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코로나 재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영화
정동현기자(dhjeo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4-28 00:02:37
25일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11만8887명으로 전날 644명이 늘어나면서 12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4월 들어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4월의 극장가는 지난해 4월보다는 관객 수가 2배 이상 늘어났지만 4월26일까지 217만6717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4월은 전통적으로 비수기이긴 했지만 최근 10년간 마블영화들이 개봉하면서 성수기 못지 않은 관객동원을 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마블영화가 개봉이 연기됐다. 올해 4월에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연이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이 중에서 ‘왕의 남자’로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거장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가 흥행 예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1일에 개봉해서 이달 26일까지 32만5228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자산어보’는 조선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의 친형인 정약전이 신유박해로 유배를 가게되고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만드는 이야기를 그려낸 사극이다. 매혹적인 흑백 미장센과 작품의 완성도,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고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였던 작품으로 흥행이 기대됐지만 30만명을 겨우 넘기며 예상밖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제작비 45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은 손익분기점이 120만명으로 알려졌다. 코로나의 직격탄을 제대로 맞기도 했으나 CGV가 4월2일부터 가격을 인상하면서 그에 따른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5일에 개봉한 ‘서복’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26일까지 33만8957명을 기록하고 있다. 공유와 박보검 등 스타 배우들이 나오고 ‘건축학 개론’을 성공시킨 이용주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극장과 함께 OTT서비스인 티빙으로 동시 개봉하는 전략을 채택하면서 앞서 개봉한 ‘자산어보’보다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것 같지만 제작비 160억원에 달하는 대작으로서 극장 손익분기점인 320만명은 커녕 100만명도 동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 관객 100만명을 동원한 작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2월에 개봉한 ‘새해전야’가 약 17만명을 기록했고 올해 한국영화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미션파서블’이 44만6135명으로 50만명도 안 되는 관객 수를 기록했다.
올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나 ‘낙원의 밤’은 극장 상영을 포기하는 대신 넷플릭스를 선택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두 작품은 넷플릭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4월28일에 개봉하는 강하늘, 천우희 주연의 한국영화인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5월에 개봉예정인 ‘파이프라인’, 6월에 개봉하는 ‘기적’이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나머지 한국 영화들은 5월부터 여름 시즌까지 개봉될 ‘분노의 질주:얼티메이트’, ‘크루엘라’, ‘루카’, ‘블랙 위도우’ 등 수많은 헐리웃 신작들 틈에서 개봉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개봉연기가 된 한국 영화들이 많아서 차후에 많은 한국영화들이 극장개봉만을 생각하지 않고 넷플릭스나 티빙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으로 한껏 고무되었던 한국영화계가 예상치못한 코로나로 인해 발목이 잡히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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