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시니어’의 무엇에 끌렸을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MZ세대가 70세가 넘은 시니어들의 매력에 계속 빠져들고 있다. MZ세대가 50살이 넘게 차이 나는 그들에게 어떤 매력을 느끼고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일까. 그들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고 친근하게 전하는 모습이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진 덕분이다.
실제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사람들을 ‘윤며들게’(윤여정에게 스며들다)한 배우 ‘윤여정’은 정겨우면서도 독특한 한국 할머니의 모습으로, ‘나빌레라’에서 발레하는 심덕출로 분해 시청자들을 입덕하게 한 ‘박인환’은 청춘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위로를 전하는 모습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들 외에도 많은 시니어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MZ세대에게 웃음과 힐링을 전하고 있다. 구수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13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박막례’와 손자와 소통하려고 시작해 현재 글로벌 방 구석 스타로 거듭난 틱톡 크리에이터 ‘그랜파찬’ 등이 그 예다. 실제로 시니어 유튜버의 영상을 시청하는 이유에 대해 MZ세대들은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 ‘신선하고 재미있는 콘텐츠’ 등을 이유로 답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 〈웰캄투실버라이프〉(글/그림 솔녀)=회사가 멀어 조부모집에서 함께 살게 된 손녀의 일상을 담았다. 작가가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실제로 겪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전개돼 더욱 호응을 얻고 있다. 아침밥을 안 먹는 손녀를 위해 시리얼을 사와 뜨거운 우유를 붓는 할머니, 목욕이 끝나고 우유를 사서 할머니와 손녀를 기다리는 할아버지의 모습 등 조부모와 손녀의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젊은 세대의 힐링과 재미를 책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할머니, 이모할머니들과 함께 해외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줘 MZ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웹툰은 할머니들이 저마다 일정을 계획하고 숙소를 예약하며 여행을 준비하는 모습과 관광지를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렸다. 이야기를 본 독자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여행을 갔던 경험을 떠올렸는데, 실제로 ‘외할머니랑 호주 여행 다녀왔던 사진이랑 영상 찾아봤다’, ‘할아버지랑 서울 롯데타워로 여행 갔던 게 생각난다’ 등 독자들이 추억을 되짚어 보는 모습이 댓글로 이어졌다.
이 외에도 네이버웹툰 ‘웰캄투실버라이프’는 독자들이 평소 고민하고 관심을 갖던 주제를 따뜻한 내용으로 풀어내고 있다. 내 인생과 손주 육아에 대한 갈등, 간소화된 명절문화 등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 Milanonna〉=20-30대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히는 밀라논나는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 Milanonna’로 MZ세대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는 방향성과 삶의 지혜를 제시하며 주체적인 자신을 정립할 수 있게 도와줘 구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밀라논나의 구독자 수는 8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논나의 아.지.트’에서는 MZ세대들의 고민을 상담해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녀는 가족, 연애, 취업, 직장 등 다양한 고민을 듣고 진솔한 조언을 건넨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논나만의 철학과 지식, 치열했던 젊은 시절의 경험담을 담백하게 얘기하며 시청자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논나의 아.지.트’의 누적 조회수는 310만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넷플릭스는 최근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다. 지난 1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는 미국, 스페인, 일본, 한국, 브라질, 인도 등 여섯 나라 노부부의 일상을 통해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사랑과 감동의 순간을 담았다.
작품은 피부색, 성별, 국경 등이 모두 다른 노부부의 깊은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하루 대부분을 함께 지내고 일하며 틈틈이 장례 절차를 계획하고 병원 검진을 다니는 등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노년의 일상이 이어진다. 특히 사랑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경험하는 MZ세대에게 사랑을 평생 유지하고 가꾸기 위한 해답을 전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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