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서비스 치열한 경쟁...'넷플릭스·디즈니 플러스·애플 TV+·HBO Max' 국내서 겨룰까
- 기자명 김선기 기자
- 입력 2021.04.30 15:31
OTT(Over The Top) 서비스 경쟁 전세계적 과열 양상
국내 업체들 언택트 호황에도 넷플릭스에 역부족... 격차 벌어져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HBO Max 국내 진출 대비해야
[문화뉴스 김선기 기자] '킹덤', '왕좌의 게임', '브레이킹 배드' 해외 드라마 시청자라면 한 번쯤 들어본 익숙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들은 모두 기존의 TV 방송이 아닌 'OTT 서비스'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었다.
OTT 서비스는 'Over The Top'의 줄임말로, 셋톱박스와 같은 TV 장치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 영화·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몇 년 전까지, 국내의 해외 드라마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려면 국내 TV 방송사가 판권을 사와 방영되는 작품만을 감상할 수 있었다. 국내 미방영된 작품들을 시청한다는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감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상황이 달라지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월 만원가량의 정액제 서비스 가입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었다.
넷플릭스의 국내시장 진출은 당시 국내 TV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1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거대 경쟁기업이 난데없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 '왓챠플레이'(現 왓챠)가 '국산 넷플릭스'의 기대감을 모으며 새로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전 세계 1위 물류업체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역시 해외에서 규모를 키워가는 중이었다.
치열해지는 OTT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에,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기존 기업들은 ‘옥수수’와 같은 새 OTT 서비스를 선보이고 콘텐츠를 강화하는데 나섰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OTT 서비스들은 국내에 한정된 콘텐츠들과 그 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제로 점차 보유 고객들과 시청률을 넷플릭스에 내주게 되었다.
이에 기존의 국내 OTT 사업자들은 2019년 '거대 공룡' 넷플릭스에 맞서 통합된 OTT 서비스 플랫폼 'WAVVE'를 만들어내는 데 이르렀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확장은 멈추지 않았고, '킹덤'을 비롯한 국내 제작 컨텐츠와 국내 종합편성채널들의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을 연이어 선보이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두었다.
또한 2020년 전 세계에 확산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오랜 시간 집에서 머무르게 되며 넷플릭스의 기업가치도 급등하였다.
2019년 연말 323.57달러에 거래되던 넷플릭스의 주식은 1년 뒤 65% 상승한 540.73달러에 거래되며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수혜주에 등극했다.
여기에 더해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시장 신규 진출도 멈추지 않고 있다. 2019년 1,39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개봉 외국영화 관객 수 1위의 기록을 쓴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비롯한 각종 '마블 코믹스' 영화들의 판권을 가진 월트 디즈니가 2019년 신규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시작한데 이어 2021년 국내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또 다른 거대 공룡의 출현을 예고했다.
아이폰·맥북 등 전자기기 사업에 주력하던 애플 역시 같은 해 자신들만의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를 론칭하고 독점작들과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방송하고 있다. 애플TV+ 역시 한국시장에 곧 진출한다는 추측은 있지만 현재까지 애플의 공식적인 발표는 나온 바 없다.
한편, 2019년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관심을 얻은 화제의 드라마 ‘체르노빌’과 왕좌의 게임을 제작한 HBO 또한 2020년 'HBO Max'를 미국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HBO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 '더 퍼시픽'등 시청자들에게 미국 드라마 중에서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을 다수 배출한 만큼 새로이 시장에 진입한 해외 OTT 서비스들 중에서도 막강한 작품성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 예상치 기준 국내시장에서 각 OTT 서비스들의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53%로 1위를 차지했고, WAVVE가 23%의 점유율로 뒤를 이었다. 왓챠는 전체 업계규모 대비 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 2019년보다 국내 매출은 124% 증가한 4,154억원, 영업이익은 295% 증가한 88억원을 보고하며 국내 OTT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위를 공고히 했다.
한편 국산 OTT 서비스인 WAVVE와 왓챠는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WAVVE는 지난해 실적 공시에서 매출은 85% 증가한 1,802억원을 보고했지만 적자폭은 오히려 커져 지난해 169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왓챠 역시 매출이 73% 상승한 38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109억원에서 155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 비대면·언택트 산업의 호황기를 맞아 이들 국내 OTT 업체들은 제각기 수십%대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넷플릭스를 추격하는데 나섰으나, 오히려 업계 1위 넷플릭스가 더 큰 성장률을 기록하며 간격을 더욱 크게 벌린 셈이다.
국내 업체들이 넷플릭스를 상대로 고전하는 이유는 주로 콘텐츠의 부족이 꼽힌다. 넷플릭스는 타 서비스들과 비슷한 가격에 전 세계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지만 WAVVE의 경우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제작 프로그램만을 독점 제공하는데 그쳐 타사 제작 콘텐츠나 해외 영상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왓챠 또한 넷플릭스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영화나 드라마를 제공함으로써 차별화에 나섰지만, 규모의 차이에서 오는 자체 콘텐츠에 대한 기획이 부족했다.
WAVVE와 왓챠 모두 지난해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각각 456억원에서 1,042억원, 119억원에서 239억원으로 증가시켰다. 그러나 ‘공룡 회사’ 넷플릭스의 규모의 힘 앞에는 역부족을 체감하는 수밖에 없었다.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등 매출 확대에 두 회사 모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서 얘기된 신규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한다면 국내 업체들에게 주어진 판권 또한 회수할 확률이 높아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타사의 콘텐츠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들 신규 주자들이 넷플릭스의 선례를 따라 국내 제작·해외 투자의 모델을 따라간다면 자체 콘텐츠에 대한 경쟁력도 상실할 위험이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의 새로운 전략에 대한 숙고가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