연체료라는 것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은 없을까?’를 생각하며 넷플릭스를 창업하게 된다.  
 
이 스토리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그 안에는 반전의 드라마도 없고 엄청난 실패의 스토리도 없다. 다만 모두가 불편하다고 생각한 시스템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그들의 통찰이 있을 뿐이다.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 마크 랜돌프는 그의 책 [That will never work(절대 안될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기자가 원하고 투자자, 기업의 파트너들이 원하는 이야기는 짧고, 명확하고, 기억기 쉬운 이야기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비디오 연체 수수료, 안낼 수 없을까’에서 출발 

 
그들의 통찰처럼 명료하고 넷플릭스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 이야기는 미디어와 실리콘벨리 투자자들의 입과 SNS를 타고 확대 재생산이 되면서 바이럴로 넷플릭스라는 브랜드를 알렸다. 미국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블록버스터’라는 비디오 대여점이 미국시장을 석권하던 시절, 미국 소비자들은 리드 헤이스팅스처럼 꼭 반납을 위해 샵을 방문해야 하고, 늦으면 연체료를 내는 이 회사의 시스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때마침 개발된 DVD기술로 인해 더욱 컴팩트해졌고, DVD를 우편으로 배달하고 반납하는 시스템에 착안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것이다.
 
기업의 브랜드 탄생 비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창업자는 사업을 일구는 과정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시간을 연구실 혹은 사무실에서 쪽잠을 잔다.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때로는 죽을 만큼 힘든 시간을 거치며 수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와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브랜드와 사업의 가치가 명확히 드러나는 스토리를 원한다. 멋진 드라마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멋진 드라마가 있다면, 그 브랜드의 가치에 확신이 들었을 때 더 빛나게 된다. 넷플릭스를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브랜드 스토리는 블록버스터와의 드라마틱한 일화다. 초기부터 사업 모델이 대박을 터트렸던 것이 아니었기에 2000년 초 넷플릭스의 매출은 고작 500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시기 경쟁사인 블록버스터는 전국에 9000개의 매장을 갖추고, 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두 동업자는 자금 부족을 극복하면서 경쟁 회사에도 윈윈이 되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블록버스터의 CEO를 만난다. 

넷플릭스의 스토리텔링 브랜딩은 드라마가 아닌 모두가 불편하다고 생각한 시스템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통찰력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한 데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넷플릭스의 스토리텔링 브랜딩은 드라마가 아닌 모두가 불편하다고 생각한 시스템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통찰력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한 데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미국 댈러스 한복판에 자리한 27층의 멋진 사옥에 슬리퍼와 티셔츠 차림의 두 청년이 제안한 내용은 블록버스터가 넷플릭스를 5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둘을 블록버스터의 온라인 영역 운영 담당자로 채용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랜돌프는 헤이스팅스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웃음을 참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이 회사의 CEO를 발견한다. 
 
이 두 사람은 바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한 끝에 오늘날 기업가치 280조에 이른 넷플릭스를 일구었다. 랜돌프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와의 인터뷰에서 이 일화를 전파하며 두가지 측면에서 스토리의 힘이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스타트업에게는 그들이 빚에 짓눌려 망하기 직전에 있어도 넷플릭스처럼 60억 달러의 경쟁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대기업에게는 회사의 규모나 점유율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들에게도 반드시 약점이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그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회자될 것으로 봤다. 이 예상은 멋지게 적중해 브랜드 스토리는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잊지 못할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졌고, 대기업에도 교훈적 메시지로 남아 있다.
 

다윗이 골리앗에 주는 교훈

 
넷플릭스와 같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로 우리나라의 숙박 앱 ‘야놀자’가 있다. 야놀자 브랜드 스토리 역시 창업자 이수진 대표의 창업 스토리가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원천이라는 데 넷플릭스와 공통점이 있다.
 
야놀자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모텔 객실을 예약하는 스마트폰 앱으로 시작해 호텔과 펜션 등 국내의 다양한 숙소를 예약할 수 있는 종합 숙박 앱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숙박과 레저·공연티켓·레스토랑 예약과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슈퍼 앱’으로 변신을 꾀하는 유니콘 기업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에도 이 회사는 거래액이 2조원을 넘어 몸값 5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니면서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이 돼서야 한글을 깨우칠 정도로 집안 환경이 좋지 않았다. 실업계 고등학교와 전문대학 출신으로, 돈을 벌기 위해 전업으로 증권투자에 매달리다가 완전 빈털터리가 된 적도 있다. 그는 사업의 이유를 멋지고 거창한 이유가 아닌, 거칠지만 많은 흙수저 젊은이들이 공감하는 ‘돈을 벌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할 정도로 절박한 과거를 가졌다. 하지만 야놀자의 브랜드 스토리는 흙수저의 이런 인생역전 드라마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무일푼이 된 제가 잠자리와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해줄 곳을 찾다가 간 곳이 모텔 청소부였습니다. 그곳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모텔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모이는 커뮤니티 카페를 많들었고, 가입자 숫자가 1만명이 되자, 그것을 발판으로 전국의 숙박업소 관련 구인·구직, 관련 용품 중계를 하는 O2O 비즈니스플랫폼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야놀자는 브랜드 스토리에 명쾌한 비즈니스 모델이 보인다. [사진 야놀자]

야놀자는 브랜드 스토리에 명쾌한 비즈니스 모델이 보인다. [사진 야놀자]

 
야놀자 역시 브랜드 스토리에 명쾌한 비즈니스 모델이 보인다. 그동안 산재해 있던 전국의 모텔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플랫폼으로 숙박과 여행·레저로 확장할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다. 더구나 창업자가 모텔의 가장 아래부터 경험해 이 업의 본질을 바닥부터 아는 사람이라는 신뢰까지 생기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서비스 산업에 있어 이 같은 여행 앱은 브랜드의 매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알려진 것처럼 야놀자는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국내 최초로 중소형 숙박 시설을 예약 결제하는 시스템을 만든 브랜드로 이제는 에어비앤비·익스피디아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는 대표적 토종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야놀자의 가장 큰 경쟁자는 ‘여기어때’ 나 OTA(Online Travel Agency)가 아니라 모텔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인 인식이었다. 아직도 기성세대들에게는 모텔이 창문 하나 없고, 낡고 지저분하며 불륜의 밀회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MZ 세대들에게는 놀랍게도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와 놀이를 하는 곳이란 인식이 자리 잡았다.  
 

브랜드명 교체가 비즈니스 개념까지 바꿔

 
모텔의 부정적 인식을 한방에 해결한 결정적 계기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브랜드인 ‘야놀자’의 전신은 ‘모투’였다. ‘모텔투어’라는 의미의 이 브랜드는 경쟁사가 상표권을 먼저 등록해 버리고 핵심 개발인력 마저 빼가는 위기로 인해 당연히 사용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수진 대표는 고민 끝에 업의 본질을 평소에 생각했던 ‘고객이 잘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확장하며 브랜드를 ‘야놀자’로 바꿨다. 경쟁사의 방해가 비즈니스의 개념을 바꾸게 함은 물론 ‘모텔 스테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즐거운 놀이’라는 감성적 이익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그 결과 브랜드가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미션은 ‘누구나 마음대로 놀수 있게’로 바뀌고, 야놀자는 고객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 전략에서 스토리텔링의 힘은 진부할 정도로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는 개념이다. 그러나 스토리를 가진 모든 브랜드가 성공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힘이 브랜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탱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나치게 드라마처럼 각색한 스토리는 잠시 관심을 갖게 만들지만 지속가능한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야놀자의 스토리텔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의 개인적 스토리가 감동적이어서가 아니다. 탄탄한 서사를 배경으로 그 브랜드가 가진 비즈니스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 할수 있도록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소통되었기 때문이다. 
 
※ 필자는 제일기획과 공기업에서 30년간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제일기획 인도법인을 설립했으며, 미주총괄 임원을 역임했고 이후 공기업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아 공공부문에 민간의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접목시키는데 기여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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